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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찍은 '게이 남성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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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4일부터 시작되는 사진전 'Boys And The Colours: Portraits Of Gay Men (보이즈 앤 더 컬러즈: 게이 남성의 초상)'의 포스터

제 17회 퀴어문화축제의 시작이 어느덧 2주도 채 남지 않았네요! 퀴어문화축제의 꽃이라면 단연 수만 명의 인파가 모여 개개인 각자의 색과 매력을 뽐내며 당당하게 행진하는 퍼레이드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퀴어문화축제는 단 하루의 퍼레이드 직후 바로 막을 내리는 줄 알고 있는데요, 사실 퀴어문화축제는 퍼레이드 전후로 여러 주에 걸쳐서 진행된답니다. 올해에도 퍼레이드 이외에 영화제 및 스페셜 이벤트들이 준비되어 있는데, 오늘은 이 스페셜 이벤트들 가운데 하나인 제 사진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전시의 타이틀은 'Boys And The Colours: Portraits Of Gay Men', 한국어로는 '보이즈 앤 더 컬러즈: 게이 남성의 초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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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전시회에서 선보였던 일러스트레이션들

저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서 여러 타입의 작품활동을 하는 것을 즐기는데요, 제가 어려서부터 가장 익숙했던 매체는 일러스트레이션, 즉 그림입니다. 그래서 작년에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의 스페셜 이벤트로서 전시를 열었을 때에는 일러스트레이션 작품들을 선보였었습니다. 하지만 20대에 들어서는 더 많은 매체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수록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점차 사진 및 퍼포먼스 아트 쪽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년과는 다른 저의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일러스트레이션 다음으로 가장 제게 익숙한 매체인 사진으로 표현된 작품들을 선보기로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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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d (채드)
장난기 있으면서도 수줍은듯한 외모의 채드의 매력을 살리고자 생일을 맞은 소년 컨셉으로 포토슛을 진행했습니다. 색의 배치가 작품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큰 요소였기 때문에 색깔별 풍선들의 위치 배열과 선물상자와 리본의 색 선정 등에 공을 들였고, 또한 모델의 성격을 잘 담아낼 수 있는 표정을 잡아내고자 수백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준비된 세트의 크기가 생각보다 작아 촬영이 진행된 몇 시간 내내 채드가 투명의자에 앉은 듯 다리를 반쯤 굽히고 있어야 했던 것은 이제야 말씀드리는 비하인더씬 스토리 입니다. 다리를 워낙 아파해서 제가 원하는 표정을 짓게 하는데 애를 먹었답니다.

