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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EOUL.U는 정말 시민이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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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8일은 운명의 날이었다. 지금까지 억지 춘향으로 성장 동력을 끌어갔다는 평을 받던 기묘한 슬로건 'Hi Seoul'을 대신할 서울의 새로운 도시 브랜딩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2013년 추산 당시 약 400조 원의 가치를 기록한 '서울' 브랜드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그 향방이 정해지는 순간이다. 최종 후보에 오른 'I.SEOUL.U', 'Seouling', 'SEOULMATE' 세 가지 도시 브랜드 중 승리의 여신은 'I.SEOUL.U'에게 미소를 날렸다. 전문가 평가에서 몰표를 받는 등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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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네티즌의 반응은 극히 부정적이다. 발표가 끝나자마자 관련 뉴스에는 시 당국을 성토하는 댓글이 무더기로 달리고 페이스북 등의 SNS에는 'I don't Seoul U'라는 조크가 바로 뜨는 등 최종 선정 안에 대한 반감이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무더기로 표출됐다. 하지만 좀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사람들은 최종 리스트에 올랐던 세 가지 안이 발표된 이후 이 모든 상황에 진저리를 치고 있었던 참이다. 수많은 서울 시민이 참여한 '시민 주도형' 도시 브랜드인데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

표면적인 이유는 브랜딩 자체의 문제다. 입에 착 감기는 맛도 없고 지극히 어색하며, 디자인의 매력도마저 극히 낮기 때문이다. 시각 테러 수준이라고 말할 만한 'Seouling'과 'SEOULMATE' 정도는 아니었지만 당선작인 'I.SEOUL.U'도 이런 혐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대체 '아이 서울 유'는 어디서 튀어나온 조어이며, 열정과 여유를 의미한다는 붉은 점과 푸른 점은 어떤 말장난의 산물이란 말인가. 그러나 이런 반응은 표면적인 부분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시민들의 진저리 저변에는 서울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선정한 '공존'. '열정', '여유'에 대한 공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본질적인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 당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 서울의 새로운 도시 브랜딩 과정은 이상적이라고 평할 만큼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걸쳐 이루어졌다. 먼저 작년 10월부터 시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주요 의사 결정체인 '서울브랜드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총 245명으로 구성된 시민 참여 그룹 '서울얼굴가꿈단, 100명의 각계 전문가 자원 활동 그룹 '모두의 서울 브랜드 창작단', 국내외 외국인 참여단 'Seoul Friends'가 상시로 운영됐다. 올해 2월 27일부터 5월 8일까지 11회에 걸친' 우리의 서울 이야기 토론회'와 5월 30일과 31일 양일간 서울 곳곳에서 열린 '게릴라식 아이디어월&오픈 캔버스'을 통해 서울에 대한 키워드를 다량 도출해냈고, 이를 가지고 '정체성 도출 시민회의', '정체성 도출 시민 워크샵' 등을 통해 압축하며 총 13개의 키워드를 선정했다. 그중 최종적으로 결정한 3가지 도시 정체성 키워드가 바로 도시철학의 '공존', 도시 개성의 '열정', 도시미래상의 '여유'다.

이후 7월 20일부터 9월 1일까지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컨셉 삼아 '서울 브랜드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국내 외에서 총 1만 6,147건의 도시 브랜딩을 접수받고 브랜드 전문 회사인 메타브랜딩을 통해 400개 안, 25인의 시민선정위원회에서 200개 안, 브랜딩 디자인 전문 회사인 CDR어소시에이츠와 메타브랜딩에서 다시 60개 안, 서울브랜드추진위원회 선정소위원회에서 30개 안으로 압축한 후, 최종적으로 10개 안을 뽑아냈다. 그리고 CDR어소시에이츠에서 1개월간 디자인 수정과 정교화를 거쳐 서울브랜드추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3개 안을 선정했고 이 최종 후보군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26일까지 시민 10만 명이 사전 투표까지 했다.

