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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빠지고, 다리 잘리고 | 태국 개들의 '지옥행 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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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세계3대 도그쇼 중 하나인 영국 버밍엄의 '크러프츠 도그쇼(Crufts Dog Show)'에서 우승한 개 '미라클(Miracle,기적)'의 삶은 그야말로 기적과도 같다. 미라클은 2014년 트럭에 실려 태국에서 베트남 하노이의 불법 도살장으로 운송되던 수백 마리의 개들 중 한 마리였다. 운이 좋게도 미라클이 실린 트럭은 태국의 동물보호단체 소이독파운데이션(태국어로 길을 의미하는 소이(Soi)와 개(Dog)를 조합한 이름이다)과 태국 경찰에 의해 구조되었다. 페이스북에서 미라클의 사연을 본 스코틀랜드의 아만다 리스크(Amanda Leask)는 미라클을 스코틀랜드로 입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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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구조 당시 미라클의 모습 (C)Soi Dog Fou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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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과 카일의 모습. 카일은 태어날 때부터 구순구개열과 자폐증을 앓고 있다. (c)Soi Dog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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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은 2015년 크러프츠 도그쇼에서 서포트독 부문인 Friends for Life 를 수상했다. (c)Soi Dog Foundation

죽음을 눈앞에 두었던 미라클은 자폐증을 앓고 있던 아만다의 여섯 살짜리 아들 카일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힘든 시간을 보낸 미라클과 카일은 마치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처럼,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알아차리는 '소울메이트'가 되었다. 크러프츠쇼에서 미라클은 2백 마리의 경쟁자를 제치고 '서포트 독(Support dog)'부문에서 우승했다.

베트남, 중국으로 팔려가는 태국의 개들

전통불교를 믿는 태국에서는 개를 먹는 것은 금기시되어 왔다. 태국에서는 주인 없이 돌아다니면서 동네 주민들에게 밥을 얻어먹으며 생활하는 거리의 개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람이 키우다가 버린 우리나라의 유기견과는 달리, 길에서 태어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마치 우리나라의 길고양이와도 비슷하다. 밥을 챙겨주는 집에서는 목에 실이나 리본으로 표시를 해 두기도 한다.

그런데 평화롭게 살던 태국의 개들이 베트남과 중국 등 개고기 수요가 높은 주변국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2011년 태국수의학협회(Thai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는 매년 50만 마리의 개가 식용으로 쓰이기 위해 태국에서 중국, 베트남으로 불법거래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소이독파운데이션의 설립자 존 댈리(John Dalley)에 따르면 거래되는 개의 98퍼센트가 주인이 있거나 돌보는 사람이 있는, 길들여진 동물이라고 한다. 태국에는 식용으로 개를 사육하는 개농장이 없다. 굳이 하루 두 번씩 먹이를 주면서 사육하는 것보다 남의 마당에서 훔치거나 길거리에서 포획하는 것이 비용이 훨씬 덜 들기 때문이다.

개장수가 약을 먹이거나 철사로 된 올무로 포획한 개들은 중간업자에게 우리 돈으로 만 원쯤 되는 가격에 넘겨진다. 종종 리트리버나 테리어 같은 품종견도 있다. 누군가의 반려견이었던 개들의 목에는 도살장에서 도살되는 순간까지 목줄이 걸려 있다.

죽은 개와 산개가 뒤엉킨 '지옥행 트럭'

전국에서 개를 한 가득 모아 실은 트럭은 라오스 국경지역인 북쪽으로 향한다. 태국 동북부 사콘나콘 주의 작은 마을인 '따 래(Tha Rae)'는 '백정마을'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약 150년 전부터 베트남 이주민들이 정착하면서 개를 잡아먹기 시작한 이곳에서는 인구 1만 5천 명 중 삼분의 일이 개를 훔치거나, 팔거나, 도살하는 일에 종사한다.

