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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으러 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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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8] 나를 찾으러 간 곳

행복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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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었을 때, 왠지 옛 시대와 현시대를 조합해 놓은 듯한,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어색한 단어였다. "한 번 가지 않을래요?" 라는 한 번의 꾀임으로 "좋아요, 나 시간 있어요." 라는 확답을 주며 경험하게 된 행복공장 나들이였다.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은 처음이었다. 소개시간에 좀 떨렸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늘 긴장하게 된다. 마음이 뒤죽박죽 정리 되어 있지 않아서, 무엇을 먼저 꺼내야 할지 모르는 탓일 것이다. 지나간 과거는 과거대로 정리없이 한쪽 구석에 밀쳐두고, 내 마음은 늘 다음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으면, 원인 모를 불안감을 느낄 정도로 정신없이 살아왔다.

가이드북 한권을 배부 받아서 가방에 넣고 나를 찾으러 감옥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이 정도는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라는 의미에서 챙겨주신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장님께서는 부담 갖지 말라는 당부를 하셨지만, 방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얼른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이드북을 열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야 했다. 정말 충격적이게도 나에게는 오직 한 장면만이 스쳤다. 나는 자식도 평균보다는 많다. 그 아이들이 이미 성년이 된 이때를 맞이하느라 수없이 많은 행사와 기념일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많았던 순간들이 단지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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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고 말한다. 나도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성공도 하고 싶었다. 일도 잘하고, 아이들도 잘 키우고 싶었다. 힘들고 어려웠던 어린 시절이 생각날 때마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것이 행복을 이루는 길이라 믿으며 살았다. 그런데 적지 않은 나이에 나를 돌아보면서 행복을 느끼며 살지 못한 나를 발견하였다.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행복에 대하여 고민하게 되었다. 남편과 행복했던 그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그 때는 우리가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이였잖아" 라고 답했다. 내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왜 나는 오로지 그 한 순간만을 행복이라 느꼈는가? 그때는 다른 때와 어떻게 달랐는가? 나름의 답을 찾았다. 그 순간에 대한 집중인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과거에 대한 집착 없이 고요한 평화와 함께하는 그 순간에 대한 집중이 바로 행복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행복이라고 느꼈던 순간이 바로 그랬다.

지금 나는 내 마음의 고요함을 찾기 위해 열심이다. 틈틈이 책을 읽고, 걸으면서 나를 찾고 있다. 이제는 때때로 스치는 바람에 눈을 감고 바람을 느낀다. 나뭇가지 그림자 속에서 반짝이는 햇빛을 보면서 평화를 느낀다. 80살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 새로운 시작을 기뻐해. 니가 행복공장에 다녀온 이후로 내가 살아온 인생을 다시 살게 될 걸 생각하니 너무 기쁘다." 라고 쓴 것처럼 매 순간에 집중하며 행복하게 살게 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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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 매실나무 꽃을 보면서 "너무 이쁘지요" 라고 이사장님이 말씀하셨다. 그런 말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중년 남자를 본 적이 없다. 정말 맛있는 밥을 만들어 주신 분, 우리를 불편 없이 지내게 하려고 부지런히 움직이던 스텝분들,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해주신 분들, 특별히 작별인사로 가볍게 안아주시던 행복공장 원장님께 감사드린다. 이 순간 그분들의 따뜻하고 소박한 향기가 전해온다.

글 | 유윤숙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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