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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는 어떻게 실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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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KEY FLAG
Murad Sezer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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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터키에서 쿠데타의 불길이 지펴졌다가 옮겨붙는데 실패하고 꺼져버렸다. 이미 많은 매체에서 쿠데타가 왜 벌어졌는지, 누가 벌였는지에 대한 추론이 분분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왜 이 쿠데타는 실패했을까. 물론 실패할 만하니까 실패했지만, 여기서 우리는 쿠데타 실패의 공식이 이번 쿠데타에도 여지없이 적용됐음을 알 수 있다. 성공한 쿠데타들도 그렇지만, 실패한 쿠데타들 역시 대부분 일정한 공식을 따르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단 쿠데타가 성공하려면 몇 가지 필요 조건이 있다. 당연히 쿠데타를 벌일 정도의 군사력을 확보해야 한다. 만약 그 나라 군대 및 무장집단 대다수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면 그 쿠데타는 사실상 시작도 하기 전에 성공한 셈이다. 실제로 군부의 쿠데타가 민주화를 달성한 매우 희귀한 사례인 포르투갈의 '카네이션 혁명'도 국민과 군부 대다수가 쿠데타에 동조하자 무력충돌 없이 독재정권이 전복되었고, 쿠데타는 아니지만 1989년 12월에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 정권이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려 할 때 군의 대부분이 이에 반발하고 반정부 세력에 합류하자 정권이 맥없이 무너져버린 사례 등은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이처럼 군부의 대다수가 미리 쿠데타에 동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라를 뒤엎는데 섣불리 나설 군인이 그리 흔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결국 군 전체로 보면 소수에 불과한 병력이 모험에 나서기 일쑤이다.

결국 대부분의 쿠데타는 모험을 감행한 뒤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과정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그리고 이번 쿠데타 역시 여기에 명백하게 실패했다.

정보 통제와 속도

모든 쿠데타의 핵심은 결국 두 가지로 집약된다. 정보 통제와 속도다. 얼마나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빨리 상황을 장악할 수 있는지가 쿠데타의 성패를 가늠한다는 이야기다. 이 두 가지는 사실상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일단 정보 통제가 실패한 쿠데타는 거의 시작부터 실패한 셈이다. 당연히 시작 전에 정보가 누설되면 끝장이고, 설령 시작은 무사히 했어도 그 과정의 정보가 꾸준히 누설되면 진압당할 가능성은 빠르게 높아진다. 따라서 쿠데타는 실행세력 자신의 비밀 엄수도 생명이지만 그 나라의 통신과 방송을 가장 먼저 장악하고 차단하는 것이 필수로 여겨졌다.

속도 역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역시 실패의 확률은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시간이 늘어질수록 정보는 새나가고 반대파는 세력을 결집시켜 저항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쿠데타가 대부분 야간, 그것도 새벽에 결행되어 동틀녘에는 거의 끝나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보 통제와 기습효과는 새벽이 가장 높고 동틀녘이 되어 사람들이 깨어날 무렵에 끝나버리면 기정사실화가 가장 쉽기 때문이다.

후진국일수록 쉬워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쿠데타 성공의 확률은 자연스럽게 소위 말하는 '후진국'일수록 높아진다.

일단 후진국은 제압해야 할 목표 자체가 적은 경우가 많다. 당장 주요 관청이나 기관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이나 신문도, 통신시설도 적은데다 대부분 수도에 집중된 만큼 언론과 통신의 제압도 짧은 시간에 가능하다.

또한 후진국의 경우 쿠데타가 이뤄지기 전 부터 권위적이고 중앙집권적인, 많은 경우 독재적인 정권이 자리잡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곳일수록 권력 핵심부, 특히 수도와 주요 관청을 장악한 뒤 기존 집권층을 구금하는 정도로 간단하게 권력이 장악되기 일쑤다. 머리가 하나뿐이니 그 머리를 없애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무력화되는 셈이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후진국일수록 쿠데타의 '기정사실화'는 쉽다. 시민사회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고 정치의식도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다, 군과 기득권층도 부패하고 권력욕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 일반 시민들의 조직적 저항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데다 쿠데타에 원래 가담하지 않았던 군이나 기득권층도 권력과 뇌물로 쉽게 회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부 국가들의 지원까지 있다면 쿠데타 성공 가능성은 지극히 높아진다. 실제로 지난 20세기에 많은 강대국들은 아프리카와 중남미, 중동지역에 많은 쿠데타를 배후조종했다. 그 결과 20세기 후반에 많은 나라들이 일상화된 쿠데타에 신음할 수 밖에 없었다.

