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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안철수의 승부는 2030에서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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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민주당 경선이 끝나면 안철수가 치고 올라올 거라고 예상했다. 민주당 경선이 끝났다. 바로 안철수가 치고 올라왔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사건으로 인한 컨벤션 효과가 민주당이 아닌 안철수에게 발생한 셈이다.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예측이었다. 민주당 경선이 진행되는 동안 문재인의 지지율은 답보했다. 반면 안희정의 지지율은 착실히 깎여나갔다. 깎인 지지율이 문재인이나 이재명에게 가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안희정에게서 이탈한 지지율이 민주당 바깥으로 뛰쳐나갔다는 이야기가 된다. 간단하지 않은가.

안희정은 그간 그 지지율을 어떻게 확보해왔는가. 민주당 코어 지지층이 아니라 중도 보수층으로 외연을 넓히며 당겨온 지지율이다.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일까? 좀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한국 사회에는 소위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는 게 있었다. 유시민이 '심지어 나라를 팔아먹어도 보수(박근혜)를 지지할 사람들'이라는 취지의 레토릭으로 그 공고함을 묘사했던 이들이다. 대개 그 수치를 최소 35%에서 45% 정도로 잡았다. 이 사람들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 살고 있다. 몰락한 것은 보수 정치 세력이지,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증발한 게 아니다. 사람의 성향이라는 것이 어디 하루아침에 바뀌던가. 이 사람들 중 '상당수'는 박근혜 탠핵에는 동의했지만, 이 사람들 중 '대부분'이 여전히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이들은 남루한 옷을 버리고 새 옷을 입어야겠다고 판단한 사람들이다. 패션 스타일을 전복하겠다는 이들이 아닌 것이다.

박근혜의 최소 지지율이 4%였다. 박근혜 탄핵에 반대했던 사람들의 최대치는 15% 정도 된다. 이 수치는 기존 콘크리트에서 큰 덩어리가 부서지고 남은 가장 단단한 잔해의 크기다. 그렇다면 중도 보수층에 어필해서 먹을 수 있는 최대치라는 건, 콘크리트의 최댓값(45%p)에서 박근혜 탄핵에 반대했던 사람들(15%p)을 뺀 30%p 정도로 잡아야 한다. 이 수치를 떠올려 봤을 때, 안철수 라이징 현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별로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첫째, 안철수가 지금 정도의 지지율을 갖고 오는 건 흐름상 무척 자연스러운 수순일 뿐이다. 둘째, 이미 최대치에 가까워서 이 이상은 붙일 게 없기 때문에 안철수가 더 이상은 커지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지지율이 갑자기 급격하게 올라가니까 마치 '바람이 분 것' 같은 착시효과가 생기지만, 저건 민심이 안철수에게 이반된 것이 아니라 그냥 '어차피 문재인 안 찍는다'는 20%가 기계적으로 이동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서가 만들어내는 보수 재편의 물결

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을까? 대개 사람이 누군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문제는 논리나 합리, 이해관계로 작동하지 않는다. 콩깍지가 먼저 씌워지고 이유를 떠올리는 거지 이유가 합리적이어서 누굴 좋아하게 되던가. 싫은 감정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이 싫으면 그냥 이유불문 그 사람 모든 것이 다 싫고 눈꼴사납다. 요컨대, 정서가 먼저 동작하면 추후 그 감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더 많은 이유를 발굴해 갖다 붙여 그 감정이 마치 합리적 판단의 결과인양 자기를 속이는 게 인간인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지지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합리적인 투표를 한다면 계급투표를 해야 하는 건데 어디 일이 그렇게 돌아가던가? 자기 주머니 사정 고려 안 하고 그냥 좋아하는 사람 찍는다. 또는 저 사람만은 도저히 안 된다며 싫어하는 사람을 격추시키기 위한 '전략' 투표를 해버 리거나.

민주당의 지지율 혹은 문재인의 지지율은 문재인에 대한 재평가로 인한 결괏값이 아니다. 박근혜의 실패가 문재인에 대한 전폭적인 호감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란 말이다. 하나 마나 한 뻔한 이야기다. A가 싫어졌다고 하여 평소 싫어하던 B에게 그가 단지 A의 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호감이 생기진 않는다. 차라리 C를 찾는다. 인간의 감정이란 그런 것이다. 그 C가 반기문이었고 안희정이었고 지금에 이르러 안철수가 된 것이다. 일련의 흐름을 보면 콘크리트 지지층에서 떨어져 나온 이 사람들은 자기감정에 충실하여 매우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좋아서 지지하는 게 아니다. 문재인을 이길 수도 있을 것 같고, 문재인만큼 싫은 것은 아니며, 자기들을 '적'이나 '적폐'라고 호명하는 거 같지 않은 후보에게 힘을 싣는 것이다. (오해가 있을 문장이니 굳이 부연한다. 후보들이 유권자를 적폐라고 부르는 게 아니지만 이들의 정서 필터를 거치면 왠지 그렇게 들릴 거라는 이야기다.)

