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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혼밥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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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sYu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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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음식 칼럼니스트가 지난 4월 라디오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다. 일단 그가 '혼밥인'을 가리켜 '사회적 자폐아'라는 표현했다는 내용은 디스패치의 왜곡된 과장 보도임이 확인됐고, 현재 디스패치는 기사를 내린 상황이다. 한데 이를 감안하고 실제 대화 내용을 확인한 시점에서도 아쉬움은 여전하다. 혼밥을 소통 거부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잘못된 행위로 규정한 점, 그 논거로 노숙자를 제시한 점, '자폐'라는 민감한 용어를 경솔하게 활용한 점 등은 문제시할 만한 대목이다.

혼밥 행위 이면에는 다양한 이유와 양상이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성인이 되고 15년 이상을 1인가구로 살아왔을 뿐 아니라 2010년에 소설가로 등단한 이래 대부분의 시간을 프리랜서로 일했다. 자연히 누군가와 고정적으로 연을 맺고 일상을 공유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해 공부하고 글을 씀으로써 타인과 소통하려고 애써왔다.

그래서 타인의 삶을 자기 잣대로 뭉뚱그려 재단하며 자폐 운운하는 대화를 접하자 심기가 상당히 불편해졌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소통하기 위해 내 삶을 걸고 치열하게 오늘을 살고 있으며 혼밥은 그로 인한 일상의 한 단면이다. 이런 사람이 비단 나뿐일까? 삶의 결이 다양할진대 소통 거부, 자폐 등의 잣대를 함부로 들이미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황교익 씨가 '함께 식사하는 행위'에 유난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개인의 성향으로 얼마든지 존중하고, 그런 문화가 점차 사라져가는 지금의 세태를 아쉬워하는 심정 또한 이해한다. 하지만 혼밥을 잘못된 행위로 대하며 질병 내지 장애로 간주하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정말 그런 이들도 있겠으나 그런 양태가 혼밥의 주류라고 말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또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직장인 혼밥이 늘어가는 양상 이면에는 '강요되는 소통'에 대한 거부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히 이는 젊은 세대가 주로 겪는 고충이다. 대화나 소통을 빌미로 자기 이야기나 생각만 늘어놓는 '꼰대'가 연장자나 선임자라면 정말이지 미칠 노릇이다.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차라리 그런 사람이 자폐에 가깝다. 혼밥 문화가 그토록 우려된다면 '너희가 극복해야지!'라고 말할 게 아니라 함께 식사하기를 꺼리게 만드는 또 다른 문화를 비판하고 개선하는 게 어떨까 싶다. 이런 사안에서 개인을 문제시하는 사람과 밥을 먹으라면 난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혼자 먹는 길을 택하겠다.

나의 경우 최근 1년 9개월가량 직장인 생활을 했는데 바로 위의 이유 때문에 퇴사 직전을 제외하고선 같이 일하는 연하의 직원들에게 밥 먹자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꼰대를 혐오하는 성향임을 SNS에서 은근히 밝히는 나지만 어쩌면 일상에서의 나 또한 누군가에겐 그런 존재일 수 있으니까. 회사에 재직하던 시기의 나는 35~37세의 과장이었다. 나보다 어린 사원, 대리에겐 충분히 꼰대일 수 있는 입장이어서 밥 먹자는 말을 피했다. 해서 나는 혼밥 또한 의도에 따라서는 소통의 한 갈래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나는 점심식사의 80%가량을 혼자 해결했다. 식사에 이어 커피까지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는 게 몇 시간 일하는 것보다 더 피곤할 때가 많았다. 차라리 혼자 가볍게 식사하고 쉬거나 독서하는 편이 오후에 일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단언컨대 난 효율적인 선택을 했고 그 안에는 조금이나마 배려도 있었다. 소통을 거부하며 자폐 성향을 나타낸 게 아니라. 나는 건강한 혼밥인이라고 자부한다.

요약하겠다. 디스패치의 자극적인 왜곡 보도로 황교익 씨에게 과도한 인신공격이 가해진 건 엄연한 사실이다. 대중이 모든 건에서 일일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만큼 귀책사유는 디스패치에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확률은 미미하겠지만)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를 방패로 내세우며 당시 오간 이야기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는 데에는 썩 동의하지 않는다. 인신공격을 걷어내고 사안에 집중해 공론화하는 형태로 좀 더 이야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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