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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스토리 <1> | 사랑을 이해하는 인공지능 '진저'를 내놓은 스캐터랩의 김종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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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신한 아이디어 혹은 독특한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 소셜벤처 등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연재는 2~3주 간격으로 계속됩니다. 코너를 진행할 소설가 홍형진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2010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습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예술의전당 등에 칼럼을 기고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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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문자메시지 같은 걸 분석해서 상대가 날 좋아하는지 아닌지 알려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히트할 것 같지 않아요?"

2007년 말 즈음으로 기억한다. 조직행동론 수업에서 만난 스캐터랩의 김종윤 대표는 내게 이리 물어왔다. 난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재미있어 보이긴 하지만 크게 흥미가 동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3~4년 남짓한 시간이 흘러 우리는 다시 만났고 그는 내게 그 서비스로 갓 창업을 한 상태임을 알려왔다.

2013년 3월에 그는 카톡감정분석 앱 '텍스트앳'을 발표했다. 재미삼아 보는 궁합 등이 아니다. 수억 개(현재는 12억 개)의 표본을 기반으로 만든 독자적인 알고리즘을 활용해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을 분석함으로써 상대의 감정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문장을 형태소별로 분석함은 물론이고 비표준어, 은어, 띄어쓰기, 이모티콘 등에도 일일이 대응했다. 답변 간격, 누가 대화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지 등의 패턴 또한 분석에 활용된다.

베타 버전을 내놓자마자 30만 명의 가입자가 한꺼번에 몰렸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의 폭주에 한바탕 홍역을 치른 후 보완 작업을 거쳐 정식버전을 출시했다. 이내 '대한민국 모바일앱 어워드 2013' 4월의 으뜸상을 수상하고 '2013 모바일 창업 코리아(슈퍼스타M)'의 결승전에도 진출했다. 관심은 해외에서도 이어진다. 작년 '재팬부트캠프'에 참여한 텍스트앳은 '더 브릿지'의 이케다 마사루 편집장과 '테크인아시아'에 의해 가장 흥미로운 한국 스타트업으로 선정되었다.

최근엔 커플앱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비트윈'과의 협업으로 신작 '진저'를 내놓으며 사실상 시즌2에 돌입했다. 연인 간에 주고받은 메시지를 분석해 각자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인공지능 앱이다. 특별한 의식 없이 평소처럼 메시지만 주고받으면 그를 분석해 여러 정보를 제공해준다. 두 사람의 일상이 자동으로 정리되는 커플 다이어리 또한 이색상품이다.

'메시지를 기반으로 한 감정분석'과 '데이터를 활용한 연애도우미'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분야이다. 김종윤 대표는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를 얻었고 또 어떻게 사업화해서 전개했을까? 그리고 그는 어떤 인물이며 어떻게 오늘을 살고 있을까? 김 대표와의 대화를 위해 광진구 벤처창업지원센터의 스캐터랩 사무실을 방문했다. 마침 밸런타인데이 전날이어서 모든 직원이 이벤트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인근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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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업의 계기와 과정

- 다른 여러 인터뷰에서 사회학과 수업을 계기로 창업에 착수하게 되었다고 간략히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 사회학을 이중전공하게 된 특별한 이유도 혹 있거든 알려 달라.

"사회학을 이중전공한 건 지금의 여자친구 때문이다. 재미난 이야기를 종종 해줘서 흥미를 느꼈다. (웃음) 사실 경영학과 특유의 얄팍한 분위기를 싫어했다. 그저 PPT만 잘 만든다고 해야 되나? 깊이 없이 이것저것 표면만 훑는다는 느낌에 나와는 안 맞았다. 기억에 남는 수업은 다섯 개 정도가 고작이고 경영학과에서의 내 공부는 그저 학점을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사회학 공부는 너무 재미있어서 3~4학년 땐 학교 가는 게 설렐 정도였다. 특히 수리적, 통계적 접점이 있는 분야를 좋아했다.