'보이즈 앤 더 컬러즈: 게이 남성의 초상'은 연작입니다. 여러 모델들이 이 연작에 참여했으며, 기간의 제한이 없이 현재에도 끝나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당장이라도 제가 매력 있고 개성 있는 새 모델을 발견하고, 재미난 촬영 아이디어가 생각난다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이 프로젝트에 추가할 수 있는 것이지요. 2013년에 시작되어 이런 식으로 하나 하나 추가된 작품들이 모여 드디어 전시를 할 만큼의 분량이 준비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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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ward (에드워드)
에드워드는 소년 같은 귀여운 외모와 쿨하고 털털한 성격을 가진 모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성격만큼이나 복잡하지 않고 심플한 오브제와 단색의 배경을 사용했으며, 소년 특유의 플레이풀(playful)함을 담기 위해 속옷을 가지고 이런 저런 포즈를 취하며 자유롭게 노는 방식으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이번에 전시될 작품들의 스타일을 비교해보면,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작품간의 일관성이나 통일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모든 사진들을 한번에 몰아서 계획하고 촬영을 하지 않고 장시간에 걸쳐 띄엄띄엄 작품들을 제작해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으며, 그 이유들은 제가 개인적으로 이 프로젝트와 작품들을 의미 깊게 여기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해 몇몇 작품들을 보여드리며 자세히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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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 (에이제이)
에이제이는 군인인만큼 남성미가 넘치는 성격과 섹슈얼(sexual)하고 센슈얼(sensual) 몸매와 바이브(vibe)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모델들보다 그가 가진 몸매를 적극 활용하여 섹슈얼함과 센슈얼함을 뽐낼 수 있도록 촬영컨셉을 잡았습니다. 스케이트보드를 소품으로 이용하는 것은 제 아이디어였는데, 사실 에이제이는 스케이트를 타지 않을 뿐더러 스케이트보더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작품간의 스타일이 크게 차이가 나는 첫 번째 이유는, 의도적으로 제가 통일성보다는 다양성을 추구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성 추구의 시작점은 다소 뻔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게이 남성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들을 상징하는 무지개였습니다. 무지개에서 영감을 받았기에 일부 작품들에서는 무지개와 같이 많은 색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모든 사람들은 다 다른 생각, 가치관, 개성,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므로, 그 '다름'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무지개도 하나의 심볼로서만 보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아주 다른 색들이 서로의 옆에서 각자의 색을 뽐내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작품간의 통일성은 중요하지 않은가?' 라는 질문에는 이미 모든 피사체들이 게이 남성이라는 점, 그리고 색깔이 주요 요소로서 작용한다는 점이 서로 달라 보이는 이 모든 작품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다고 저는 대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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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gel (아르헬)
아르헬은 과거 멕시코에서 게이 매거진의 편집장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는 본인도 포토그래퍼로서 활동 중이기에 카메라 앞에서 아주 편하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검은 배경과 검정과 노랑의 털실만으로 촬영을 시작했는데, 테이블 한 구석에 놓여있던 망가진 선글라스를 본 아르헬이 그것을 집어들고는 착용하고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선정된 작품에는 그 망가진 선글라스가 들어갔지요. 저는 이 연작 프로젝트에 있어서는 이처럼 모델들과 함께 촬영방향을 같이 정해나가고 모델들의 생각과 성격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각 작품들이 다른 스타일을 지닌 두 번째 이유는, 이 연작 프로젝트가 제게 있어서는 굉장히 실험적인 프로젝트라는 데에 있습니다. 모든 아티스트에게는 자신 있는 분야가 있고, 잘 다루는 매체나 오브제 등이 분명 있지요. 저 또한 그림을 그릴 때 자주 사용하는 스타일, 사진을 찍을 때 자주 이용하는 소품이나 앵글 등이 있구요. 하지만 제게는 아직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무언가를 배우는 최고의 방법은 실험과 모험을 통해 직접 새로운 것들을 체험해 보는 것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매번 새로운 모델들과 새로운 촬영소품 및 촬영/편집 기법을 사용하고자 했습니다. '이번에는 야외에서 촬영해볼까?', '이번에는 빛이 반사되지 않는 검은색 천을 배경으로 써볼까?', '프로젝터로 모델의 몸에 빛을 쏘아 보는 건 어떨까?', '물과 반짝이 가루를 함께 사용하면 어떤 효과가 나는지 테스트해볼까?' 이러한 것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제 머릿속에 떠올랐던 생각들이고 다 실제로 실행했던 내용들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결과물이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들이 있는가 하면, 이처럼 과정 자체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프로젝트들도 있지요. 제가 이렇게 실험적이고 완벽하지 않은 계획들을 실천할 수 있도록 허락해준 모든 참여 모델들에게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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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an (이반)
이반은 깊고 슬퍼보이면서도 강렬한 눈빛을 가진 친구입니다. 그의 외모가 주는 강렬함과는 반대로 때때로 아주 수줍은 성격도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그 수줍음에서 오는 그의 다소 불안한듯한 모습과 그의 외모가 주는 강렬함을 모두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촬영은 야외에서 진행되었는데, 위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전시회에서 공개될 또 다른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반은 사전에 논의한 촬영 컨셉과 다른 소품들의 사용계획 때문에 양말을 제외한 모든 옷을 벗어야 했습니다. 때문에 최대한 사람이 없으면서도 사진의 배경으로 적합한 장소를 찾느라 꽤 애를 먹었었습니다.

이 연작에 사용된 오브제 가운데 흥미로운 것들을 몇 가지만 나열해 보자면, 망가진 선글라스, 생일 폭죽, 금박 포장의 초콜릿, 우비와 우산, 바디페인트, 동네 담벼락, 반짝이가루, 부엌용품, 비눗방울, 남자 속옷 등이 있겠네요. 이처럼 다양한 오브제들이 이용된 만큼, 다시 한번 제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그리고 다른 많은 작품들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양성과 그것에 대한 받아들임의 자세입니다. 그것이 제가 작품활동을 하면서 근래에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 가운데 하나랍니다. 더 많은 작품들을 보고 싶으시거나 저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분들은 전시가 진행되는 기간 중에 전시 장소인 이태원의 바 'The LINK'를 찾아주시면 됩니다. 총 15여점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며 6월 4일에 있을 예정인 오프닝 행사에서는 사진작품에 참여한 모델분들 중 Ivan의 재즈 피아노 연주와, Troy의 행위 예술 퍼포먼스 또한 보실 수 있답니다. 전시는 오프닝 이후 6월 19일 일요일까지 계속 될 예정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 입니다.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에 앞서, 와인 한잔 나누며 잠시 함께 예술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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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열릴 이태원의 바 'The LINK'

전시 정보:
www.heezyyang.com/2016/05/exhibition-boys-and-colours-portraits.html
전시 장소:
www.facebook.com/thelink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