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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의 기다림', 실패 이겨낸 경남 김형필의 멀티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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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프로축구연맹)

2016년 6월 5일, 해설을 맡았던 저는 경남과 부산의 K리그 챌린지 15R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 창원축구센터를 향했습니다. 경남 입장에서 부산전은 매우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창원과 잠실, 창원, 춘천, 양산을 3~4일 간격으로 오가야 하는 혹독한 일정 속에서 2연패에 빠졌기 때문에, 이번 홈경기에서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습니다. 또한, 2013년 3월 10일 이후, 부산전에서 7경기째 승리가 없는 징크스도 있었기에 어떻게든 설욕하고자 하는 마음도 컸습니다. 일정상 주전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경남의 슈퍼서브들이 얼마나 활약해줄지 내심 기대하며 저는 창원행 티켓을 끊었습니다.

저는 평소 선수들 개개인의 기본적인 프로필, 이력들을 포스트잇에 적어 중계를 준비하곤 합니다. 하지만 유독 한 선수가 다사다난한 스토리 탓인지 기억에 남았습니다. 올 시즌 김종부 감독을 따라 경남 FC로 이적한 김형필 선수가 주인공입니다. 3년 만에 다시 복귀한 프로 무대에서 얼마나 활약해줄지 궁금했었는데, 아직은 리그에서 골이 없더군요. 초반에는 주전으로 기용돼 골 사냥에 나서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던 듯 보이고, 최근에는 벤치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부산전도 그는 벤치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교체 투입된 김형필은 날아올랐습니다. 정말 미쳤습니다. 경기는 이른 시간에 터진 이호석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일찍 찾아온 체력 저하 탓에 부산에 2실점을 내준 경남이 1대 2로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후반전, 김형필이 투입되고 경기는 달라졌습니다. 86분, 진경선의 크로스가 수비를 맞고 나오자 집중력을 잃지 않고 밀어 넣어 동점 골을 터트리더니. 91분에는 안성남의 코너킥을 머리로 절묘하게 방향을 바꿔놓으며 역전 골까지 터트렸습니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나 다시 리드를 잡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5분 만에 1대 2로 지던 경기를 3대 2 승리로 바꿔버린 주인공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김형필이었습니다.

이 믿기지 않는 경기를 중계하던 저는 그저 놀랍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포스트잇에 적어둔 김형필 선수의 다사다난한 스토리가 떠올랐습니다. 조금이나마 중계 중에 그의 스토리를 소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긴박했던 상황에서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거 같아 내심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글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스토리를 알고 나면 그의 멀티 골 장면에서 더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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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유스 출신인 김형필 (사진 : 프로축구연맹)

전남 유스 출신으로 광양 제철고를 졸업한 김형필은 촉망받는 유망주였습니다. 지동원과 빅앤 스몰 조합을 이루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고, 팬들은 두 선수가 프로 무대에 입성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경희대학교 진학 후 2010년, 드디어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한 김형필은 7월 25일 부산전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했습니다. 데뷔전부터 활발한 움직임으로 눈도장을 찍더니 8월 21일, 지금의 소속팀인 경남을 상대로 데뷔 골을 터트리며 빠르게 프로 무대에 적응했습니다. 후반 89분, 0대 1로 끌려가던 상황에 터트린 귀중한 동점 골이었기에 인상은 더욱 강하게 남았습니다.

