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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커상의 비밀: 건축계의 노벨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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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세계적인 온라인 건축 미디어인 아키데일리는 흥미로운 설문을 진행했다. "2017 프리츠커상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나?"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설문은 여러 경우의 수를 제시했다. 2015년 수상자인 프라이 오토처럼 전설적인 올드 보이들일까? (참고로 독일 출신의 오토는 공식 수상자 발표 하루 전 89세 일기로 사망했다) 아니면 자신의 전문성을 갈고 닦은, 2016년의 알렉산드로 아라베나 같은 젊은 건축가에게? 그도 아니면 2014년의 시게루 반처럼 건축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인식한 건축가일까? 2010년 SANAA의 경우처럼 혹시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 이상이 공동으로 수상하는 사건이 이번에도 생길 수 있을까? 모쉐 사프디, 스티븐 홀, 데이비드 치퍼필드 등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예측되는 단골 어르신부터 요즘 제일 잘 나가는 BIG의 비야케 잉겔스, 떠오르는 신예 MAD의 마 얀송이나 소우 후지모토까지 많은 건축가가 물망에 올랐다. 참고로 요즘 대세인 비야케 잉겔스가 1위로 뽑힌 이 설문은 건축계에서 프리츠커상에 갖는 기대와 더불어 특유의 비밀스러움에 대한 관심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단면일 것이다.

지난 2월 24일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는 특별한 세미나가 열렸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오는 3월 26일까지 건축필름페스티벌 <ADFF:Seoul>을 진행하고 있다. (참조 1) 미국에서 매년 열리는 '아키텍쳐앤디자인필름페스티벌(ADFF)'에서 선별한 건축 영화들을 무료로 상영하고 있는데 그중 한 세션이 바로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이와 연계하여 작년까지 프리츠커상 위원회에서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를 맡았던 인물이 프리츠커상에 관해 설명하는 세미나가 열린다는 말에 일주일 전부터 부푼 마음을 안고 기다렸던 것이다. 에드워드 리프슨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세미나의 주인공은 현재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건축 대학 교수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프리츠커상 위원회에서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를 역임하며 프리츠커상의 면면을 지척에서 관찰해왔다. 조용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프리츠커상의 목적, 입후보 자격과 심사위원 정보, 심사 프로세스까지 그에게서 듣는 이야기는 생경함과 신선함으로 가득했다. 예를 들어 후보는 일부 인사에게 추천받는 게 전부가 아니라 어느 사람이나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는 것과 프리츠커상 위원회의 심사위원 리스트에는 미연방 대법관과 인도 타타그룹의 회장 등 비 건축계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등 말이다. 이게 바로 프리츠커상이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2017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난 3월 1일 프리츠커상을 주관하는 하얏트 재단은 2017년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스페인의 건축사무소 RCR를 지명했다. 전 세계 언론은 '건축계의 노벨상'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건축가들, 그것도 역사상 최초로 공동 파트너 3명에게 돌아갔다며 연신 이야기를 내보냈다. (참조 2) 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 심사 평을 읽는데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다른 카테고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클릭에 클릭을 거듭할수록 그 속도는 빨라졌고 종국에는 뿅 망치로 머리를 세차게 내리치는 충격을 받았다. 웹페이지의 시작부터 끝까지 프리츠커상의 프로세스와 내용이 상세하게 소개돼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의 비밀스러운(?) 세미나에서 들은 입후보 방법과 심사위원 명단, 인물 소개부터 심사 프로세스와 시상식까지 모든 내용은 만인이 접속 가능한 공식 웹사이트에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었다. 나는 갑자기 의문점에 봉착했다. 이렇게 상의 이모저모에 대해 잘 정리한 경우도 드문데 왜 사람들은 프리츠커상을 신비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일까. 혹시 프리츠커상 위원회로부터 프리츠커상에 대한 정보를 더 얻을 수 있다면 사람들도 좀 더 친근하게 느끼지 않을까.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의 도움으로 연결된 에드워드 리프슨은 내 고민을 해소해줄 인물로 오랜 기간 프리츠커상 위원회에서 Executive Director를 맡아 온 Martha Thorne과 서면 인터뷰를 주선했다. 이내 고맙게도 그는 내 질문에 충실히 답장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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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설리반이 디자인한 프리츠커상 메달 (앞, 뒤) ⓒ The Hyatt Foundation

Interview with Martha Thorne, Executive Director of the Pritzker Architecture Prize

1. 프리츠커상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은 많지만, 대부분 그 초점이 수상자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프리츠커상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설명해 줄 수 있나?

