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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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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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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을 무슨 포상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왕왕 착각을 한다. (고위) 공직자에게 특히 더 능력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건, 그게 똑똑하고 품행방정한 사람 골라 상 주는 문제라서 그런 게 아니다.

그가 가질 '힘' 때문이다. 그가 그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느냐가 본질이다. 권력이라는 것은 타인을 통제할 수 있는 강제력이고, 때문에 잘못 사용하면 타인을 부당하게 억압하고 공공에 해악을 끼치기 때문이다.

능력이 있어야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도덕적이어야 힘을 공정하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사람이 권력을 전용하여 부당하게 사적 이익을 도모하거나 타인을 억압할 가능성이 농후한 사람인가 아닌가를 유추하기 위해 도덕성을 검증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깨끗하고 절제력이 있어야 권력을 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지 실수 없이 티끌 안 묻히고 자기를 관리해온 사람에게 상을 내려 타에 본을 보이기 위함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공직자의 도덕성을 검증할 때, 준거를 전자로 잡는 게 후자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이를테면 지난 정부의 누구처럼 투기목적의 위장전입, 무기 브로커, 공금 유용, 고의 세금 탈루, 연구비 가로채기, 타인의 논문 표절 이런 서사가 있는 사람이라면 권력을 주기엔 곤란하지 않겠나? 그 힘을 이용해서 몰래 뭘 할지 모르니까 말이다.

즉,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티끌을 묻히고 산다. 제 위치와 힘을 이용해서 패악질을 할만 한 사람이 아니라면 라이프 스토리가 순백이 아니라도(그런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공직수행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봐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같은 행정언어 또는 법률언어로 묶일지라도 고의 세금 탈루와 3만 7천 5백원 증권거래세를 실수 미납한 것의 층위가, 부동산 투기 목적의 위장전입과 생계형 위장전입의 층위가 그래서 다르달까?

상기 기준으로 따지면 대통령이 공약한 5대 원칙도 정치하게 세워진 원칙은 아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비난하는 게 아니다. 보다 청렴한 이를 공직에 기용하겠다는 의지는 잘못된 게 아니니까. 다만 그게 공직수행의 자질과 조건을 판별해내기 위해 정교하게 맞춰져 있는 원칙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허나 현실과 맞물리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더 정교하게 보완하면 될 문제다. 그걸 대통령도 정부 여당도 그리고 국민들도 다 알 것이다. 수정이 후퇴나 훼손인지 더 정교한 세공인지는 앞으로 보완의 내용과 행보를 보면 다 안다.

야당의 흔들기에 대해 현 정부가 어찌 돌파할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여기서 삐걱하면 김이 새버리고 말 것이라는 걱정도 없진 않을 거다. 물론 지금 상황으로선 기존의 문법대로 돌파하는 것도 가능해 보이긴 한다. 여론의 추이를 보며 뚫고 나가는 것 말이다. 다만 그것과는 별도로 원칙을 바로잡는 일은 가능한 확실하고 빨리 하는 게 낫다. 흔들기와 원칙 보완 둘 다 눙치지 않고 정면 돌파하기를 기대한다.

여론을 보라 야당의 낡은 공세가 안 통하고 있지 않은가? 너무 걱정 안 해도 되지 싶다. 국민은 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