군 자신의 지지조차 못받아

터키는 이런 점에서 쿠데타를 실패로 이끌 요인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나라의 규모와 복잡도가 20세기의 많은 후진국들과는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터키는 인구가 거의 8천만에 달하며 경제 규모도 세계 20위권 안에 드는 큰 나라다.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중동 지역에서는 손꼽히게 발전된 축에 드는 국가이다. 물론 터키도 지난 50년간 여러 차례의 쿠데타에 시달린 나라이지만, 그 50년 사이에 터키 사회와 경제도 전반적으로 크게 발전해왔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집권당인 AKP와 대통령인 에르도안은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주적으로 선출되었다는 점에서 확고한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여러 문제는 이번 쿠데타의 성공 가능성을 처음부터 상당히 낮게 만들었다. 터키는 수도의 몇몇 기관만 장악하면 국가 기능이 완전히 장악될 정도로 미발달된 국가가 아니다. 게다가 군부의 전반적인 지지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현 터키군 수뇌부는 2010년의 쿠데타 음모가 좌절된 이후 압도적으로 에르도안 정권의 지지세력으로 채워져 있다.

어지간해서는 쿠데타 세력에 동조하기보다는 현 정권의 편에서 쿠데타에 반발하는 편을 택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그렇게 진행됐다. 쿠데타 참가 병력 자체가 터키군의 일부에 불과한데다, 공군 대다수가 동조를 거부한 데 더해 육군에서도 수도 앙카라 주둔 사단의 사단장이 쿠데타 세력을 비난할 정도로 지지를 못 받는 등 처음부터 군 전체의 협력도 제대로 얻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21세기의 정보화 사회에서는 정보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점이 최대 문제였다. 일부 방송국을 점거하는 등 정보 통제가 시도되기는 했으나 이미 21세기에는 방송국이나 신문사 몇을 점거하는 정도로 정보가 통제되지 않는다.

정보 통제에 실패

이번 쿠데타가 얼마나 일찍부터 정보 통제에 실패했는지는 위키피디아에 '2016년 터키 쿠데타 시도'라는 페이지가 얼마나 빨리 만들어지고 업데이트되었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미 우리 시간으로 아침 7시, 현지 쿠데타 시작부터 한 시간 남짓한 순간에 벌써 공항 폐쇄나 주요 방송국 장악 등 현황이 거의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사실상 이번 쿠데타는 시민들에게 실시간으로 감시되고 외부에 방송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시대에 쿠데타 상황은 사실상 실시간으로 전 터키 국민과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반면 쿠데타군은 국영 방송을 초반에 장악했을 뿐이고, SNS에 대한 차단도 이미 쿠데타 사실이 명명백백 드러난 뒤에야 이뤄진데다 그나마도 효과적이지 못했다.

결국 정보 통제의 실패는 에르도안 정권이 무시 못할 지지기반을 지닌,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권이라는 점과 맞물리면서 쿠데타의 실패로 이어졌다. 비록 반대세력도 많지만 AKP와 에르도안의 지지세력 역시 터키 내에 강력하다. 게다가 현 정권과 대립 중인 쿠르드 민족주의 세력조차 군부와 대립하느니 차라리 현 정권이 낫다는 입장이다. 순식간에 앙카라와 이스탄불 등 주요 도시의 거리에는 친 에르도안 세력의 시위대가 몰려나왔고, 사실상 전 세계에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성명을 쏟아냈다. 이것이 쿠데타 시작으로부터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의 상황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 시점에서 쿠데타 세력은 거의 실패한 셈이었다. 정보 통제의 실패가 쿠데타의 실패를 낳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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