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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불신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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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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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정치인을 특별하게 옹호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타락하고 무능한 지금의 한국 정치는 비판받고 심판받아야 한다. 갈등을 풀라고 했더니 오히려 갈등의 진원지가 된다. 사소한 다툼도 여의도를 거치면 태풍으로 변한다. 우리 사회의 현실적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고 쌓여만 가지만 '집 나간 정치'는 여전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우리 정치는 죄가 크다. 곤장을 내리쳐도 시원치 않다. 하지만 정치에 대해 비난만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정치는 '국민을 은밀하게 괴롭히는 권력'과 맞서 대신 싸우게 할 국민의 창이요, 방패이기 때문이다. 정치를 혐오하는 데서 끝나버리면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온다. 정치불신의 부메랑이 국민을 향하게 된다. 선출되지도 않았고 그래서 통제되지도 않는 은밀한 권력들은 '이빨 빠진 정치'를 무시하며 수혜자가 된다.

사법부 내부를 국민이 들여다보기 어렵다. 국민 권리보호의 최후 보루라고 신성시해왔기에 세속의 눈으로 내부 메커니즘을 살펴보려는 시도도 적었다.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행태를 보이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정치가 나서 최소한의 견제를 해야 했지만 번번이 사법개혁 시도는 좌초되었다. 그사이 사법영역의 신뢰는 끝 모를 추락을 했다. 정의의 수호자인 검사와 판사의 이름들이 연일 뉴스를 탄다. 최근 법조계 비리 사건들이 외부로 알려진 것도 감시에 의한 것이 아니다. 관련자들의 내부 갈등과 배신 때문이었다. 만약 내부자들의 충돌이 없었다면 은밀한 권력들의 부정부패를 아무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관료사회는 또 어떤가. 이곳엔 과연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가. 정권이 바뀌어도 관료집단은 흔들리지 않는다. 관료사회 개혁을 부르짖으며 역대 정권이 출범하지만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사이 산하 기관과 민간기업과 연계되어 관피아가 형성되었다. 고립성이 커지면서 대중과 유리되고 있다. 고위 교육공무원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이며, 미세먼지 대책으로 고등어 구이 자제를 거론한 것은 관료사회가 얼마나 대중 민감성을 잃어버렸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의 실정에 대해서도 정치가 당연히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가 불신받고 냉소만 받으면 아무리 정부에 문제가 있어 목소리를 낸다 하더라도 '너나 잘해'라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대중의 호응을 제대로 얻지 못한다. 결국 정부도 민주적 감시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겠지만 정치영역은 다른 영역에 비해 국민의 통제력이 매우 강해지고 촘촘해지고 있다. 정치인들은 쉽게 노출되는 편이다. 언론과 대중이 쉽게 알아보고 또 감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정치영역의 일은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도 쉽다. 세밀한 법의 세계나 금융정책 등과 다르다. 접근도 쉽고, 이해도 쉽고, 그러니 통제도 점차 수월해지고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이른바 '정치적 CCTV'가 정치영역에는 최근 많이 설치되고 있다. 게다가 한 번 불미스러운 사건의 주인공이 되면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먼저 정치가 밥 먹듯 거짓말하는 양치기 소년의 습성을 벗어야 함은 물론이다. 약속한 특권 내려놓기도 당장 실천해야 한다. 다만 정치에 대해 비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꼴보기 싫으니 차라리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비난은 고삐 풀린 비선출, 비통제 권력들을 더욱 날뛰게 만들어 결국 국민의 삶을 위협한다. 정치불신이 조장되면 뒤돌아 좋아하는 집단들이 존재한다. 벌초를 앞두고 낫이 잘 들지 않으면 잘 갈아서 쓸 일이지 낫을 놓고 손으로 풀을 뽑을 순 없는 일이다. 정치도 정의롭게 일하도록, 실력 갖춰 일하도록 압력을 주면 된다. 정치는 폐기의 대상이 아니다. 활용의 대상이다.

* 이 글은 영남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