2012년 대선에서 받은 문재인의 48%와 박근혜 탄핵에 반대했던 15%

정서 이야기를 좀 더 하자. 문재인은 2012년에 48%의 지지를 받았다. (사실 여기에 투표율 0.78을 곱해야 엄밀성이 높아지는데, 일단 구도 설명을 위해 이렇게만 언급한다.) 박근혜를 제외하면 역대 최고의 지지를 받으면서도 져버렸다. 근데 그 48%가 오롯이 문재인에 대한 호감으로 모여든 것일까? 그렇지가 않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이 좋든 싫든 박근혜만큼은 너무 싫으니까, 그리고 이명박이 해먹은 걸 생각하면 정권이 반드시 교체되어야 한다는 정서가 너무 강하니까, 박근혜와 새누리당 집권을 '저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에게 '전략' 투표해 버린 거다. 문재인에 대한 호감 + 이명박근혜를 싫어하는 정서 두 가지가 결합하여 투표장에 나간 사람 총합이 48%였다. 허나 지금 박근혜는 없다. 지금 문재인의 반대편에 셋팅되어 있는 건 박근혜가 아니라 안철수다. 사실상 뭘 더 '심판'할 정권도 없다. 정권은 이미 주권자가 투표가 아닌 직접 민주주의로 심판해버렸다.

안철수에게는 정권 심판이나 적폐 청산 같은 명분을 들이댈 수가 없다. 그걸 메인 명분으로 삼으면 삼을수록 지금의 문재인 지지층만 더욱 공고히 결속될 뿐, 추가 지지자를 포섭해 올 수가 없다. 그 명분으로는 상대측이 박근혜일 때나(혹은 반기문이나 김무성이나 홍준표일 때나) 보다 확장을 할 수 있지, 박근혜의 색깔이 없는 다른 선수들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는 아니다. 즉, 일련의 흐름을 보면, 이제부터는 '누군가를 싫어하는 정서'를 동력으로 파이를 확장할 수 있는 판이 아니다. '누군가를 (그럭 저럭이라도) 좋아하는 정서'를 형성해서 그 '누군가'의 자리에 자기가 비집고 들어가야 파이를 가져올 수 있는 판이다. 이걸 꿰뚫는 후보가 이번 대통령이 된다. 장담한다.

그리고 그건 안철수 역시 마찬가지다. '문재인을 꺾을 사람 누구입니까?'로 붙일 수 있는 지지율이란 게 결국 '갈 길 잃은 보수층' 정도일 게다. 홍준표와 유승민을 드랍시키는 조각모음을 실행하기만 하면, 혹은 그런 이벤트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고양시키는 정도로도 안철수가 더 치고 올라올 수 있을 게다. 문제는 언론에서 그런 호들갑을 떨든 말든 실제론 그 조각모음이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이다. 보아하니, 홍준표와 유승민 둘 다 앉아서 고사당할 생각도, 합칠 생각도 없는 모양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홍준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박근혜 콘크리트 지지율에서 이탈한 나머지 값의 최대치, 15%를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유승민은 유승민대로 각축전을 벌인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유효한 성과를 내어 '초상집의 상주' 가 되지 않으려면, 노리는 건 결속력 강한 문재인 쪽 지지율이 아니라 느슨하게 결합되어 있는 안철수 쪽을 흔들어야 한다. 결국 안철수의 확장성은 답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안철수 앞에 놓인 과제는 구도에 관계없이 15%~17%를 제외한 상황을 가정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문재인이 갖고 있는 지지율을 직접적으로 빼앗아 와야 한다. '바람이 불게' 해야 하는 것이다. 허나 '적폐 청산'과 '정권 심판'으로 더 이상 바람이 불지 않을 것이듯, '문재인 꺾을 사람'으로도 바람은 불지 않는다.

문재인의 기본값이자 안철수의 승부처, 2030

지금 문재인을 추동하는 메인 지지층은 2030에서 40대까지다. 안철수의 승부처는 결국은 청년층의 포섭하는 것이다. 호남에서도 지지율이 문과 안이 거의 반 반으로 갈라져있고, 그 반 반도 따져보면 세대가 분열되어 있는 양상이다. 호남은 이번 선거만큼은 이른바 '집토끼 신세'가 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각자 기호와 성향에 따라 투표한다. 그 결과 '호남 홀대론'에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청년층이 문재인을, 여전히 감정의 골이 깊은 노년층이 안철수를 지지하는 형국이 된 것으로 보인다. 즉, 정리하면 박근혜 탄핵에 반대했던 이들 15% 정도와 유승민이 갉아먹을 2~4%와 완주를 하기에 매우 적기인 심상정이 확보하는 2~4%를 제외한 나머지 붙일 수 있는 보수 지지율을 다 붙이고 호남에서 반을 가져와도 사실상 35%를 넘기가 힘드니 40% 가깝게 쥐고 있는 문재인을 이길 수가 없다. 이기려면 반드시 문재인에게 고여있는 청년층을 털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에게 고여있는 지지율은 안희정의 것과는 성질이 다르다. 지지율이란 정세에 따라 요동을 치는 것이 맞고, 지지율로 표시되지 않는 민심이라는 게 있는 것도 맞지만, 적어도 문재인의 지지율은 판세에 따라 크게 빠지고 오르고 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란 얘기다.

