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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학생이 다닐 특수학교를 짓는 문제로 토론하는 걸 반대한다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9월 12일 | 01시 12분


영상을 하나 봤다. 영상에는 한 딸 아이의 어머니가 나와서 울먹였다. 그분은 사람들이 자기한테 욕을 하면 욕을 듣겠다고 했다. 모욕을 줘도 괜찮단다. 급기야 지나가다가 때리면 맞겠다고까지 했다. 끝내는 무릎도 꿇었다.

이건 뭐, 흡사 폭행사건의 가해자 어머니가 피해자에게 해야할 법한 행동인데,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하게 한다. 내용을 보니, 그분 딸 아이가 장애인인데, 강서구에 장애인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특수학교를 건립하는 문제에 대해 주민 반발이 극심하여,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그렇게 말하고 행동한 것이다.

근데 장애인이 다닐 수 있는 특수학교를 짓자는 주장은 기실 욕을 먹을 하등의 이유가 없고, 그것 때문에 모욕을 받으면 안되고, 때리면 맞을 게 아니라 경찰에 입건시켜야 하며, 무릎도 꿇으면 '안 된다.' 너만 주민이냐 나도 주민이다, 하고 대거리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뭘 잘못했다고?

오죽했으면 그러셨겠냐마는 그건 그런 식으로 애걸을 할 만한 사항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게 그런 방법을 통해야 얻어낼 수 있는 것이어선 안 된다. 따라서 나는 저런 주민토론 따윈 하지 않는 게 옳다고 본다. 장애인들이 교육 받을 권리가 당자들이 무릎 꿇고 빌어야만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어서는 안됨은 물론이고, 일단 저게 무슨 '토론'씩이나 통해서 간신히 견인해내야 하는 것이어서도 안 된다.

강서에 200여 명의 장애 학생이 있는데, 그 중 120명이 두 시간씩 걸리는 다른 동네 특수학교로 통학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게 강서든, 강남이든, 그 지역에 학생이 많은데 그에 비해 교육시설이 부족해서 문제가 되면 그냥 학교를 만들어야 하는 거지, 토론은 무슨 얼어죽을 토론.

토론은 뭐가 옳고 그른지, 혹은 더 나은 해법이 뭔지 따져봐야 할 때 하는 것이다. '한방병원을 지어야 하니 장애인 특수학교를 짓는 건 안 된다. 자기 동네에 장애인이 너무 많으니, 장애인들이 다른 동네로 가야 한다'와 하등 다를 거 없는 아젠다로 토론 같은 걸 붙이는 자체가 반윤리다. 약자를 배제할지 말지에 대해 다수의 의견을 경청하고 논의해보자는 건 그 자체로 폭력이지 그걸 결코 '절차'라 불러줄 수가 없다, 나는.

영상을 보며 특히 치가 떨렸던 대목이 있다. 그 어머니가 반발하는 다른 주민들에게 "그럼 어떻게 할까요? 장애인 나가라고 하시면 저랑 제 딸은 어떻게 할까요?" 라고 발언하는 대목이다. 얼마나 서러울까. 그랬더니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으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이 "당신이 알아서 해"였다. 당자가 저런 말을 하게 만들고, 저런 답을 듣게 만드는 반윤리적인 토론 따윈 반대한다. 국가 공동체가 당연히 해야 하는 건 국가 공동체가 알아서 해야 한다. 약자 개인이 저런 소릴 듣게 할 게 아니라.

지난 '15년 동안' 서울에 만들어진 특수학교는 단 1곳에 불과하며, 1만 2천 명의 특수교육 대상자 중 35%만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되면 공동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그간 방기해온 거다. 아니, 저 꼴을 보면 방기도 아니고 방해한 거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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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하고 가볍지 않은 범죄

(2) 댓글 | 게시됨 2017년 08월 12일 | 00시 25분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대개 그 행위를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가 나쁜 놈이어서 그랬다는 거다. 물론 세상엔 정당방위나 저항 폭력도 존재한다.

