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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17 아트 바젤 홍콩 'BMW Art Journey'의 주인공, 애비게일 레이놀즈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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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 예술의 계절이 찾아왔다. 오는 3월 22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아트 바젤 홍콩 때문이다. 올해로 5번째 행사를 치루는 아트 바젤 홍콩은 금융의 중심지였던 홍콩을 단숨에 예술의 중심지로 부상시켰다. 수십 년 간 다져왔던 지리적, 상업적 메리트는 이내 예술과 자연스럽게 결합되었고 아트 바젤 홍콩 기간에 찾아오는 세계 곳곳의 컬렉터와 예술 애호가에게 다양한 경험과 제공하며 홍콩을 이끌어갈 차세대 산업 중 하나로 예술이 자리매김하는데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기업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더욱 알리고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스위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금융회사 UBS는 이미 홍콩, 마이애미 비치, 스위스 등 아트 바젤 3개 에디션의 글로벌 리드 파트너로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후원했고 그 외에 다비도프, 오데마 피게, 넷젯트 등 하이엔드 브랜드는 자신의 예술적 감수성을 증명하기 위해 아트 바젤에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그 중 BMW는 얼마 전부터 'BMW Art Journey'라는 프로젝트로 색다른 지원을 감행 중이다. BMW Art Journey는 아트 바젤 홍콩과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의 신진 예술가 섹션에 출품한 아티스트 중 각 에디션 별로 세 명을 먼저 선정해 전시장 내 BMW 라운지에서 개최되는 미디어 브리핑에서 숏 리스트를 발표하고 페어가 끝난 후엔 최종 수상자 한 명을 뽑아 반 년 정도의 여행을 후원하며 그 결과물을 이듬해 해당하는 아트 바젤 에디션에서 발표하는 형식을 취한다. 2015년 첫 수혜자로 선정된 홍콩의 샘슨 영은 작년 아트 바젤 홍콩에 '네가 그 섬에 다다랐을 때 너는 노년이었다(So You Are Old by the Time You Reach the Island)' 라는 타이틀의 인터랙티브 멀티미디어 작품과 함께 돌아오며 굉장한 환호를 받았다. 60일간의 세계 일주를 반영한 프로젝트로 각종 종소리와 그 소리를 종이에 그린 연속적인 이미지로 구성한 작품인데 '여행'이라는 행위에 대한 BMW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이루어 질 수 없는 꿈 같은 작업이다. 간단히 말해 BMW는 떠오르는 신예 작가들을 선점한 후 운송기기회사라는 아이덴티티를 전적으로 활용해 그 작가의 커리어를 BMW만의 방법으로 쌓아주는 셈이다.

올해 아트 바젤 홍콩에서는 BMW Art Journey의 3번째 수상자(샘슨 영에 이어 홍콩 에디션의 2번째 수상자)인 영국의 애브게일 레이놀즈(Abigail Reynolds)가 '시간의 잔재: 실크로드의 잃어버린 도서관들(The Ruins of Time: Lost Libraries of the Silk Road)'이란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도서관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문화대혁명이나 전쟁, 자연재해 등으로 소실된 도서관들의 흔적을 찾아서 반년간 3개 대륙에 펼쳐진 10개가 넘는 도서관을 모터사이클로 질주하며 탐험하는 용기를 발휘했다. 그곳에서의 경험과 영감을 바탕으로 16mm 필름 영상작업, 꼴라쥬, 사진, 텍스트 등 다양한 매체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아직 아트 바젤 홍콩의 개막 전이라 확실한 것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공식 시간이 되지 않았다고 타오르는 궁금증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는 법!

이번 컬럼에서는 자신만의 동굴에 숨어 작업을 진행하던 애브게일 레이놀즈와 진행한 독점 인터뷰를 공개한다. 인터뷰는 스카이프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진행되었다. 통역을 맡은 이민식과 번역을 맡은 박민경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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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BMW Art Journey

애비게일 레이놀즈(Abigail Reynolds)
영국 콘웰에서 활동하는 애비게일 레이놀즈는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영문학 학사를 받고 골드스미스 대학교에서 다시 순수 예술을 공부했다. 주로 책에서 영감을 얻는 그는 콜라쥬, 조각, 필름 그리고 판화 작업을 발표해왔다. 그는 런던, 빈, LA, 시애틀, 베를린과 아인트호벤의 갤러리와 문화예술기관에서 전시한 바 있다.

