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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책과 보수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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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21일(126회 분) TV조선의 시사 프로그램 《전원책의 이것이 정치다》를 시청하다가 귀를 의심했다. 방송 후반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의 자서전 내용 중 최근 논란이 된 '돼지 발정제' 문제를 화두로 꺼내면서 진행자인 전원책 변호사가 한 말 때문이었다.

"(웃으며) 사실 이거 아주 옛날이야기인데, 대학교 1학년 시절 이야기에요. (웃으며)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무엇이 그렇게 웃긴 것일까? 분명 그 사건은 '웃긴 해프닝'이 절대 아니었다. 게다가 전원책 변호사의 말은 마치 '아주 옛날 일인데, 이제 와서야 논란이 된다.'라는 뉘앙스와 함께 사안이 심각하지도 않은 별거 아닌 가벼운 사건처럼 치부하는 표현들이었다.

잠깐 의심했던 생각은 잠시 후 패널이었던 박상철 경기대학교 부총장의 발언 이후 답변으로 명확해졌다.

"이미 40년 전의 이야기인데, 그리고 성공한 것도 아니고, 실패한 범죄입니다."

그러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홍준표 후보의 '돼지 발정제' 논란을 별 것 아닌 사건처럼 여기는 것이 분명했다. 대담 프로그램의 사회자로서는 논란이 되는 당사자를 옹호하는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저나 지금까지 전원책 변호사는 자신을 '정통 보수'이며, 정치적 태도를 자유주의로서 밝혀온 바가 있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그는 자유주의적 관점과 모순된 '표현'을 했다는 사실이다.

최근 여성들이 '페미니즘 운동'을 하며, 누리고자하는 최종적인 목표는 해방이고, 자유이다. 그리고 여성 운동의 핵심은 성적 자기결정권의 쟁취에서 비롯된다. 바로 자유라는 가치에 기반한 운동인 것이다.

전원책 변호사는 스스로 《자유의 적들》이라는 책을 출간한 경력이 있을 정도로 평소 '자유'를 이야기했지만 정작 여성과 한 개인의 자유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홍준표 후보의 그 사건은 본질적으로 특정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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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로 흥하면 단두대로 망할 수 있다


사실 홍준표 후보는 국민보다 강간 미수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었어야 했다. 마찬가지로 전원책 변호사는 그 사건을 가볍게 치부해선 안 되었었다. 그러나 그들은 '진짜'가 아니었기에 그러지 않았다.

그들에게 자유란 허울 좋은 명분이었고, 제대로 된 보수인양 행세할 수 있는 장식용 이데올로기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내재화된 본질이 튀어나온 셈이었다.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스스로 자유의 적이 되어버린 한 변호사의 모습을 생각하면 말이다. 심지어 전원책 변호사는 '법조인'이었다.

돼지 발정제는 어쩌면 보수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준 계기가 아닐까 싶다. 보수란 가치를 띄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 될 준비조차 되지 않은 '욕망의 인간들'이 시험 받는 그런 시험대 같은 것 말이다.

재미있게도 며칠이 지난 오늘까지 전원책 변호사는 아무런 문제의식을 가지지도 않았고, 언론도 이 발언을 조명하고 있진 않다. 법률적으로도 어긋난 발언, 시민으로서도 그릇된 태도이지만 방송인으로서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았다.

전원책 변호사의 무도함이란 사실 말초적 욕망이 투영된 본질이다. 그리고 다른 시민을 동등한 이웃이 아닌 지배의 대상으로 여기는 천민자본주의와 맞닿아 있다. 어쩌면 그래서 그는 '자유'를 운운하며 시장을 이야기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제 그의 저서 《자유의 적들》이란 책은 '라면 받침대' 이외의 용도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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