대체 문재인이 왜 저렇게 청년층의 공고한 지지를 받는지 잘 모르겠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를테면, 노년층이 박근혜에게 왜 저렇게까지 공고한 지지를 보냈는지 잘 모르겠는 것처럼. 한쪽이 합리적이고 한쪽은 비합리적이라서가 아니다. 앞서 말했지만 동력은 똑같다. 정서다. 문재인의 코어 지지자들에게는 패배의 서사가 있다. 이를 갈았던 이명박 심판을 실패했던 기억, 박근혜만은 안 된다며 온 힘을 다 모았는데도 패배했던 2012년 대선의 기억, 그 패배 때문에 겪어야 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지난 4년 여 간의 암울한 사건들과 박근혜의 철저한 실패. 그러한 서사가 누적될수록 자기들의 선택에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되면 상대 파는 그 정당성을 탄압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이 맺힌 것이다. 박근혜가 실패하면 실패할수록, 그 실패로 인한 해악이 극심하면 극심할수록, 한은 진해진다. 인간은 한이 진해지면 과거를 가정한다. "만약 그때 이랬더라면" 그때 안철수가 시원하게 단일화해줘서 박근혜를 눌러버리고 문재인이 당선되었더라면 이렇게까지는 절대로 되지 않았다는 승리할 수도 있었을 역사를 기어이 가정하고야 만다. 하여 정당성을 자기들만 확보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은 문재인에 대한 문제제기나 비판을 탄압이나 흔들기, 프레임 씌우기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구도가 그런 식으로 내면화되어 있으니, 문재인을 '흔드는' 모든 이들을 그런 식으로 물어뜯을 수 있게 된다. 사람은 자기가 정당하다고 여길 때 가장 폭력적이 되니까. '피해자 정체성으로 정당성을 확보하는 정서'란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그런 식으로 돌아간다.

그런 문재인의 지지층을 안철수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 건인가. 적어도 네거티브로는 안 된다. 앞서 말한 이유 때문이다. 안철수가 문재인 아들 건을 놓고 저울질하는 이유를 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20대의 분노를 자극하여 흔들 수 있는 카드라고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쟤도 알고 보면 너희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기득권이다.'는 정서를 자극해서 가해자 포지션에 문재인을 세워 두려는 것. 선수들은 그 지점이 타격 포인트라는 것을 안다. 다만 선수들은 또 다른 것도 안다. 그렇다고 또 저게 확실한 카드는 아니란 것을 말이다.

그간 문재인 쪽에서 대응을 이상하게 한 구석이 있어서 그렇지, 내용을 따지면 뭐 엄청난 게 있는 것도 아니다. 39명이 응시해서 9명이 뽑혔는데 그중 1명이 문재인의 아들이었다. 게다가 살펴보니 그 정도 들어가기에 딱히 손색이 없어 뵈는 스펙이다. 누가 봐도 아버지 아니었으면 절대로 못 들어갔겠구나 싶은 모양새여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팩트가 명확한 것도 아니고 까 보니 별 것도 아닌데, 저게 무슨 정유라 급이라도 되는 양 프레임 짜 맞춰서 네거티브하다가 문재인 쪽 대응이 정돈되기 시작하면 역풍 맞기 딱 좋은 것이다.

검증을 위한 네거티브는 필요하다. 다만 마타도어는 검증을 위한 네거티브가 아니다. 둘은 구분해야 한다. 본격적인 본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서로의 승부처에서 가치를 놓고 겨뤄야 한다. 문재인을 꺾겠다는 주장은 가치가 아니다. 반대파를 '적'과 동일시하여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 역시 가치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본선에선 그 둘은 '전략'으로서도 큰 효용이 없다. 그 둘로는 기계적 선거공학 싸움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바람은 절대로 불지 않는다.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시도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상대 후보의 비토 정서를 끌어 모으는 것을 넘어서서 민심을 끌어당기는 후보를 보고 싶다. 자기에 대한 비토 정서를 '부정의'로 여기는 것을 넘어서는 후보가 보고 싶다. 노선이 다른 사람들과 기계적인 통합을 하란 이야기가 아니다. 적폐와 타협하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적어도 '정의로운' 자신에게 향하는 비토 정서를 그저 적폐 연대라느니 부정의라는니 하는 것으로만 규정하지 말고, 그 비토 정서들을 여러 결로 분해하고 해소하려는 노력이라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반틈을 노선과 지향이 다른 국민이 아니라 적으로 돌리는 대통령은 이제 그만 청산하고 싶다. 그게 진짜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