Interview with Abigail Reynolds

Q. 2017년 아트 바젤 홍콩 전시를 축하한다.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이력이 독특한데 처음 예술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디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A. 다양한 동기가 있겠지만, 예술은 문화적 맥락과 교류라고 생각한다. 또한 예술은 커뮤니케이션의 한 형태이며 사회적 연결망의 한 분야이다. 문학과 예술을 차례로 전공하면서, 글로 써 내려간 사회적 맥락과의 대화인 책이라는 매개와 그에 담겨있는 모든 역사, 문화화 같은 요소들이 가득 찬 도서관이라는 곳을 내 예술적 영감으로 선택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결론적으로 도서관의 시간성과 장소성이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 예술가로서의 첫 작품은 도서관에 있는 책과 사진을 조합한 'Universal Now'였는데, 그건 시간과 공간을 통한 시각의 교차에 대한 중요한 관찰이자, 문화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내 '생애' 최초의 작품은 14살 때 처음 시작한, 셰익스피어의 세계에 관한 심도 있고 고고학적인 추상화였다. 도서관의 책을 그림으로 옮긴 건 아니었다. 지금은 그 작품을 가지고 있진 않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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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niversal Now: Brit Museum Reading Room 1984/1991, 2010/ Courtesy of BMW Art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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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Breuer, 2015/ Courtesy of BMW Art Journey

Q. '시간의 잔재: 실크로드의 사라진 도서관들'이란 작품 제목이 매혹적이다. 장소적 측면에서 왜 실크로드인가? 그리고 대상은 왜 사라진 도서관들인가? 문학과 책에 대한 작가의 관심사가 도서관이란 공간으로 확장되었다는 표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A.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이미 사라진, 한 때 훌륭했던 도서관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실크로드는 잘 알려진 공간이고, 유럽과 다른 대륙을 연결하는 개방적이고 또 그 모든 공간과 문화의 연결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이 곳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도서관들이 많이 있었다. 실크로드는 문화와 교류의 측면에서도 중대하고 고귀한 역사적 상징성을 가진다. 문화적 교류 역시 실크로드를 통해 이루어지면서 풍성한 문화적 결실을 가져왔다. 최근의 고립주의나 국가우선주의를 자초하거나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단절하는 사례들을 볼 때, 과거의 역사를 다른 형태로 표출되는 양상이기에 배울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점을 연결해내는 선(line)이 좋다. 아이디어에 대한 개방성과 문화교류에 대한 고민을 즐기고 그리고 도서관이라는 장소가 그 의미를 내포하는지에 대해 고심하는 것도 좋아한다. 무엇보다 실크로드는 잊을 수 없는 신비로운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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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BMW Art Journey

Q. 약 5개월 동안 3개 대륙을 가로지르는 오토바이 투어를 했다고 들었다. 당신의 여정을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해달라. 당신이 찾고자 했던 사라진 도서관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장소를 정한 기준과 이유도 궁금해진다.

A. 몇 곳은 알렉산드리아, 헤르쿨라네움, 둔황처럼 실크로드에서도 유명한 유적지였지만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같은 곳은 사실 연구를 통해서도 찾기 힘든 문제가 있었다. 교류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곳도 분명 있었고 다마스커스나 모술처럼 나에게 의미있는 곳이었지만 접근이 불가능한 곳도 있었다. 많은 스토리를 비밀스럽게 품은 도서관이 내 작업의 기본 틀이었고 이런 곳을 찾아내는 것이 내 여정의 목적이었다. 분명 위험한 곳도 있었지만, 힘든 연구의 결과물이었고 큰 용기가 필요했던 만큼의 보람도 있었다. 가능한 한 지구를 가로질러 직진으로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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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BMW Art Journey

Q. 결코 쉽지 않은 대장정이고 분쟁 지역을 통과하느라 위험했을텐데 여행을 감행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오직 여정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A. BMW가 지원하는 프로젝트였기에 물리적으로 그리고 심적으로도 용기를 내는 게 가능했고 인생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여행을 지속했다. 사라진 도서관들을 찾는 일은 나에게는 일종의 성지순례와 같은 강렬한 신념에 관한 여정이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체포된 경험도 있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큰 무리 없이 안전하고 좋았다. 이란의 경우 영국인이 여행하기 위험한 지역이기도 했지만 BMW 덕분에 안전을 담보하고 가능한 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문화적 간극을 체험하기도 했는데, 언어적 차이로 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추측하기도 했었다. 인생에는 의심과 개방성 이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한데, 이 여정은 그 둘을 극적으로 경험하는 좋은 계기였다. 도서관은 앎과 계몽을 상징하는데 이번 여정은 그 그림자를 찾아야 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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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BMW Art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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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BMW Art Journey

