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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1라운드 평가와 간과된 핵심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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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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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되지 않은 게이트

역대 비선게이트와 무엇이 다른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과 비선권력을 활용한 이권개입 사건으로 백만 시민이 다시 광장에 나섰다. 대통령은 검찰 수사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전국 각지에서 대통령 퇴진의 목소리가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나 권력형 이권개입은 이번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권위주의 시절 5공의 '리틀 전두환', '6공의 황태자' 박철언은 제끼더라도 민주화 이후 소통령 김현철, 만사형통 이상득은 정부인사나 공천 등은 국정농단의 주역이었고, DJ정부의 '홍삼트리오'나 봉하대군 노건평씨는 이권 개입 사건으로 대통령을 흔들었다. 이들 사건은 당사자들의 구속, 대통령은 이들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에 대한 사과와 탈당 등 정치적 책임을 지는 형식으로 마무리되곤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만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되었다).

최순실 사건 역시 역대 정부의 권력 주변에서 반복되어온 사건들처럼 "국정농단", "이권개입", "게이트"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무엇인가 부족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전 사건과 달리 더 분노하고 더 큰 책임을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간명한 대답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사건이 제대로 정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이유다.

최순실 사건의 독특성 "호가호위 아닌, 호랑이 출몰 사건"

최순실씨는 국정농단과 이권 개입 두 고지를 모두 점령했다. 대통령에게 관리하지 못한 책임만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이전 비선실세 게이트와 최씨 게이트가 질적으로 갈라지는 대목이다. 최순실씨가 만약 이권사업에만 관여한 인물이라면 홍삼트리오 사건이나 봉하대군 사건처럼 대통령은 "우째 이런 일이"라고 한탄하며 선을 그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최순실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국정에 관여했던 역대 비선실세들처럼 고위공직경험이나 정치적 파워를 행사할 만한 인물로 비춰졌다면 최씨가 중간에서 장난질을 친 결과로 전가하며 꼬리자르기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호가호위할 경력과 역량을 갖지 못한 최씨지만 과거 그 어떤 비선실세보다 직접적으로 국정에 관여했고 각종 이권을 싹쓸이했다. 호가호위가 통할 수 없어 보이는 인물이 국정과 이권을 주물렀다는 사실은 진짜 호랑이가 개입된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낳을 수 밖에 없었다. JTBC의 보도는 최씨의 단순 호가호위 사건이 아님을 간명하게 보여주었다. 심지어 국정과 이권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대통령 스스로 허용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기본 자질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품게 했다. "대통령도 속았다"는 말이 국민들의 자존심을 심하게 자극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seoul

11월 1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벌어진 촛불집회.


2016년 촛불의 특성

가치전쟁 아닌 유권자의 자존심 회복 선언

따라서 2016년 광장의 분노는 지난 2002년, 2004년, 2008년의 촛불과 다르다. 이전 촛불은 민족 주권, 헌정질서, 혹은 국민 생명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고, 가치 논쟁을 수반했다. 대통령이 추구한 가치의 방향이나 차라리 헌정과 국민을 우습게 본 결과라면 촛불을 드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명분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대통령의 이념과 가치관의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의 사리분별을 못한 결과라는 점에서 가치전쟁이 아니다. 2016년 촛불은 대통령의 반대파만이 아닌 보수층의 공감과 참여 속에서 타올랐다는 점에서 "이념 균열"을 드러내는 이슈가 아닌 국민들의 공유된 분노를 표출한 장이다. 특정 가치가 아닌, 최소한의 분별력도 없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자괴감과 수치심이 분노와 행동의 원천이다.

1라운드 촛불의 고민 : 어떻게 대통령의 책임을 물을 것인가?

사태의 발단부터 백만촛불까지 최순실 게이트 정국의 1라운드는 마무리되었다. 1라운드의 관심사는 대통령이 져야 할 책임의 수위에 집중되었다. 2선 후퇴와 거국내각인가, 하야인가, 탄핵인가. 물론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연루된 잘못을 바로잡고, 책임을 지우는 문제는 시급한 과제임에 맞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문제는 법대로 하면 된다. 한국 헌법은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묻는 기제로 탄핵과 선거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보장하고 있다. 탄핵 사유면 탄핵을 하면 되고, 안되면 선거로 심판하면 된다. 실제 탄핵에 필요한 의석수 계산, 헌재의 재판관들의 성향 분석, 대선 스케줄로 저울질할 사안이 아니다. 일부 대통령 후보들이 주장하듯이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을 문책하기 위한 노력도 제대로 기울이지 않은 채 광장에 맡기자는 것은 또 다른 직무유기다. 현 제도 하에서 대통령을 견제하거나 책임을 묻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책임 기제가 작동하는 새로운 헌정 시스템부터 만들어내는 게 순서다.

