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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들려주는 도서정가제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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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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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이면 도서정가제가 확대 시행된다. 이에 대한 여론은 확고하다. 입을 모아 '제2의 단통법'이라고 부르며 마치 '공공의 적' 취급을 하고 있다. 책값이 일괄적으로, 그것도 정부의 정책에 의해 오르니 소비자 입장에서 당연히 화가 날 일이다.

하지만 오늘 난 그와는 조금 다른 시선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도서정가제에 대해 차마 어떤 의견도 내놓지 못하고 침묵을 지키는 이들, 바로 작가 및 출판사의 뜨뜻미지근하고도 씁쓸한 시선 말이다.

공급률의 함정

도서정가제 확대 시행의 취지로 주로 거론되는 것은 '동네서점 살리기'이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가격경쟁력을 갖지 못해 시장에서 도태된 걸 구태여 살릴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야박하게 들리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싫든 좋든 우린 자본주의를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러나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좀 모호해진다. 시장논리로 이야기하기에 석연찮은 구석이 여럿 존재하는 때문이다. 제일 먼저 '공급률'을 언급할 수 있겠다.

공급률은 출판사가 서점에 납품하는 정가 대비 단가를 뜻하는데 대체로 온라인 서점에는 40~60%에, 동네서점에는 70~75%에 납품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이 동네서점을 완전히 잡아먹은 비결은 여기에 있다. 훨씬 싸게 납품받으니 자연히 대폭 할인이 가능한 것이다. 적립금도 주고 무료배송까지 해주니 고객이 몰린다. 고객 입장에선 온라인 서점이 혜택을 주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 대부분은 출판사가 부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반면 동네서점은 죽어난다. 70~75%가 단가이니 애초 할인 자체가 불가능하다. 임대료, 인건비 등에 카드 결제 시의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본전도 버겁다. 당연히 줄줄이 폐업이다. 통계를 보면 1994년에 5,683개였던 오프라인 서점이 2012년엔 1,752개로 줄었다.

공급률 차별을 바라보는 상반된 입장

그렇다면 출판사로선 왜 공급률을 다르게 해서 납품하는 걸까? 여기에 대해 온라인 서점 측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유로운 시장거래로 형성된 마땅한 균형이야. 훨씬 많이 구입하고 또 홍보효과도 있으니까 더 싸게 납품하는 건 당연하지."

반면 출판사 측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그렇게 안 주면 물량 자체를 받아가지 않으니 달라는 대로 주는 수밖에. 걔네 놓치면 출판 접어야 되는데 별 수 없잖아? 10%로 납품해서 물의를 일으킨 출판사도 있어."

두 주체의 입장이 극명히 나뉘는데 엄밀히 보면 모순이 있다. 한쪽은 자유로운 시장거래의 협상결과이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고, 다른 한쪽은 막강한 독점력 하에서 교섭을 한 것이기에 결코 자유로운 시장거래가 아니라는 입장이니까.

위탁판매제도와 어음거래

상충되는 두 입장 중 어느 편의 손을 들지는 당신의 자유다. 다만 나 개인적으로는 출판사 측에 좀 더 공감하는 편임을 밝힌다. 위탁판매제도와 어음거래 하에서 고통을 겪는 출판사를 워낙 많이 본 탓이다.

위탁판매제도는 납품 받은 도서 중 판매되지 않은 재고분을 서점 측이 그대로 출판사에 반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자연히 출판사로선 부담이 가중된다. 콘텐츠 제작뿐 아니라 판매에 대한 책임까지 홀로 다 떠안은 셈이니까. 5천 권을 납품했는데 그중 절반이 반품된다고 생각해보라.

이 리스크를 감안한 출판사의 대응은 크게 셋으로 압축된다. 첫째는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하는 것이다. 추후 폐지로 전락할 위험성을 감안해 가격을 올리는 건데 한 논문에 의하면 그 비중이 17%라고 한다. 책값의 17%가 위탁판매제도 하에서의 재고 부담이라는 뜻이다.

두 번째 대응 방식은 첫 인쇄분을 대폭 줄이는 것이다. 과거엔 3천 부 정도를 처음 찍었지만 지금은 천 부를 찍기도 쉽지 않다. 그보다 훨씬 적은 경우도 흔하다. 까딱하다간 죄다 재고가 될 수 있으니 일단 간을 보고 결정하자는 전략인 셈이다.

세 번째 대응 방식은 어지간하면 책을 안 내는 것이다. 당장 돈이 될 수 있는 콘텐츠 외엔 가급적 외면한다. 원고의 내용이 아무리 사회적으로 가치가 높고 추후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더라도 당장 팔릴 것 같지 않으면 책으로 만들지 않는다. 평가받을 틈도 없이 반품될 게 빤하니까.

위탁판매제도만 해도 출판사로선 죽을 맛인데 심지어 서점 측은 현금이 아닌 어음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게 관행으로 굳어졌다. 물론 규모가 큰 인터넷 서점 측이 어음을 펑크 낼 일이야 없겠지만 영세한 출판사로선 현금이 돌지 않으니 운영 자체가 버거워진다. 즉각 반응이 없으면 책을 반품 당하는 판에 그 대금마저 한참 후에야 주니 생존조차 어렵다.

위와 같은 배경 하에서 출판사의 수익증가율은 매년 물가상승률을 하회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쇠퇴하고 있음을 뜻한다. 사업체와 종사자의 수도 매년 감소일변도다. 책을 만든다는 자체가 미친 짓이 되어버린 것이다.

불똥은 작가에게도

출판사 사정이 이러하니 작가들에게도 타격이 있다. 온라인 서점 대문에 걸 수 있을 만한 기성유명작가 혹은 해외작가가 아니면 시장 진입조차 버겁다. 특히 신인들로선 매우 빡빡한 환경이다. 당장 팔릴 내용이 아니다 싶으면 원고 검토조차 제대로 못 받는 실정이다.