프리츠커상은 '건축이라는 예술을 통해 인류에 지속적으로 공헌해 온 건축 작품'에 수여되는 상이다. 좀 더 정확한 표현을 빌리자면, 1979년 하얏트 재단에 의해 제정된 프리츠커 건축상은 재능, 비전, 의지를 바탕으로 건축이라는 예술을 통해 인류와 건축 분야에 지속적으로 지대한 공헌을 한 현존하는 건축가를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수여된다. 수상자와 수상작들이 프리츠커상의 이러한 목표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를 보기 위해 일반 대중이 수상자와 수상작에 관심을 갖는 것은 논리적으로 자연스럽다. 또한, 오늘날 우리는 건축물이든, 소설이든, 영화, 그림이든, 작품을 만드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 하므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작품을 만든 사람들의 세상을 보는 관점, 또 그들의 관점과 내 개인적인 관점이 얼마나 유사한지 혹은 상이한지에 관심이 많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영웅들'에 대해 알고 싶어 했고,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인지를 보고 싶어 했다. 프리츠커상은 아마도 '건축분야의 노벨상'이라는 모토 때문에 높은 명성을 얻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일반 대중이 프리츠커상의 목적과 위상을 쉽고 빨리 이해하게 되었던 이유이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이 심사위원으로 추대되고 또 이들의 수상자 선정 수준도 인정을 받으며 프리츠커상이 오늘날과 같은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프리츠커 건축상의 수상자 선정 과정에 대해서는 이미 읽어 봤다. 그래도 후보 선정 과정 및 수상자 탄생 과정 등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줄 수 있나?  

독립성을 보장받는 심사위원단이 매해 수상자를 단수로 혹은 다수로 선정한다. 심사위원단이 자신의 결정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며 심의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나는 심사위원이 아니지만, 심의에 참여하는 유일한 관계자다. 심사위원단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지원하고 심사위원들이 회의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업무이기 때문이다. 수상자 선정은 오직 프리츠커상의 목표에 기반해 결정되며 심사위원단은 목표에 대해 매해 뉘앙스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논의한다. 후보 선정 과정은 매우 공개적으로 진행되며 전 세계 어디에서나 후보 추천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나도 건축가, 교수, 비평가, 미술관 관장, 블로거, 예전 수상자 등 200명 이상에게 후보 추천을 요청한다. 또한, 본인이 공인 건축가라면 나의 요청 없이도 이메일을 통해 나에게 후보 추천을 할 수도 있다. 프리츠커상의 대상이 좀 더 많은 다양한 건축가들 그리고 수준 높은 건축물들로 확대될 수 있게 하려고 나는 좀 더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정보를 수집하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계속해서 아카이브를 구축, 관리하고 있다. 최근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훨씬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내 업무가 수월해졌을 뿐 아니라 프리츠커상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3. 웹사이트에 심사위원단 목록이 있던데 심사위원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심사위원들의 심사위원단 합류는 프리츠커 가문의 초대로 이루어진다. 다양한 출처를 통해 심사위원 추천이 이루어진다. 우리는 심사위원단의 균형을 추구한다. 지리학적 균형도 물론 있지만 - 세계 곳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우리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에 - 분야별 전문성도 고려한다. 보통 심사위원단은 예전 수상자, 실제 현장에서 뛰고 있는 건축가, 작가, 비평가, 미술관 관장, 큐레이터, 사업가, 현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 그리고 기타 후원가, 시민단체, 외교관 등으로 구성된다. 건축에 대한 이해 및 관심은 물론 심사위원들의 필수 조건이며 개인적인 관점 또한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심사위원단은 최소 3년간 심사위원 업무를 수행한다. 심사위원들은 심사위원으로 선정되는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알고 있다. 업무량은 많지만 (일종의 사례금도 없다) 즐겁고 자극을 많이 받는 일이다. 심사위원단이야말로 프리츠커상의 중요한 한 축 중의 하나이다.  
 
4. 2017년 수상자 RCR은 프리츠커상 역대 수상자 중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가디언>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했을 정도이다. 수상과 관련된 이야기, 수상자 선정 이유를 좀 더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나?