창업의 계기가 된 수업은 '사회조사연습'이다. 한 학기짜리 프로젝트가 있었고 거기서 '문자 메시지와 이성적 호감도의 상관관계 분석'을 주제로 삼았다. 몇 년 전에 이미 떠올린 아이디어인데 현실적인 방법을 몰라서 묵혀두고 있던 걸 수업을 계기로 끄집어낸 것이다. 프로젝트 수행과 데이터 수집을 한꺼번에 해결할 참으로. (웃음) 1,800명 조금 넘는 인원에게 각자 최근에 두 명의 이성에게 보낸 메시지 하나씩을 수집하며 상대에 대한 실제 감정까지 물어보았다. 분석해보니 나름의 패턴이 보였고 결국 창업에까지 이르렀다."

- 프로젝트에서 발견한 패턴이 실제로 어떤 건지 궁금하다.

"당시엔 세세한 분석까진 할 수 없었고 정교한 분석은 텍스트앳을 만들며 가능해졌다. 아주 다양한 패턴이 있는데 그중 많이들 쓰는 ㅋ와 ㅠ를 예로 들어보겠다. 일단 ㅋ은 남자가 여자보다 16.4%, ㅠ는 여자가 남자보다 28.9%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애정도와 엮이면 변화가 생긴다. 여자의 경우는 관심 있는 사람에게 ㅋ의 빈도를 13.5% 줄였지만 남자의 경우는 소폭이나마 늘렸다. 대신 여자는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ㅋ을 스티커나 이모티콘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ㅠ는 남녀 모두 애정도와 양의 상관관계를 가졌다. 남자의 경우도 32%, 여자의 경우도 21% 늘었다. ㅠ가 상대방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얘기가 나온 김에 남자들에게 팁을 하나 주겠다. 데이터에 따르면 여자들이 싫어하는 톡 습관 중 하나가 ㅋ/ㅎ을 하나만 쓰는 걸 남발하는 행위이다. 그건 메시지를 가벼워보이게 하고 때론 찌질하게 보이게까지 한다. 실제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ㅋ/ㅎ을 하나만 쓰는 비중이 높은 남자에 대한 여자의 애정도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최대 10%까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즉 여자들은 남자가 ㅋ/ㅎ을 하나씩 남발하는 걸 싫어한단 뜻이다. 반면 ㅋ/ㅎ을 하나만 자주 쓰는 여자에 대한 남자의 애정도는 그다지 감소하지 않았다."

보았듯 김 대표는 메시지 안에 감정이 숨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실제 표본수집과 분석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그리고 수치화, 모델화하며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제 이것이 어떻게 사업으로 진행되는지를 물어보자.

- 패턴을 보았다고 해도 덜컥 창업에 이르기는 쉽지 않았을 듯하다. 어떻게 진행됐나? 특별한 위기 같은 건 없었나?

"맞다. 처음엔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막연한 아이디어 상태였다. 그런데 그 아이디어가 2011년에 '예비기술사업자'라는 정부지원 사업에 선정되며 그제야 법인화에 착수했다. 법인이 아니면 7천만 원을 지원받지 못한다고 하니까. (웃음) 정말 아무 것도 없이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친구 둘을 끌어들여 세 명이서 시작했다. 텍스트앳 출시까지의 1년 반 동안 메시지 표본을 수집하며 알고리즘 제작에 매달렸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역시 출시 직후다. 30만 명이 폭주하며 난리가 났었다. 하루에 7만 명이 몰리는 그런 상황은 전혀 예상 못했었다. 서버가 다운되고 분석 정확도도 하염없이 떨어지며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 정도로 큰 트래픽과 데이터를 다룰 만한 역량과 경험이 우리 세 명에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굉장히 큰 운이 따랐다. 옆 사무실의 다음커뮤니케이션 엔지니어 두 명이 합류해 문제를 해결하고 대폭 업그레이드해준 것이다. 원래는 한 달만 함께할 계획이었는데 우리 아이템이 맘에 들고 사람들도 서로 잘 맞고 그래서 그냥 죽 함께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렇게 다섯(+인턴 2명)이서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정말 운이 따랐다."

- 천운이 따른 듯도 하고 인연이 닿은 듯도 하다. 이후 사업 확장은 어떻게 해나갔나? 특히 투자자를 어떻게 유치했는지에 대해 듣고 싶다.

