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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학생이 다닐 특수학교를 짓는 문제로 토론하는 걸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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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하나 봤다. 영상에는 한 딸 아이의 어머니가 나와서 울먹였다. 그분은 사람들이 자기한테 욕을 하면 욕을 듣겠다고 했다. 모욕을 줘도 괜찮단다. 급기야 지나가다가 때리면 맞겠다고까지 했다. 끝내는 무릎도 꿇었다.

이건 뭐, 흡사 폭행사건의 가해자 어머니가 피해자에게 해야할 법한 행동인데,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하게 한다. 내용을 보니, 그분 딸 아이가 장애인인데, 강서구에 장애인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특수학교를 건립하는 문제에 대해 주민 반발이 극심하여,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그렇게 말하고 행동한 것이다.

근데 장애인이 다닐 수 있는 특수학교를 짓자는 주장은 기실 욕을 먹을 하등의 이유가 없고, 그것 때문에 모욕을 받으면 안되고, 때리면 맞을 게 아니라 경찰에 입건시켜야 하며, 무릎도 꿇으면 '안 된다.' 너만 주민이냐 나도 주민이다, 하고 대거리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뭘 잘못했다고?

오죽했으면 그러셨겠냐마는 그건 그런 식으로 애걸을 할 만한 사항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게 그런 방법을 통해야 얻어낼 수 있는 것이어선 안 된다. 따라서 나는 저런 주민토론 따윈 하지 않는 게 옳다고 본다. 장애인들이 교육 받을 권리가 당자들이 무릎 꿇고 빌어야만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어서는 안됨은 물론이고, 일단 저게 무슨 '토론'씩이나 통해서 간신히 견인해내야 하는 것이어서도 안 된다.

강서에 200여 명의 장애 학생이 있는데, 그 중 120명이 두 시간씩 걸리는 다른 동네 특수학교로 통학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게 강서든, 강남이든, 그 지역에 학생이 많은데 그에 비해 교육시설이 부족해서 문제가 되면 그냥 학교를 만들어야 하는 거지, 토론은 무슨 얼어죽을 토론.

토론은 뭐가 옳고 그른지, 혹은 더 나은 해법이 뭔지 따져봐야 할 때 하는 것이다. '한방병원을 지어야 하니 장애인 특수학교를 짓는 건 안 된다. 자기 동네에 장애인이 너무 많으니, 장애인들이 다른 동네로 가야 한다'와 하등 다를 거 없는 아젠다로 토론 같은 걸 붙이는 자체가 반윤리다. 약자를 배제할지 말지에 대해 다수의 의견을 경청하고 논의해보자는 건 그 자체로 폭력이지 그걸 결코 '절차'라 불러줄 수가 없다, 나는.

영상을 보며 특히 치가 떨렸던 대목이 있다. 그 어머니가 반발하는 다른 주민들에게 "그럼 어떻게 할까요? 장애인 나가라고 하시면 저랑 제 딸은 어떻게 할까요?" 라고 발언하는 대목이다. 얼마나 서러울까. 그랬더니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으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이 "당신이 알아서 해"였다. 당자가 저런 말을 하게 만들고, 저런 답을 듣게 만드는 반윤리적인 토론 따윈 반대한다. 국가 공동체가 당연히 해야 하는 건 국가 공동체가 알아서 해야 한다. 약자 개인이 저런 소릴 듣게 할 게 아니라.

지난 '15년 동안' 서울에 만들어진 특수학교는 단 1곳에 불과하며, 1만 2천 명의 특수교육 대상자 중 35%만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되면 공동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그간 방기해온 거다. 아니, 저 꼴을 보면 방기도 아니고 방해한 거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