오는 길에 압사하거나 질식해 죽었거나, 지역에서 소비되기 위해 따 래의 도살장에서 도살되는 개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살아남은 개들에게는 다시 국경을 넘어 라오스를 거쳐 베트남과 중국으로 이어지는 길고 고통스러운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태국의 해군 관계자가 2013년 영국 가디언지에 밝힌 바에 따르면, 작은 개들은 라오스를 거쳐 베트남으로, 덩치가 큰 개들은 태국 북부의 반 팽(Baan Pheng)을 거쳐 중국으로 실려 간다. 한 트럭에 열 마리에서 열다섯 마리 가량을 넣은 닭장 백 개 정도가 실린다고 한다. 천 마리가 넘는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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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밀수하는 트럭. 태국에서 라오스를 거쳐 베트남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c)Soi Dog Foundation

소이독파운데이션은 지난 2009년부터 태국 정부당국과 국경을 넘는 개 밀수 트럭을 검거하는 활동을 해 왔다. 이들에 따르면 운반과정에서 뜬장 밖으로 비어져 나온 다리나 목이 잘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지가 잘린 개도, 눈알이 빠진 개도 모두 헌 옷가지처럼 구겨져서 트럭에 실린다. 며칠에서 몇 주 동안 물 한 방울 먹지 못하는 개들은 공포와 스트레스 때문에 고개를 돌릴 공간만 있으면 서로를 물어뜯는다. 피부병에 걸려 진물이 흐르고 상처에는 구더기가 끓는다.

태국에서 중국, 베트남으로 이어지는 개고기 산업은 이제 가난한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한 생계수단이 아니다. 국경을 넘나들며 인신매매, 마약밀수를 하는 범죄조직의 손에 넘어간 지 오래다. 메콩 강을 건너면 개 값은 순식간에 여섯 배에서 열 배까지 뛴다. 들어가는 자본도 없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잘 벌릴 때는 1년에 우리 돈으로 15억 원이 넘게 번다고 하니, 범죄조직의 입장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다.

검역이나 수출신고 없이 살아있는 동물을 타국으로 반출하는 것은 태국에서 불법이다. 2014년 태국은 최초로 동물복지법을 제정해 가축으로 지정된 종 이외의 동물을 도살하는 것을 금지했다. 최고 2년의 징역이나 4만 바트(Baht), 우리 돈으로 13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단속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미 뇌물로 매수된 관료들이 눈감아주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사 단속에 걸린다고 하더라도 처벌은 몇 개월의 징역형에 그치기 때문에 범죄를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고통스럽게 죽어야 맛 좋다" 잔인한 도살방법

살아남은 개들이 도착하는 베트남의 도살장에서도 인도적인 배려란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다. 소매상으로 넘길 때는 마르고 병든 개의 무게를 늘리기 위해 식도에 튜브를 꽂고 물이나 생쌀, 혹은 돌을 억지로 먹이기도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처럼, 베트남에서도 개가 고통과 공포를 느끼면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이 육질을 연하게 만든다는 속설이 있다. 도살장에서도 닭장에 구겨 넣어진 그대로 보관되다가, 도살될 때에 비로소 끌려 나온다. 보통 산 채로 쇠몽둥이로 두들겨 패거나 의식이 있는 채로 목을 따는 방법이 쓰인다. 네 발을 잘라 피를 흘려 죽게 하거나 산 채로 굽거나 끓는 물에 넣는 경우도 있다. 의식이 있는 채로 껍데기를 벗기는 일도 흔하다. 눈앞에서 다른 개가 도살되는 장면을 본 개들은 다음 차례는 자신이라는 것을 육감적으로 알아차리고 공포에 떤다.