"사실 꽤 오래 고생했다. 초기의 텍스트앳은 트래픽만 높을 뿐 실제 매출은 그렇지 않았다. 출시하고 반 년 즈음 후에는 잔고가 거의 0원이었다. 내가 추가로 천만 원, 다른 개발자가 오백만 원을 꽂아야 할 정도였다. 절박한 마음에 조언해줄 사람을 찾던 중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공동 창업자인 이택경 프라이머 대표를 만나게 됐다. 다음에서 합류한 엔지니어 둘을 통해 알음알음 이야기가 퍼져 소개받게 된 것이다. 원래 투자 목적까진 아니었고 조언이라도 좀 받아보자는 심산이었다. 2013년 9월의 일이다.

첫 반응은 신통찮았다. 사실 텍스트앳을 설명하는 과정이 늘 그랬다. 연애감정을 분석한다고 하면 대부분 '그게 무슨 애들 장난 같은 서비스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렇게 헤어졌다. 그런데 주말에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검토하다보니 흥미가 생겼다며 다시 만나자고 했고 그게 투자로까지 이어졌다.

1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프라이머는 원래 제품 출시 이전 상태에서 5천만 원 이하만 투자하는데 우리에겐 개인 자격으로 1억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의 첫 개인투자였고 액수도 이례적으로 컸다. 그러니까 우리 아이템에 꽂힌 것이다. 벤처투자라는 게 사실 이런 경우가 많다. 완벽히 합리적이지도 않고 그때그때의 운도 많이 작용한다.

그 1억에 엔젤투자 매칭펀드 1억이 더해져 총 2억 원의 투자를 받게 되며 숨통이 트였고 바로 그 시점부터 매출도 오르기 시작했다. 이택경 대표는 지금도 자주 만나 많은 조언을 건네준다. 내겐 보통의 투자자가 아니라 마치 멘토와도 같은 존재다."

텍스트앳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두 차례나 겪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사람과 관련된 운이 따르며 타개할 수 있었다. 처음엔 엔지니어, 그 다음은 투자자이자 멘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낱 운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참신한 아이템과 일련의 기술 및 노력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후의 텍스트앳은 시장에서 소기의 성과를 얻었고 김 대표는 TV 프로그램에도 고정출연할 기회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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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로맨스가 더 필요해'의 '썸톡' 코너에 SNS 대화 전문가 역할로 8개월간 출연했다. 방송 경험은 어땠는지, 그리고 감정분석 앱을 개발한 사람이 바라보는 요즘의 연애 풍토는 어떤지 듣고 싶다.

"TV 출연은 재미난 경험이었다. 모든 것이 정량적 통계로 환산되어 제공된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분당 시청률이 집계되는 건 물론이고 언제 어느 채널에서 시청자가 유입됐고 어느 채널로 유출됐는지도 다 나온다. 패널들의 발언 이후의 반응까지 다 살핀다. 특정 패널의 발언 이후 시청률이 크게 떨어지거나 하면 그 패널은 잘리는 거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솔직히 들었다. 물론 따지고 보면 스타트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여하튼 그런 환경에서 프로그램 폐지 때까지 하차 없이 함께했으니 나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살아남는 게 전부인 세계니까. (웃음)

요즘의 연애 풍토? 글쎄, 난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썸'은 원래 있던 것 아닌가? SNS, 스마트폰 등으로 인해 관계의 폭이 넓어지고 확률이 증가함으로써 이름 붙은 것일 뿐 딱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일각에선 진지하지 않고 가볍다고들 하는데 그런 게 좋고 나쁨의 가치판단 영역인지는 모르겠다. 단지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일 뿐 아닐까?"

방송경험도 연애풍토도 통계와 확률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딱 그다운 대답이다.


2) 스캐터랩의 신작 '진저'

그럼 이제 스캐터랩이 내놓은 신제품인 '진저'를 알아보자. 텍스트앳이 나에 대한 상대의 감정을 분석해 알려주는 앱이었다면, 진저는 실제 연인 간의 소통을 돕는 도우미 성격의 앱이다. 커플앱 '비트윈'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으면 이를 분석해서 여러 정보를 제공하고 조언을 해준다.