첫 골이 터지자 그의 득점포는 발동이 걸렸습니다. 이후 부산, 대전전에서도 연속골을 터트리며 데뷔 골부터 세 경기 연속골을 터트리는 놀라운 활약을 남겼습니다. 유스 시절부터 관심을 받아왔던 선수가 확실히 '흐름을 탄' 모습이었습니다. 모두 교체 투입돼 적은 출전 시간 동안 터트린 골이었기에 임팩트가 남달랐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한 신인 선수에게 운은 쉽게 따르지 않았습니다. 2010년 10월 9일 수원 원정 경기, 어렵게 얻은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발등에 큰 부상을 입어 그의 데뷔 시즌 활약상은 제동이 걸렸습니다. 부상을 당했음에도 10월 16일 인천전에 다시 교체로 나서긴 했으나, 이후 그는 그라운드 밖에서 재활에만 전념해야 했습니다. 불붙는 듯했던 상승세가 끊기고 나니 그의 자리는 점점 좁아졌습니다. 2010년 9월 4일, 대전전에서 세 경기 연속골 행진의 마지막 골을 터트린 후 다시 프로 무대에서 골을 넣기까지 무려 6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2011년 8월 13일, 부상에서 회복한 김형필은 서울전에 교체 투입되며 복귀 경기를 치렀으나 시즌 두 경기 출장에 그치며 전남을 떠나야 했습니다. 2012년, 데뷔 시즌의 짧은 임팩트로 기대를 받으며 부산 아이파크로 이적했지만, 1경기 출전에 그친 채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습니다. 부상 한 번에 뒤바뀐 유망한 신인 선수의 운명, 졸지에 그는 무적 신세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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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의 이적. 하지만 한 경기 출전에 그쳤다. (사진 : 부산 아이파크)

프로 무대에 도전했으나 자리를 잡지 못한 어린 선수들은 대부분 이 시기에 입대를 결심합니다. 김형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며 청주직지 FC 소속으로 K3 리그에서 활약했습니다. 한때 축구를 그만둘 뻔했던 그가 K3리그에서 다시 도전하며 보여준 활약은 엄청났습니다. 무려 19경기 27골. 결국, 그 시즌 K3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화성 FC로 이적하게 됩니다.

당시 김종부 감독이 이끌던 화성 FC는 K리그 출신의 선수들이 즐비한 K3리그 정상급 팀이었습니다. 주전 경쟁에서도 가뿐히 승리한 김형필은 당당히 주전으로 활약했습니다. 나왔다 하면 골을 터트리는 놀라운 활약 속에 팀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고, 우승의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2년의 복무 기간을 재기의 시간으로 알차게 마친 김형필은 작년 여름, 상위 리그인 내셔널리그의 경주 한수원 FC에서 활약하며 15경기 8골을 터트렸습니다. 이후 화성 시절 스승이었던 김종부 감독을 따라 올 시즌 경남 FC로 팀을 옮기며 3년 만에 프로 무대로 복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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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다시 프로 무대로 복귀한 김형필 (사진 : 프로축구연맹)

물론 경남 이적 후, 모든 것이 순조롭지는 않았습니다. 크리스찬, 임창균 등과 투톱으로 출격하며 마무리를 책임지는 활약을 기대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2016년 4월 27일, 1대 2 패배로 끝난 부산과의 FA컵 3라운드 경기에서 이적 후 첫 골을 터트리긴 했지만, 리그에서의 첫 골은 터지지 않았습니다. 무려 6년 가까이 K리그에서의 골을 기다렸던 탓인지 부담감도 있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부산전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교체 투입돼 멀티 골을 터트리며 놀라운 활약을 해냈습니다. 91분에 결승 골을 넣고 경남 팬들에게 매달려 마음껏 포효하는 그의 모습에서 다사다난했던 지난 스토리들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는 선수 본인의 감정은 어떨지 생각해보니 온몸에 닭살이 돋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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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점 골 장면 : http://tvpot.daum.net/v/v99f5T0TMHFayKqyryrrar0 / 사진 : 중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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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 골 장면 : http://tvpot.daum.net/v/v11af3gPywn3bgnbjbjwfNQ / 사진 : 중계화면)

김형필은 2010년, 경남전에서 프로 데뷔 골을 터트린 후 세 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득점력을 과시했습니다. 6년 만에 K리그에서 골을 넣은 올 시즌에도 연속골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주 중에 있었던 강원전에 선발 출전해 이렇다 할 활약을 남기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았던 부산전 멀티 골 장면은 '김형필'이라는 선수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끔 해줍니다. K3리그, 내셔널리그에서의 기록이 말해주듯 알고 보면 득점력도 정말 빼어난 선수입니다. 프로 무대를 향한 두 번째 도전에 나선 그가 올 시즌 인상적인 활약을 더 많이 펼쳐주길 기대합니다.

*임형철의 '초이스(Choice)'
축구팬들이 축구를 더욱 재밌게, 알차게 즐길 수 있는 요소를 전달하는 '임형철의 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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