수상자 세 명은 항상 같이 일해 왔지만, 대중 언론의 중심에 선 적은 없었다. 그래서 아마도 <가디언>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했을 것이다. 세 명의 사무실은 고향에 있는데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한 시간 거리이다. 이들의 작품은 유럽의 건축계와 학계에는 잘 알려져 있다고 생각한다. 공모 등을 통해 작품 의뢰도 많이 받아 왔었고 건축 분야 내에서는 이들의 작품 또한 출판도 됐었기 때문이다.   
 
5. 심사위원단 그리고 본인은 RCR의 작품에 대해서 어떤 느낌과 견해를 가졌는지 궁금하다.

나는 Executive Director로서 심사위원단의 심의에 관련해 개인의 의견을 표출하지 않으며 심사위원단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심사위원단의 심사평에도 반영되어 있듯이 가장 서두에 나와 있다. 사람들이 총평을 읽어보길 바란다. 라파엘 아란다, 카르메 피겜, 라몬 빌랄타가 왜 프리츠커상을 받았는지 몇 가지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프리츠커상은 작품의 우수성, 인류에의 공헌,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이러한 기준이 특정 연도에 어떻게 해석되었는지는 심사평에 설명되어 있다. 2017년 수상자들의 건물을 여럿 찾아가 봤었는데 매번 건축물과 주변 경관과의 공간 및 연결성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종종 재료의 다양성을 제한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이 여러 디테일과 부수적인 요소들에 관심을 뺏기지 않고 공간을 '느끼고' 자연과의 교감을 경험할 수 있는 경우가 존재한다.   
 
6. 프리츠커 건축상은 만장일치로 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심사 과정이 궁금하다.

심사위원단의 심의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되며 심의 과정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회의 내용을 외부로 공유해서는 안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는 심사위원단은 매우 성실하고 철저하게 심의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심사위원단은 해당 건축물과 현장을 방문해 직접 건축물을 경험한다. 그냥 잘 나온 사진만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다. 진지한 깊은 대화가 심의 회의에서 오가며 개인 개별 건축물과 건축가뿐 아니라 오늘날의 건축 분야의 큰 그림 및 직면하고 있는 도전 과제 등도 함께 고려한다.  
 
7. 프리츠커 건축상은 건축 분야의 변화/움직임의 징조이다. 2009년 이후 수상자들은 이전 수상자들과는 꽤 다르다. 사회적 문제에 참여하며 지역적 특성을 간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경향은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프리츠커상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므로 긍정적으로 봐야 할 점이다. 즉, 프리츠커상이 건축 분야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전 세계 사람들과의 연관성을 높여가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을 보여준다. 프리츠커상이 정확히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는 각자 해석하기 나름일 것이다. 심사위원단은 매해 조금씩 다르게 프리츠커상의 목표를 해석할 수도 있다. 내가 10년간 프리츠커상에 몸담으며 배운 것이 있다면 심사위원단의 방향 혹은 다음 수상자를 예상하거나 예측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8. 프리츠커 건축상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프리츠커 건축상은 몇 가지 중요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건축 분야 내 우수성을 찾아내 인정해 주는 것, 건축가들이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든 최고 수준에 다다를 수 있도록 무엇이든 시도하도록 북돋워 줌으로써 건축가 전체의 '기준을 높이는' 것, 일반 대중이 특정 건축가 개인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건축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전문가 및 일반 대중도 마찬가지로 건축에 대해 좀 더 분석하고, 토론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지면을 빌어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와 에드워드 리프슨, 그리고 프리츠커상 위원회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홈페이지에 있는 정보를 모두 읽어도 혹 프리츠커상에 대해 궁금점이 생기는 사람에게 이번 인터뷰가 작지마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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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지난 2008년 뉴욕에서 시작한 ADFF는 영화라는 매체로 건축과 공간에 관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그 인간적인 모습과 예술적 영감의 원천 등 건축에 얽혀있는 다양한 면을 발견하고자 한다. ADFF의 총감독이자 건축가 카일 버그만을 비롯해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뉴욕현대미술관 시니어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 전 구겐하임 미술관 관장 토마스 크렌스 등 자문위원 12인의 엄정한 평가를 통해 선정된 영화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공간을 바라보는 경험을 선사한다. 본 행사는 ADFF에서 소개된 작품 중 '프리츠커상 수상자', '주거건축', '건축가 아버지', '여성 건축가', '건축과 커뮤니티' 등 5개의 주제를 통해 건축의 역사부터 미래, 건축가의 창조적 원동력을 조명한다. 2017년 ADFF는 11월 1일부터 5일까지 뉴욕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 일시 : 2017년 1월 10일 ~ 3월 26일
■ 장소 : 가회동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 입장 : 현대카드 회원 전용
■ 관람 스케줄 : 화~토 하루 3회 (14시, 16시, 18시 30분) / 일, 공휴일 하루 2회 상영 (14시, 16시)