김 대표는 별다른 의식 없이 대화를 나누기만 하면 자동으로 작성되는 '커플 다이어리'를 야심작으로 꼽았다. 최근에 어떤 대화들을 나눴는지 키워드를 제공하고, 상대가 원하는 바를 노출하면 기록해두었다가 유저에게 알려주고, 두 사람 사이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일상을 정리해준다. 또 소중하다고 판단되는 메시지는 별도로 저장해 추억을 계속 되새겨주기도 한다.

- 진저를 출시한 지 일주일 정도 됐다. 그간의 반응은 어떤가?

"정식 출시는 최근이지만 베타버전은 작년 말부터 서비스됐다. 그간 테스트한 사용자들에게 계속 피드백을 받는 중인데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이다. 베타버전을 쓰다가 최근에 아이폰으로 바꾼 한 고객은 진저가 외로울 것 같다며 빨리 아이폰 버전을 내놓으라고 전해왔다. (웃음) 지금은 안드로이드로만 서비스 중이다. 아이폰 버전도 최대한 빨리 제공하도록 하겠다."

인터뷰 후 김 대표는 716명이 답변한 설문지의 편집 없는 원본을 내게 송부해주었다. 확인해본 결과 실제로 호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진저의 서비스 성격을 알려주는 듯한 세 개만 추려보았다.

'마치 영화 'Her'의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위시리스트도 알아서 찾아내는 게 신기했어요. 우리 커플의 대화가 적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애착유형보고서가 저희 커플에겐 특히 도움이 되었어요. 그 덕에 왜 그동안 우리가 싸웠는지를 알게 되었고 서로를 이해해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어요.'

'상대방의 입장을 한 번 더 고려할 수 있게 해주는 조언기능이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내 행동을 돌아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거든요.'

도우미로서의 기능을 나름대로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진저에 대한 소개는 위 피드백으로 갈음하고 경영자로서의 김 대표가 자신들이 내놓은 서비스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들어보자. 그리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인지도 들어보자.

- 진저의 출시로 사실상 시즌2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경영자로서 텍스트앳과 진저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리고 진저는 커플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비트윈을 통해 제공되는데 이 때문에 대다수 사용자들은 비트윈의 독자적인 서비스로 알고 있는 낌새다. 실제 개발자인 스캐터랩 경영자로서 어찌 생각하는가?

"텍스트앳의 경우는 몇몇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일단 앱이 자체적인 완결성을 갖지 못했다.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등을 복사한 후 텍스트앳에 입력해 분석하는 방식인데 사실 모바일 시장에서 이런 건 말도 안 된다. 반면 진저는 완결성을 갖고 있다. 평소처럼 비트윈을 통해 대화만 나누면 되니 따로 긁어올 필요가 없다. 이 차이는 매우 크다.

또 텍스트앳은 오래 쓰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썸'은 고작해야 3개월이니까. 그러나 진저는 실제 연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된다. 베타버전 출시 이후 지금까지 계속적인 사용률을 집계해보니 이탈자가 그다지 없음을 확인했다. 모바일 시장에서 다운로드는 거의 허수나 마찬가지다. 다운로드 이후 잠깐 쓰고 마는 이들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건 얼마나 지속적으로 쓰느냐이다.

비트윈의 하위서비스로 인식되는 건 문제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우린 진저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길 원한다. 고객은 물론 업체까지. 스캐터랩은 텍스트 기반 감정분석이라는 서비스를 특정 업체에만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게 아니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좋은 업체가 있다면 얼마든지 더 함께할 의사가 있다."

- 그 이야기를 확대해 보자. 기존의 텍스트앳은 전형적인 B2C 모델이었다. 반면 진저의 경우는 비트윈과의 협업을 통해 B2B 성격도 아울러 갖는다. 텍스트앳의 기술을 응용하면 감정분석뿐 아니라 다른 분야로도 영역을 확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B2B 영업을 할 수도 있지 않나? 또 해외진출도 준비 중인데 연애 등은 일종의 문화적 현상이라 그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부분은 어떻게 극복할 건가?