Q. 혹시 여행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말해달라. 여행기는 언제나 흥미로우니 말이다.

A. 이란에서는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내가 평생 입어보지 못했던 복장을 입기도 했고 오토바이를 탈 수도 없었다. 전혀 다른 이종의 문화를 체감하는 일이었다. 어려움도 많았고 순간순간 화가 날 때도 있었다. 이집트의 카이로에서는 2011년에 불탄 도서관을 촬영한 것 때문에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었다. 에페수스 근처의 터키 산속에서는 오토바이에서 떨어진 적도 있다. 이처럼 무서운 순간이 있기도 했다. 낯선 곳에서 긴 밤을 걸어 지새고는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기도 했다. 나쁜 경험만은 아니다. 워낙 흔적이 없거나, 사람들이 잘 몰라서 찾아내기 힘든 곳에 도서관들이 위치해서 오히려 온전하게 도서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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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BMW Art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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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BMW Art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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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BMW Art Journey

Q. 작년 디스커버리즈 섹션에서 수상한 작품과 실제 여행을 마친 후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서 선보일 작품 간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감상하면 되는지 팁을 알려줄 수 있는가?

A. 작년 작품은 리서치에 기반한 'Tol'이라는 대형 철골 구조물이었다. 콘웰, 셀틱과 국가, 집에 관한 작품이었다. 그 건 내 집에서 스튜디오까지 오토바이로 가는 작은 여정을 상징한다. 매일 지나는 그 풍경 속 층위를 한 겹 씩 표현한 작업이었다. 특정 장소를 애정하는 어떤 여자에게 영감을 얻어 예술과 문학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물리학적인 이해와 문화적인 깊은 이해를 공유하는 나만의 표현방법이었던 것 같다. 그에 반해 올해의 작품은 유리를 통한 가상의 이미지 작품이다. 16미리 필름으로 촬영한 미디어 작품도 있을 것이다. 양쪽의 거울에서 한쪽은 반사되고 다른 한쪽은 투영하는 작품인데, 양쪽에서 서로 마주할 수 있다. 나는 내 작품에서 스스로도 보이고, 나를 보는 상대방도 보인다. 관객이 다른 새로운 문화를 접할 때의 느낌을 이 작품을 통해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시간에 대한 수직적인 개념도 집중해주기를 바란다. 우리의 삶 이상의 형이상학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이해하고 믿었으면 좋겠다. 예술과 책은 당신을 과거에 대한 깊고 심오하고 개인을 초탈한 기억을 연결시킨다고 생각한다. 여정의 대부분이 내가 이해 못하는 문화권이기 때문에, 건축물에 대해서는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또는 현지어를 못하기도 해 어려움도 겪었고 방향 감각이 마비되어 길도 잃어버리곤 했다. 아트 바젤 홍콩에서 선보일 신작을 통해 관객이 내 여정을 함께 즐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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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l, 2016/ Courtesy of BMW Art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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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an Roinard


Q. BMW Art Journey는 당신 예술 인생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A. 나는 운 좋게도 안정적인 나라에서 태어나 살았다는 특권을 누렸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가 이미 가진 조건들에 대해 가치를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안정성에 대해서도 가치를 두었으면 한다. 우리는 이 시대 각자의 공간에서의 삶에 감사해야한다. 또한 동정심을 느낄 줄도 알아야 하고, 좀더 개방적이고 공감하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나는 서구의 여자들도 경험상 한 번 쯤은 히잡을 써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중국이나 이란 같은 생소했던 지역도 여행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구는 지금 정치적 문제 때문에 우울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지만 우리가 사회복지, 도서관, 관용 같은 투쟁할 가치가 있는 일에 대해서는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어쩌면 나는 큰 포부나 이상보다는 작은데 연연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은 곳에 대한 관심과 관찰이 공백이자 백지이고 혼란인 내 작업의 원천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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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BMW Art Journey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열망하는 것에 가까워지기 위해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위험을 감수해보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에도 신경쓰지 말아보자. 동네 도서관에도 꾸준히 다녀보자, 그게 당신을 깍아내릴 일도 아니다. 의미 있는 여행을 위해서는 목돈이 필요한게 아니다. 작은 방에서도 도서관에서도 얼마든지 여행과 모험이 가능하다. 일상과 삶 자체가 모두 여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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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BMW Art Jour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