베트남과 중국, 캄보디아에서도 개고기가 남성의 정력을 강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베트남에서는 개고기가 소나 돼지고기보다 비싼 고급 음식이다.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베트남에서는 몸을 덥혀준다며 겨울에 많이 먹는다. 그러나 전염병에 감염되고 위생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개고기 때문에 베트남에서는 매년 콜레라가 대규모로 발생한다. 2010년 베트남 보건국은 콜레라 감염자의 70퍼센트가 개고기 섭취로 인한 것임을 밝히고 하노이 시의 개고기 식당 60곳을 강제로 폐점시키기도 했다. 선모충증, 광견병 감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중국행 트럭에 실린 개들의 운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운송 도중에 트럭에서 죽은 개들은 걸러져 뼈와 내장을 제거하고 포장된다. 중국인들은 '통개'를 선호하기 때문에, 포장육 상태의 개고기는 냉동되어 밀항선 등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외국으로 수출된다. 매년 여름이면 우리나라에서도 냉동 상태로 포장된 중국산 개고기가 유통된다는 보도가 나온다. 2011년 국내 동물보호단체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개고기의 30퍼센트를 중국산으로 파악하기도 했다. 껍질을 벗긴 가죽으로는 골프장갑, 지갑 등을 만든다. 개의 가죽으로 만들었다는 라벨을 달지 않고 수출되는 경우가 많다.

본질적으로 비인도적인 개고기 산업, '문화적 차이'로 인정해야 하나

지난 6월 30일에는 소이독파운데이션이 트럭에서 구조한 개 열 마리가 캐나다행 비행기에 실렸다. 캐나다 동물보호단체 리쉬(LEASH)의 도움으로 밴쿠버로 옮겨진 동물들은 이미 가정을 찾았거나 자원봉사자의 가정에서 임시로 보호받고 있다.

그러나 반려동물로 새 삶을 찾는 동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보호소로 옮겨지는 길에 죽거나, 도착해서 병으로 죽는 개들이 상당수다. 태국 안에서는 품종견이 아닌 이상 입양 가정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자유롭게 살던 동물들은 평생을 보호소 철창 안에서 살아야 한다. 심지어 검역기관에서 거리로 돌아가 다시 개장수에 팔려서 똑같은 과정을 겪거나, 이송 과정에서 다시 밀수업자들에게 넘겨지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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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캐나다 동물보호단체 LEASH 의 도움으로 태국에서 캐나다로 옮겨진 댈러스. 한 쪽 눈이 빠지고 턱과 이빨의 부상으로 혓바닥이 옆으로 빠지는 장애를 얻었다. 현재 임시보호가정에서 보호중이다. (c)LEASH

2013년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4개국 정부와 동물보호단체연합은 하노이에서 만나 5년간 네 국가 간의 살아있는 개 거래를 금지하는 모라토리엄을 시행하는데 동의했다. 존 댈리 대표에 따르면 정부와 민간단체가 협력해서 지속적으로 밀수 트럭을 단속해 온 때문에 큰 규모의 밀수는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단속을 피해 작은 규모로 밀수가 이루어지거나, 국경을 넘기 전에 개를 도살해 밀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이독파운데이션은 태국 정부에 개를 밀수하는 범죄조직을 소탕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한 서명운동에는 영국의 배우인 주디 덴치(Judy Dench), 코미디언인 리키 저바이스(Ricky Gervais) 등 유명인들도 나서서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개를 먹는다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의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개고기를 소비하는 나라뿐 아니라 서구사회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소, 돼지 등 이미 가축화된 동물들과 차별하는 것은 종(種)차별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철학적 논쟁이나 문화적 차이를 논하기 전에 주목해야 하는 사실이 있다. 아시아의 개고기 시장은 이미 불법행위와 동물학대가 깊게 뿌리박은 산업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사회문제들과 마찬가지로, 이제 한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인신매매처럼 국경을 넘나들며 조직화되고 대형화되었다.

동물을 절도하고, 학대하고, 불법적으로 유통·도살하고, 공중보건까지 위협하는 개고기 산업. 단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인정하고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는 동물들에게 씌어진 고통의 굴레가 너무나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