그러나 당신이 쉬이 폭력을 휘두르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본질적인 이유는 아마도 십중팔구 상대가 자기보다 약해 보이기 때문이거나 여러 맥락상 저항을 못할 것 같아 보여서다. 상대가 잘못을 했니 마니는 그냥 핑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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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착각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6월 13일 | 23시 51분

벼슬을 무슨 포상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왕왕 착각을 한다. (고위) 공직자에게 특히 더 능력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건, 그게 똑똑하고 품행방정한 사람 골라 상 주는 문제라서 그런 게 아니다.

그가 가질 '힘' 때문이다. 그가 그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느냐가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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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안철수의 승부는 2030에서 갈릴 것이다

(2) 댓글 | 게시됨 2017년 04월 09일 | 05시 24분

지난 주말, 민주당 경선이 끝나면 안철수가 치고 올라올 거라고 예상했다. 민주당 경선이 끝났다. 바로 안철수가 치고 올라왔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사건으로 인한 컨벤션 효과가 민주당이 아닌 안철수에게 발생한 셈이다.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예측이었다. 민주당 경선이 진행되는 동안 문재인의 지지율은 답보했다. 반면 안희정의 지지율은 착실히 깎여나갔다. 깎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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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가드'와 안철수의 '조각모음'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4월 02일 | 05시 08분

문재인의 지지율은 민주당 내부에 고여있는 지지율이 모여있는 것이다. 안희정의 지지율은 아니다. 그는 민주당의 코어 지지층을 끌어당기기 보다는 바깥으로 외연을 확장해왔다. 때문에 문재인이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한다면 문재인의 지지율은 다른 민주당 후보에게 간다. 그러나 안희정이 패배했을 경우에는 그가 확보한 지지율이 민주당 바깥으로도 뛰쳐나간다. 안철수는 그렇게 뛰쳐나온 안희정의 지지율이 자기에게 옮겨올 거라고 계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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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만 퇴진하면 끝인가? DJ DOC만 안 나오면 끝인가?

(2) 댓글 | 게시됨 2016년 11월 29일 | 07시 14분

어떤 백인이 오바마에 대한 디스곡을 하나 쓴다 치자. 이 디스곡의 가사에 '니거(검둥이)'라는 멸칭 대신 '블랙(흑인)'이라는 보편적 지칭어가 동원되었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 디스곡은 '니거'라는 인종차별적 표현 대신 '블랙'이라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단어가 사용되었기 때문에 인종차별적 맥락을 갖지 않게 되는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말간 논란이 되었던 DJ DOC의 '수취인분명'의 가사가 여성혐오적이냐 아니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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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정면을 봐"

(0) 댓글 | 게시됨 2016년 09월 27일 | 03시 27분

내가 복싱을 배울 무렵 처음 링에 올라갔을 때, 어디 챔피언 출신이라던 관장에게 제일 먼저 들은 말은 '고개를 들어'였다. '이렇게 쳐라, 저렇게 피해라'가 아니라 우선 정면을, 상대를 똑바로 보라는 말이었다.

이 당연한 이야기를 왜 듣게 되냐면, 역시 당연하게도, 초심자는 앞에서 주먹이 날아들거나 혹은 날아들 것 같으면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곤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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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는 그 자체로 공론화로 이어지는가

(0) 댓글 | 게시됨 2016년 09월 06일 | 06시 46분

최근 인터넷상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폭로가 터진다. 데이트 폭력, 단체 채팅방에서의 성희롱, 임금체불 등. 모종의 폭로가 터질 때마다 꼭 따라붙는 말이 있다. 바로, '공론화'다. 이를테면, 폭로라는 지점을 선택하는 이유는 대개 은폐되어 있는 어떤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 탓인지, 뭔가를 공공에 폭로하는 것이 그 자체로 '공론화'라고 여겨지는 착시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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