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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공장 없애랬더니 육성하겠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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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sh K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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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반려동물, 할랄·코셔, 스포츠, 가상현실 등 5개 분야를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월 SBS 동물농장에 동물생산업체, 일명 '강아지 공장'의 현실이 방영되면서 공분을 일으킨 지 한 달 만에, 국민들은 또 한 번 뉴스를 보고 '멘붕'에 빠져야 했다. 한 인터넷 사용자는 '개 공장을 없애라고 했지, 누가 육성하라고 했나'라며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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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현재 미신고 상태에서 비인도적으로 운영되는 동물생산업장을 현행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생산시설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개체관리카드를 온라인에 등록해서 구매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한다. 생산업 자체를 없애기 어려운 현실에서 제도권으로 포함시키기 위한 올바른 수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반려동물산업육성계획이 경악스러운 이유는 애초부터 그 목적이 비정상적으로 불어난 산업 안에서 일어나는 동물학대와 과잉 공급으로 인한 유기동물 문제 등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벼랑 끝에 몰린 동물들을 돈벌이 도구로 보고, 산업의 덩치를 불려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고자 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반려동물 경매장'

정부의 계획 중 눈에 띄는 것이 반려동물 경매업을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경매장 시설기준을 마련하고 허가받은 생산업자와 등록된 판매업자만 경매 참여를 허용한다고 한다.

현재 생산업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은 경매장을 거쳐 판매업자, 일명 '펫샵(pet-shop)'으로 유통된다. 애견경매장은 생산업이나 판매업 사업자 등록증을 가진 사람만 출입이 가능하고 일반인이나 언론에는 철저히 폐쇄되어 있는 구조다. 작고 예쁜 품종견이 비싸게 팔리는 것은 당연하다. 팔리지 않는 잉여동물은 새끼를 낳는 모견으로 쓰이거나, 심지어 식용 개농장으로 유통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업자 사이에 경매에 붙이는 경매장은 서구권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시스템이다. 영국 정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강아지나 고양이를 구매할 경우 반드시 허가를 받은 생산업자(브리더)의 시설을 직접 방문해, 강아지가 어미개가 생활하는 환경과 같은 배에서 난 새끼들을 소비자가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기를 장려하고 있다. 동물을 번식 또는 판매하려면 먼저 조사관과 공수의사가 시설을 방문해 적절한 사육 환경을 갖추었는지, 사료·물·휴식처는 잘 제공되는지, 충분한 운동을 하는지, 질병에 감염될 위험은 없는지를 판단한 후 허가를 내 준다. 허가는 1년간 유효하기 때문에 매년 갱신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최근 어미개(고양이)를 소유하지 않는 제3자가 동물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개월 동안 10만 명이 넘게 서명한 서명결과가 국회에 전달되었다. 브리더와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펫샵, 수입업자, 인터넷 판매자 등 중간업자들이 비용은 최소화하려 하고, 자동적으로 동물의 복지수준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의 미약한 학대·처벌기준으로는 동물을 생산, 유통, 판매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물학대를 막을 수도 없다.

반려동물 경매업은 신설해서 규모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 유통구조에서 제외시킬 단계적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산업이다. 또한, 밝힌 대로 시설 개선 자금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대신, 동물복지를 보장할 수 있는 선진국 수준의 생산업장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에 부합할 능력이 되지 않는 업장은 도태되도록 해야 한다.

'가정 분양' 속이고 판매하는 온라인 동물판매

동물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내용도 비판을 받고 있다. 판매업 등록을 한 업체는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넷에서 반려동물을 판매, 구매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난 동물을 거짓사진을 올리고 가정에서 태어난 동물인 것처럼 판매하는 업자들도 많다. 인터넷에서 강아지, 고양이를 분양받았는데 전염병에 걸렸다거나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고 하는 피해 사례도 속출한다.

지난 2013년 미국은 '반려동물소매업(Retail pet store)'의 정의를 구매자, 판매자, 동물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규정하는 내용으로 동물보호법을 개정했다. 2010년 반려동물생산업과 판매업 실태조사에서 비위생적이고 비인도적인 시설에서 동물을 번식해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판매자들이 적발되었기 때문이다. 네 마리 이상 동물을 소유하고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사람은 판매자가 아닌 생산업자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생산업 기준에 맞는 시설을 갖춰야 하고, 조사관의 실사에도 응할 의무가 있다.

판매업 등록만 가지고는 온라인에서 동물을 사고팔면서 불거지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다. 그렇지 않아도 충동적으로 생명을 구매하고 쉽게 버리는 풍조가 만연한 사회에서, 물건 사듯 동물을 쇼핑하게 하는 온라인 동물판매는 허용이 아니라 규제해야 할 대상이다.

지금 동물에게 필요한 것은 '육성법' 아닌 '보호법'

상업적 목적으로 반려동물을 생산, 판매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 금지하거나 규제를 늘려나가는 추세다. 로스앤젤레스 시의회는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상업적 번식업자가 생산한 개, 고양이, 토끼의 판매를 임시로 금지했고, 지난 4월 만장일치로 법안을 영구적으로 시행한다고 결정했다. 생산업자로 허가를 받은 시설에서 태어난 동물들도 판매가 금지됐다. 대신 브리더 자격증을 소유한 개인이 번식한 동물이나 비영리단체, 보호소에서 제공받은 동물은 판매할 수 있다. 기존에 운영되던 펫샵들은 반려동물 용품이나 유기동물 입양행사 등을 개최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이어나가는 추세다. 지난 3월 보스턴 시의회도 동일한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에만 100개가 넘는 시에서 반려동물 판매금지법을 시행했거나 시행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산업장의 숫자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4천6백 곳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한다. 인구수가 우리나라의 6배에 달하는 미국에서도 올해 5월 기준으로 반려동물 생산업장으로 허가를 받은 곳은 총 1,756곳이다. 브리더 자격증을 받은 개인까지 합쳐도 5천 명이 안 된다. 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상업적 번식시설, 퍼피밀(puppy mill)은 없어져야 할 사회악으로 인식된다.

지금 우리 정부는 반려동물 100만 시대라고 콧노래를 부르며 돈 좀 벌어볼 계획을 짤 때가 아니다. 동물보호단체의 집계에 따르면 전국 20개의 경매장에서 매주 5천8백 마리, 연간 30만5000마리의 강아지들이 쏟아져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작년에 정부가 운영하는 보호소에 들어온 유기동물의 숫자만 8만2천 마리다. 총 123억 8천만 원의 세금이 유기동물 처리에 들었다.

이번 반려동물산업육성계획은 번지수를 완전히 잘못 찾았다.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반려동물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법이 아니다. 음지에서 동물들이 받는 고통을 막을 수 있는 법이다.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동물들의 숫자를 줄이고, 책임감 있게 기를 수 있는 사람들만 반려동물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불합리한 규제는 개선'해서 산업을 '육성'하겠다니. 거꾸로 가는 동물복지 시계를 제 방향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