(참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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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fael Aranda, Carme Pigem and Ramon Vilalta ⓒ Javier Lorenzo Domínguez

우리나라 언론 중에는 중앙선데이가 RCR에 대한 소개와 그 수상의 의의를 알기 쉽게 풀어놨다. 중앙선데이 기사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소도시 올로트(Olot)에서 태어나 카탈루냐 공대 재학 시절을 제외하곤 고향에서 거의 모든 건축 작업을 진행했던 건축 트리오 RCR(라파엘 아란다, 카르메 피겜, 라몬 빌랄타의 이니셜을 땄다)은 영국의 <가디언>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은"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스타 건축가와는 거리가 멀다. "건축물과 주변 환경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건축 재료를 선택하고 짓는 과정에서 의미 있고 지속가능한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지역적이면서 세계적인 그들의 건축은 나뉘었던 세계를 하나로 만들었다." 하얏트 재단 측이 밝힌 수상 사유를 읽어봐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면 그들의 작품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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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ssols-Basil Athletics Track, 2000 ⓒ Hisao Suzu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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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berí Laboratory, 2008 ⓒ Hisao Suzuki

예를 들어 2000년에 완공한 육상 트랙은 그들의 존재를 각인시킨 대표작 중 하나다. 올로트의 도심 가장자리이자 공원이 시작하는 지점에 지어졌는데 공원을 싹 깔끔히 갈아엎지 않고 기존의 자연에 트랙을 포함한 각종 시설을 사이사이 살며시 얹었다. 건물이 돋보이게 만들만도 한데 떡갈나무로 무성한 트랙의 가운데와 주변은 자연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다. 묘하게 어우러진 자연과 인공물의 풍경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RCR의 사무실은 옛 주조 공장을 리모델링했는데 공장의 이름을 따 '바르베리 실험실'이라고 불리는 사무실은 옛 건물에 유리, 강판 등 보편적인 재료를 이용해 오래된 듯 새것 같은 건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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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ements Parampuyre, a Parampuyre. France ⓒ RCR Arquitectes

캠퍼스는 다르지만 같은 카탈루냐 공대 건축대학에서 수학한 건축전문출판사 아키트윈스의 이병기 대표는 올로트가 카탈루냐 지역에서도 굉장히 특별한 화산지대로서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산지대는 분지 형태라 습기도 많아 자연의 특성이 눈에 띄는 곳이라고 말한다. 약 3만 명이 거주하는 이 벽촌에서 수십 년 간 건축을 해온 RCR는 흔히 지역성에 기반한 건축을 맹신하지 않는다. 보통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활용해 지역성을 극대화하지만 오히려 이들이 즐겨 쓰는 재료는 코르텐 강판과 유리 등 너무도 보편적이며, 매스의 형태나 그 구법도 극도의 미니멀리즘에 가깝다는 것이다. 올로트란 굉장히 특별한 자연환경에 엮여 추상화된 건축이 그들의 드로잉처럼 시적이며 동양적인 감수성을 보여주기에 심사위원단을 매료시켰을 것이라는 이병기 대표의 말을 곱씹어보면 심사평에서 프리츠커상 위원회가 말하려는 바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국제적인 영향력을 포함해, 무역, 토론, 거래 등에 의존해야만 하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사람은 오히려 국제화에 두려움을 느낀다. 지역 가치와 예술, 풍습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RCR은 우리에게 둘 다 갖출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가장 아름답고 시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고민에 답한다. 지역과 세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우리 뿌리가 단단히 자리 잡으면 팔이 다른 세계로도 뻗어 나갈 수 있음을 건축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