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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공모전에 대한 삐딱한 생각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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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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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공모전 이야기가 불거진 김에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몇 가지를 풀어본다. 아마 나뿐 아니라 많은 작가 내지 문청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듯하다.



1) 공모전 중복출품 허용

주요 문학 공모전의 요강을 보면 대부분 '다른 데 이거 응모하면 안 돼! 걸리면 너 아웃임!'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난 이걸 이해할 수 없다. 문학은 수학 등과 달라서 정답이 없고 일관된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 여기선 대차게 까여도 저기선 쪽쪽 빨릴 수 있는 게 문학이다. 중복출품을 허용해야 한다. 대신 수상을 통보받을 경우 자신이 출품한 다른 모든 공모전에 즉각 그 사실을 통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정도의 장치를 마련하는 게 어떨까 싶다.

2) 심사위원 중복배정 엄금

상술했듯이 문학엔 정답이 없다. 그런데 한 명이 이런저런 문학상의 심사위원을 꿰차는 건 문학의 다양성을 말살할 우려가 있다. 다양한 문학관과 심미안을 가진 이들로 심사위원을 다각화하는 방향이 옳다고 본다. 작가의 중복출품을 허용하고 심사위원의 중복배정을 엄금하면 공들여 쓴 작품이 더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평가받을 수 있다. 공모전의 취지가 좋은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는 것이라면 이편이 합당하지 않나? 지금처럼 파벌 논란에 시달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소견이다.

3) 최종심에서 탈락한 작가와 작품 미공개

이거 굉장히 웃긴 이야기다. A 출판사와 B 출판사가 각각 3월과 9월에 공모전을 치르는 상황에서 어떤 작품이 A 출판사 공모전의 최종심까지 올라갔다가 미끄러졌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그 작품의 수준은 상당히 높을 공산이 크지만 B 출판사의 공모전에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왜냐하면 A 출판사가 떨어뜨린 작품에 B 출판사가 상을 주면 B 출판사의 상이 A 출판사의 상보다 권위가 없는 것으로 보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최종심 진출이 오히려 낙인이 된단 뜻이다. 최종심에서 탈락한 작가와 작품을 아예 미공개하는 편이 차라리 나아 보인다.

4) 수상작 외에 굳이 비평이 필요한가?

어차피 수상작 외엔 공개되지 않는다. 한데 다른 최종심 작품을 두고 이리저리 품평해대는 걸 난 이해할 수 없다. 공모전의 특성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지 않은 이유 등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심할 땐 린치로 여겨질 정도다. 한 끗 차이로 작품을 세상에 내놓지도 못한 마당에 그런 말까지 들어야 하나? 고언을 해주고 싶으면 개별적으로 하자. 공개 기록의 형태는 때로 폭력일 수도 있다. 위에서 말했듯 낙인이 될 수도 있고.

5) 세대 차이를 인정하고 후배들의 작품을 존중해주쇼

솔직히 말하면 난 문학상 심사평을 읽으며 세대 차이를 느낄 때가 잦다. 내가 볼 땐 작품에 우리 세대의 어떤 감성이나 사상이 은근히 녹아 있는데 심사위원은 다른 데에만 초점을 두며 괜한 볼멘소리를 늘어놓을 때 그렇다. 심사위원 반열에 들려면 적어도 15년 정도의 업계 경력은 필요하다고 보는데 사실 그 정도면 그냥 다른 세대다. 서로의 감성과 사상을 알고 있고 또 이해한다는 자세는 한낱 오만에 불과하다. 단지 그러려고 노력하는 정도가 인간이 할 수 있는 고작이다.

6) 이건 그냥 시건방진 소리

난 심사받는 이들이 심사하는 이들보다 훨씬 글을 잘 쓴다고 본다. 모든 분야가 그렇게 진화해오지 않았나. 물론 다음 세대는 더 잘 쓸 테다. 단지 인정하려 들지 않을 뿐이지. 다들 그렇게 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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