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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 복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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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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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건 아닐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나오고 있는 박 근혜 대통령의 대응은 매우 소극적이다.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 조금씩 이루어졌다. 지난 10월25일의 1차 대국민 사과는 밋밋했고 미흡했다. 국민적 분노가 더욱 거세지니 수위를 높여 결국 2차 사과를 했다. 그전에 별도로 '나홀로 총리지명'도 했다. 갖고 있는 카드를 한 번에 내놓기보다는 하나씩 꺼내놓는 모습이다. 여전히 권력을 지키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중의 동요가 잦아들고, 다시 지지층이 찾아와 국정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처럼 정치적 게임을 하듯 손에 패를 쥐고 있을 리가 없다.

지지층이 복원되어 국면전환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이는 대통령 국정지지율 5%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잘 못하고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을 말한다. 정확히는 대통령의 업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를 말한다. 한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단지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를 넘어서 대통령의 국정수행 자격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사실 5%는 더는 낮아지기 어려운 최저치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 사실이나 도덕적 규범에 대해서 물어도 일반의 상식과 다른 대답을 하는 비율이 0%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과거 정권에서도 권력 내부의 비리와 부패 사건은 존재했다. 그러나 대개 측근 중 한두 사람의 단건에 그쳤다. 그래서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라고까지 요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단건이 아니라 국정 전반이었다. 또 한두 사람이 아니라 대통령을 둘러싼 측근 대부분이 연루되었다. 단순한 측근 비리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에 부여한 권력의 정당성이라는 본질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주권자가 선거절차를 통해 대통령에게 위임한 신성한 권력을 대통령이 최순실 무리에게 아무런 국민적 동의를 구하지 않고 넘겼다고 인식하고 있다. 헉헉대며 근근이 하루하루 버티면서 성실하게 낸 국민세금의 사용권인 곳간 열쇠마저 최순실과 차은택의 손에 건네졌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정부기관의 인사권도 어린애들 소꿉놀이의 역할놀이처럼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다시금 국정동력을 얻을 수 있는 지지층 복원이 쉽지 않은 이유들이다.

야당이 새로운 총리의 합의 추천 등 대통령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야당에 정치적 역풍이 불고 다시 대통령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순진한 사고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워낙 전무후무한 사건이고, 새로운 의혹들이 계속해서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으며, 여당은 이 국면에서 정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중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하기 힘들다.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 야당을 향한 비판적 목소리가 있을 수 있으나 이것과 대통령의 지지층이 되돌아오는 것은 연동된 사안이 아니다.

지지층 복원의 의도를 갖고 앞뒤 재가며 정치적 게임을 하려고 해선 안 된다. 과감한 희생적 조치를 내려야 한다. 대중이 분노할 때 그 동요를 다독이며 사회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대중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찔끔찔끔 조치로는 효과가 없다. 오히려 대중을 성나게 할 뿐이다. 지금의 민심을 정리하면 대통령의 직접적이고 독점적인 통치에 대한 거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권력행사를 제한하겠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좀 더 분명하게 밝히는 게 필요하다. 이 부분을 빼놓고 봉합할 경우 언제든 다시 사태가 악화될 수 있다.

* 이 글은 영남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