"영역 확장에 대한 이야기는 VC(벤처 캐피털)로부터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의사가 없다. 연애감정분석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잘하는 분야이기에 여기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싶다. 난 완결성이라는 허들이 없어짐으로써 진저가 상당히 큰 시장에 진입했다고 본다. 커플은 다른 누구보다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소비도 많이 하는 집단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그렇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의 확실한 역량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야기한 대로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지만 현재의 기술력과 데이터라면 그를 극복하는 게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또 그간의 과업으로 얻은 학습효과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이번 진저의 커플 다이어리처럼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는 기능엔 문화의 영향이 거의 없기도 하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이성뿐 아니라 다른 관계로까지 대상을 확대할 생각은 있다. 그간 우리가 수집한 데이터엔 그 사람의 모든 일상이 다 녹아 있다. 이건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귀하고 가치 있는 것이다. 잘만 활용하면 다른 관계에도 얼마든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삶에 밀착된 서비스를 계속해서 만들어나가고 싶다."

- 해외진출 이야기가 나왔으니 계속 물어보겠다. 작년 '재팬부트캠프'에 참여한 한국 스타트업 중 가장 좋은 평을 받았다. 그때 특별히 느낀 점이 있는가?

"경쟁 자체에 집착하거나 의미를 부여하는 성격은 아니다. '슈퍼스타M' 때도 그랬다. 그보다는 우리 서비스를 알리고 소개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솔직히 쉽지는 않았다. 앞서도 말했듯이 짧은 시간 안에 우리에 대해 소개하는 게 만만치 않다. 실제로는 언어학, 통계학, 심리학, 사회학, 공학 등이 모두 얽혀 있지만 사람들은 가볍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대박이라는 반응과 애들 장난이라는 반응이 극명히 나뉠 만큼 호불호가 아주 강하다.

일본의 스타트업 전문 잡지인 '더 브릿지'의 이케다 마사루 편집장이 가장 흥미로운 업체로 우리를 꼽았다. 그러나 그런 전문가들의 피드백보다는 사용자들의 피드백이 우리에겐 더 소중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 진저의 가격 체계와 향후 발전방향 등이 궁금하다.

"현재 기본적으로는 무료로 제공되고 보고서 등의 영역만 유료(2천 원)로 제공된다. 분석에 집중한 텍스트앳은 거의 유료에 가까웠지만 진저는 다르다. 사실 텍스트앳의 경우 의외로 사람들이 유료 결제를 많이 해서 나 스스로도 조금 놀란 면이 있다. 아무래도 '썸'의 단계에서 상대의 감정을 알고픈 욕구가 그만큼 컸던 때문인 듯하다. 지금 와서 보면 가격을 조금 더 높게 책정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관건은 사람들이 이것저것 재지 않고 결제를 하게 만드는, 그러니까 이성을 마비시킬 만한 킬러 아이템을 제공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게 과제이자 발전방향인 셈이다."


3) 내적동기에 이끌린 김종윤 대표, 그리고 스캐터랩이 추구하는 가치

김 대표 이력서의 표면은 깨끗하다.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그리고 스캐터랩 창립. 다른 회사생활 경험 같은 게 전혀 없다. 하지만 이력서의 이면엔 이야깃거리가 좀 있다. 음악웹진 '스캐터브레인'을 창간해 계속 운영해왔으며 다음 등의 매체를 통해 음악평론 활동도 해왔다. 그 이야기들을 한번 나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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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캐터브레인 특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컬트/키치적인 말투나 정서, 감성 등이 데뷔작 텍스트앳과 상당히 닮았다는 느낌이다. 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대학 1학년 1학기를 마친 시점에 1년간 영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아버지의 해외연수에 가족 모두가 함께하기로 결정했었다. 덕분에 동생은 고등학교를 1년 꿇었다. (웃음) 거기서 지내는 동안 잡지와 음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는데 특히 잡지를 다량으로 구독했다. 'NME', 'Q' 등등. 한국 잡지에 가득한 허세 등이 없이 다들 너무 재미나고 웃기며 또 신랄해서 좋았다. 그래서 싸이월드에 '뉴스 오브 락'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현지의 잡지를 번역해 올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노가다였지만 그냥 재미있어서 시작한 거다. 지금도 외국에 갈 때면 잡지를 잔뜩 산다. 특히 '뉴요커'는 정말이지 최고의 잡지다. 버릴 내용이 없다. 텍스트앳도 뉴요커에 한 차례 언급된 바 있다. (필자 주 : 뉴요커는 'The Love App'이라는 기사에서 텍스트앳을 한국의 디지털 연애 라이프를 규정짓는 서비스 중 하나로 지목했다.)