사전 투표에는 2만 명 이상의 외국인을 포함해서 총 13만 4,747명이 참여했다. 애초 목표로 했던 10만 명을 훌쩍 넘는 참여율이다. 이 사전 투표 점수가 전체의 50%를 차지하고 10월 28일 당일 각계각층의 시민심사단 1,000명과 전문 심사위원 9명의 판단이 각각 25%를 차지하며 그 최종 점수를 합쳐 서울을 대표하는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정식 발족한 것이다. 서울 도시 브랜드는 아마 세계 최초의 타이틀 또한 노리는 모양이다. 도시 정책을 총괄하는 시장이 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은 전무후무한 '시민 주도형' 도시 브랜딩 프로젝트로 말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분명 시민의 머리와 손, 시간을 양분 삼아 탄생한 서울의 새로운 도시 브랜드가 정작 그곳에 정주하는 사람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너무도 슬픈 일이다. 서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체 어디부터 문제가 생겼는지 리서치를 하던 중 자유 열람이 가능한 서울 브랜드 공식 사이트의 여러 정보를 확인하면서 궁금증의 일부가 해소됐다. 바로 키워드 산출의 후반 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지난 7월 24일 무교동 청사 9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서울브랜드추진위원회 수시집중회의'에 관한 문서에는 서울의 정체성 키워드 도출 결과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꽤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아래 도표를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최종 직전에 뽑힌 키워드다. '가능성 있는', '어울림', '따듯한', '다양한', '역동적인', '매력 있는', '중심의', '활기찬', '인간적인', '재미있는', '첨단의', '흥이 있는', '자유로운'으로 구성된 13개의 키워드는 서울 시민 입장에서 보기에 무척 공감 가고 타당성 있는 키워드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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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이들은 최종화 단계에서 '여유있는', '배려하는', '트랜디한', '열정적인', '공존하는' 5개의 키워드로 압축되며 의미가 묘하게 변질되기 시작한다. 게다가 '트랜디한'은 '열정적인'에 반영 가능하고, '배려하는'은 '공존하는', '여유있는'에 반영가능하다는 이유로 최종 키워드는 '공존', '열정', '여유'로 정해져버렸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서로 공존하며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하는 열정도시, 서울'로 둔갑한 것이다. 이렇게 압축된 3개 키워드가 바로 공모전의 컨셉으로 발표됐고 서울의 최종 도시 브랜드를 가늠하는 잣대로 쓰여 지금의 당선작을 만들었다.

시 당국에 문의해보니 13가지 키워드를 5가지, 그리고 3가지로 압축하는 과정은 용역업체가 담당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중 13가지 키워드에 속하지 않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최종 키워드 자리를 꿰찬 '여유'는 서울 시민이 바라는 미래상을 반영한 것으로 지난 5월 16일 열린 '서울 브랜드 제 2차 시민회의'의 결과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막상 당시 서울의 미래상을 대표하는 단어로 뽑힌 것은 애초 13가지 키워드에 멀쩡히 올라가 있던 '어울림'이었다. 더불어 공존, 열정, 여유 등 최종 키워드와 기존에 정제한 13가지 키워드를 서로 비교해볼 때 과연 최종 추출물이 적절하게 추상화됐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이것만이 최선이었을까. 결국, 수개월에 걸쳐 시민의 의도를 수렴한 노력은 최종 키워드를 뽑는 과정에서 조금씩 뒤틀리다가 종국엔 시민에게조차 공감 받지 못하는 도시 브랜드를 잉태하는 불행의 시초가 됐다. '시민 참여형'이란 깃발을 들고 진격하던 서울 도시 브랜드 계획에서 정말 뼈아픈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어차피 최종 결과물이 뽑혔으니 이젠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제발 하지 말자. 애초부터 시민 참여형으로 시작했다면 마지막까지 시민 스스로 제 의견을 표출하고 반영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당선작에 대한 서울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며 변화의 마음을 가져야만 지난 2002년 '하이 서울' 이후 13년 만에 제대로 바꾸는 거대 도시, 서울을 대표하는 새로운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긴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 세금과 시간 낭비 그 이상, 그 이하로도 기억하지 않는 계륵이 될 것이다. 오호, 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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