여기에 대해선 그냥 내 개인의 경험을 솔직히 말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난 2010년 10월에 등단했으니 정확히 4년 정도 됐다. 여기저기 글을 써왔지만 아직 단행본을 내지는 못했는데 사실 기회가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장편소설 계약 직전 단계까지 두 번 갔었다.

하지만 끝내 틀어졌다. 한 번은 인세를 후려치려고 들었다. 신인 작가에게 투자할 수 없는 환경임을 이야기하며 인세를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한 번은 인세 측에선 큰 문제가 없었지만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제작될 시 2차 저작권을 출판사가 다 갖겠다고 했다.

고민 끝에 모두 거절했다. 신인 주제에 고개 빳빳이 쳐들고 건방떠는 것일지라도 정당한 내 몫은 지키고 싶었다. 그런 내용을 소설에 담는 내가 정작 내 책 계약을 그따위로 하는 건 이율배반이기도 했다. 단행본 한 권 냈다며 자위하는 의미 외엔 없으리라는 생각에 끝내 거절했다. 그것이 영특하지 못한 선택일지라도.

물론 이를 두고 "네가 시장에서 확실히 먹힐 만한 글을 못 썼으니까 그런 거 아냐? 네 실력이 부족해 그런 건데 무슨 잔말이 많아?"라고 말하면 반박 없이 그대로 수긍하겠다. 아니꼬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분명 자본주의니까.

완벽한 공멸

보았듯 인터넷 서점이 시장을 지배하다시피 하는 실정이 콘텐츠의 생산자와 동네서점을 이 지경으로 내몰았다. 한데 웃긴 건 그런 인터넷 서점조차도 지금 죽을 판국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 글을 그쪽 관계자가 읽는다면 "왜 우리한테만 그래?"라는 푸념을 늘어놓을지도 모를 일이다.

공룡 교보문고가 작년에 적자를 냈다. 독서인구의 감소와 경쟁적인 폭탄할인이 겹쳐 빚은 충격적인 결과다. 교보문고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다 사정이 안 좋다. 출판사를 향한 쥐어짜기와 인터넷 서점들 간에 벌어진 출혈경쟁은 결국 생산자와 유통자의 사이좋은(?) 공멸로 귀결되었다. 민음사와 교보문고가 나란히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설마가 현실이 된 것이다.

고객 또한 손해를 입긴 마찬가지다. 시장 상황이 이와 같았기에 양질의 책 출간이 많이 줄었다. 대다수 출판사가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는 실정인지라 힐링, 자기계발 코드가 아니면 일단 난색을 표한다. 어떻게든 단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은 해외서적 번역의 질조차 떨어뜨렸다. 아마추어 집단이 번역한 고전 전집이 인터넷 서점 대문에서 싸게 팔리는 요즘이다. 여기에 낚인 부모들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본다. 자녀 책장에 뿌듯하게 꽂아준 그 전집이 한국어의 기초도 제대로 못 갖췄음을 알기나 할는지...

가격거품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재고 부담, 낮은 공급률, 폭탄 할인 등으로 인해 적정한 가격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고 있지만 영문을 모르는 소비자는 이에 현혹된다. 할인폭이 클 때면 왠지 횡재한 듯한 기쁨에 빠지기도 한다. 실제로는 원래 싼 책을 비싸게 책정한 후 많이 할인해주는 것일 뿐이지만.

도서정가제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도서정가제는 시장 개선의 시금석이 될 수 있을까? 낙관론자들은 도서정가제로 인해 출판계와 동네서점에 활로가 열릴 것이라고 말한다. 인터넷 서점과 동네서점의 가격이 어느 정도 비슷해지면 직접 책을 훑어보고 고를 수 있는 동네서점을 찾을 유인이 생기고, 출판계 또한 양질의 책을 좀 더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가격 또한 당장은 오르는 듯 느껴져도 시간이 흐르면 지금의 거품이 빠짐으로써 실질적으로 하락할 것을 예견한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요 감소에 주목하고 있다. 독서인구의 감소가 끼치는 타격이 도서시장에 치명적으로 작용하리는 견해다. 거품이 빠져 가격의 조정이 이루어지리라는 예견에도 고개를 저으며 일종의 하방경직성으로 인해 다시 내려오는 건 쉽지 않다고 본다. 국제유가가 내려도 주유소 유가는 요지부동인 그런 상황 말이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정말 동네서점과 출판계 등을 위한다면 위에서 이야기한 공급률, 위탁판매제도 등을 규제하는 편이 좀 더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않을까 싶긴 하다. 인터넷 서점에의 공급률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규제하는 대신 동네서점에의 공급률을 낮춰 균형을 잡는다든가, 위탁판매를 금지함으로써 재고의 리스크를 출판사와 서점 측에 분산시킨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맺으며

글이 길어졌다. 대부분 기사와 댓글의 방향이 너무 일방적인 듯해서 실제 시장 이면의 이야기를 한 번 들려주고 싶었다. 비판도 비난도 다 좋지만 그래도 '알고' 이야기하는 편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요약하자면 우리 도서시장은 그냥 비정상이다. 아니, 완전히 기형이다. 작가, 출판사, 인터넷 서점, 동네서점이 모두 공멸의 길을 걷는 통에 고객이 누릴 양질의 콘텐츠조차 줄어들었으니 이런 아둔한 시장이 또 있을까 싶다.

도서정가제가 과연 시장 개선의 해답이 될 수 있을지는 나로선 모른다. 다만 오늘 들려준 이야기를 기반으로 현명한 여러분의 고견이 모인다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모종의 희망만 품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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