결국 2009년에 웹진 '스캐터브레인'을 만들었다. 콘셉트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처음엔 누구나 필자가 되어 글을 쓸 수 있는 오픈웹진을 지향했지만 결과적으론 그리되진 못했다. 자발적으로 기고한 글들을 선별해 싣는 방식이었는데 퀄리티가 천차만별이어서 결국 검증된 몇몇 필진 중심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지금도 사람들이 보내온 글들이 빼곡히 쌓여 있지만 실을 만한 게 그다지 없다. 한창 열심히 운영하던 땐 매일 1,500~2,000명이 들어와서 읽곤 했다."

- 해외 아티스트 인터뷰를 참 많이 했던 걸로 안다. 특별한 에피소드나 느꼈던 점이 있는가.

"기자가 질문지를 만들어 주면 내가 인터뷰를 진행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질문지 수준이 너무 낮아 당혹스러울 때도 가끔 있었다. '새 앨범 수록곡 중 특히 좋아하는 곡은?', '당신 음악을 ○○ 장르라고 부르는데 어찌 생각하는가?' 등은 아티스트들이 가장 싫어하는 질문이다. 싫어할 걸 빤히 알면서 질문하는 입장이어서 좀 그랬다. 반면 뷔욕(Björk) 같은 경우는 기억에 남을 만큼 최고의 인터뷰를 한 아티스트다.

인터뷰는 지금도 가끔 한다. 돈 때문이 아니라 얘기하면서 느끼는 게 많아서. 일정 수준에 다다른 사람만의 내공이랄까? 그런 건 분야가 달라도 영감이 된다. 클래식 DVD의 보너스 영상도 몇몇 번역했는데 역시 마찬가지다. 구스타보 두다멜 같은 지휘자가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는 도취된 모습으로 왜 그 음을 그런 식으로 해석했는지를 설명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자극을 받는다."

- 자기 세계에서 자기만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데 크게 의미를 두고 또 스스로 고양된다는 느낌이다. 본인은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돌이켜보면 그런 기질이 있었던 것도 같다. 어릴 때부터 게임 만드는 걸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프로야구 소재의 종이게임을 만들어서 동생과 잘 놀았던 기억이 있다. 주사위를 던져 2와 5가 나오면 안타라거나 하는 식이었다. 고등학교 땐 내가 주인공인 뮤지션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기도 했고. 그런 알고리즘 자체를 흥미로워했다. 통계에 대한 관심 또한 원래 컸고 지금도 그런 걸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제일 좋아한다. 메이저리그 시뮬레이션인 '아웃 오브 더 파크'는 2014년부터 시작해 2700년까지 돌린 적도 있다. (웃음)"

원래 알고리즘 만들기를 좋아했고 통계에 대한 관심도 지대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스스로의 재미를 중시하고 그것이 핵심동인이라는 것 또한 여실히 묻어난다. 흔히들 말하는 힙스터, 오타쿠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 당신에겐 힙스터, 오타쿠 성향이 다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었고 또 성과도 냈다고 보는데 여기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가? 또 그런 성향은 비즈니스에 어떻게 기능한다고 보나?

"인정한다. 그러나 경영이나 사업은 물리학과 달라서 절대적인 인과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떨 때는 장점이 되던 것이 어떨 때는 실패의 결정적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유연하고 한 우물만 판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논리적으론 말도 안 된다. 근데 이 바닥 생리로 보면 또 말이 되는 구석이 있기도 하다. 정답이 없으니까 그런 게 아닐까?

힙스터, 오타쿠 성향은 그 분야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심리를 강하게 갖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스스로의 자존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일정 비율 이상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 비율에 대해선 개체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이유에서 태도 견지의 관점에선 아주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힘든 환경을 버틸 수 있는 내적동기를 부여해준다는 말이다. 정말 좋아서 하는 것이고 그를 통해 인정받고 싶어 하니까."

- 좋아서 한다고 말했다. 일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혹 그중에서도 특별히 좋았다고, 혹은 의미 있었다고 여기는 대목이 있는가 ?

"텍스트앳의 서비스 중에 '고민고민 우체통'이라는 게 있다. 연애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담아 편지를 띄우면 답장을 해주는 포맷인데 놀랍게도 사람들이 정말 길고 따뜻하게 답변을 해준다. 보통 익명의 온라인 고민상담은 죄다 틱틱대고 욕만 가득하기 일쑤인데 우린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감동적일 정도다.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다.

그래서 이를 두고 현재 논문을 하나 준비하고 있다. 창업의 계기가 된 '사회조사연습'을 지도하신 연세대 사회학과 강정한 교수님과의 공동 작업이다. 원래 수학을 전공하신 분이라 교점이 많고 그간 자문도 얻어왔다. 논문에 대한 세세한 내용은 밝히기 힘든 부분이 있으니 양해 바란다."

-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데 뿌듯해하는 모습이다.

"그렇다. 결국은 그게 우리의 비전(vision)이다. 난 우리 서비스가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개인 차원에서의 조언은 아무래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개인의 경험이나 가치관으로 인한 편향(bias)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수많은 사람들의 방대한 데이터로 도출된 알고리즘에 의한 조언은 그보다 한층 객관적이기에 분명 의미를 갖는다.

이런 가치는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 같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땐 가치고 뭐고 없었다. 그냥 그게 재미있어 보였고 또 정부에서 지원해준다고 하니까 시작한 거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텍스트앳과 진저가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정말 도움이 됐다는 피드백을 접하며 가치를 깨달았다.

인간의 행복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난 '가까운 이들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 하는 일이 사람들이 더 좋은 방향으로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가치인 듯하다. 일을 하면서 찾은 가치."

김 대표는 '관계'를 통해 스캐터랩의 비전과 가치를 표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캐터랩의 조직구조 및 유대감은 어떻게 형성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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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 분위기가 남다르다. 인디 록밴드 음악이 흐르고, 몇몇 직원은 이어폰을 끼고 듣고픈 음악을 듣고, 레고나 인형은 물론 기타 등도 여기저기 널려 있다. 평등한 관계에서 즐겁게 일하는 것을 추구하는 듯하다. 대표를 포함한 모든 직원들의 지분이 동등하다는 이야기도 다른 인터뷰를 통해 접한 바 있다.

"자연스럽게 그리 흘렀다. 원래 친구들과 시작한 데다 그 과정 자체도 계획적이진 않았다. 지분에 대해서도 이리저리 재고 고민하는 단계가 애초 없었다. 그냥 그렇게 시작됐다. 어떤 사람과 어떻게 일하는가가 내겐 더 중요했다. 다행히 지금까진 잘 해왔지만 한편으론 소규모(정직원 5명, 인턴 2명)였기에 가능했던 면모도 있다. 충원 후엔 체계화 단계를 거칠 가능성도 있다. 일의 재미와 즐거움이라는 본질을 유지하며 성장도 할 수 있도록 늘 고민하고 있다."

- 마지막 질문이다. 얼마든지 다른 안정적인 삶을 선택할 수 있으면서도 스타트업이라는 모험에 뛰어들었다. 그를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선택을 한 적이 없다. 정말 어쩌다 보니 이렇게 온 거다. 타고난 성향이 나침반처럼 나를 이끌었지 내가 무언가를 선택하진 않았다. 그렇기에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해선 뭐라 할 말이 없다. 다른 가능성을 놓고 크게 고민을 해본 적 자체가 없다.

난 기본적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크게 우울해본 적도 없고 지금도 딱히 부족한 걸 못 느낀다. 일도 사람도 프로젝트도 다 좋으니까. 물론 힘들기야 하지만 힘든 게 곧 불행한 건 아니지 않은가. 지금 하는 일이 재미있고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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