간과된 핵심 질문: "이제야 진상이 드러난 이유"

현재 논의가 대통령 책임을 묻는 방식에 집중되면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놓치고 있다. 비서실장 스스로 실토했듯이 봉건시대에나 가능한 일이 어떻게 21세기 세계 10위권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수 있었을까? 최소한의 분별력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는 대통령이 어떻게 현재의 대통령까지 오를 수 있었고, 이제서야 민낯이 드러났을까라는 질문이다.

최씨 비선실세 게이트가 가능할 수 있었던 책임의 한 축은 새누리당이고, 다른 한 축은 검찰이다. 한국사회가 대통령의 분별력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새누리당의 당대표이자, 후보였고, 새누리당의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설마라고 했던 것은 이념을 떠나 최장기 대한민국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라벨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최순실의 존재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사실상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분별력에 문제가 있음을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 집권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이 내부적으로라도 작심하고 대통령에 직언하거나 견제해본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제야 대통령의 문제점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국정행태가 현실에서 견제 없이 유통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책임은 전적으로 새누리당의 책임이다. 야당의 의혹제기를 무책임한 공세로 일축하고, 개헌 및 종북 논쟁으로 물타기 했으며, 심지어 국회일정을 집권여당 스스로 마비시키는 유례없는 모습으로 권력 유지에 전념해온 것이 새누리당의 모습이다.

문제가 은폐되어 온 책임은 검찰에게 있다. 조금씩 불거지던 비선개입 의혹,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이번 최씨 게이트 등 국정농단까지, 초기 단계에서 문제를 발본색원하기보다 권력자의 의중을 먼저 헤아려왔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고, 만약 2년 전 정윤회 문건 사건 시 단순 문건유출 사건이 아닌 '비선의 국정농단' 가능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면 지금처럼 곪아 터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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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1월 4일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2라운드 공이 울리다

얼굴색 바꾼 대통령, 새누리당과 검찰

백만 촛불은 문제의 책임을 대통령이 져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진상규명 단계의 모든 화살이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동안에도 친박은 자신의 책임을 되돌아보기는 커녕 아직도 대통령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비주류는 "대통령 출당", "탄핵" 등 강경대응 모드로 돌아섰다. 대통령 위세에 눌려 수많은 위기의 징후들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던 비박도 사태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까지 우연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권력의 입맛에 맞는 수사 결과만을 발표해온 검찰이 정의를 지키는 파수꾼인 양 얼굴색을 바꾸고 있다. 야당이 중구난방으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방식과 정국 수습방안에 대해 논란만 키우는 동안 친박 새누리당과 검찰이 얼굴색 바꿀 여유를 주었다. 국민들은 야당의 당론을 묻는데 소위 대선주자들의 자기 주장들만 난무했다. 야당의 대표는 단독으로 대통령과 담판을 짓겠다고 나섰다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2라운드 정치권이 풀어야 할 첫 단추

시민들이 정치권 막장 드라마에 대해 여소야대라는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이 불과 6개월 전이다. 1차 정치적 탄핵을 받은 새누리당은 자성과 개혁 대신 대통령 권력누수 방지에 전념했다. 그러나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권력의 생얼이 낱낱이 드러났다. 시민들은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고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 대통령은 원내 친박 세력을 발판으로 지난 사과마저 되돌리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낳고 있다. 유례없는 5% 지지율과 백만 촛불에 담긴 민의를 반영하여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지게 할 것인지 납득할 만한 문책방법을 정하는 것은 정치권의 본분이다.

새누리당, 특히 총선 패배 후 사태를 이 지경까지 만든 지도부는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우선이다. 자신들도 몰랐다며 버티면 된다는 계산을 앞세울 때가 아니다. 친박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는 이가 없다. 우선 대통령을 감싸기 위해 국회일정까지 마비시켰던 친박 지도부에 대한 철저한 문책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박은 무엇보다 스스로 사태의 진상규명에 나서야 하며 친박 지도부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자신이 주류가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은 회피한 채 당명 교체나 분당 같은 공학으로 위기를 넘길 생각해서는 2007년 대선에서 심판을 받은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검찰도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

야당은 대통령 책임을 묻는 방식을 두고 좌충우돌할 때가 아니다. 아무런 자성도 없고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는 보이지 않은 채 집권여당과 검찰이 수습의 주체로 변신할 여지를 주어서는 안 된다. 2선 퇴진이건, 하야건, 탄핵이건 대통령이 떠나는 것으로만 사건이 종료되면 제2의 최순실, 제2의 박근혜 대통령은 언제든지 재등장할 수 있다. 대통령에 대한 문책은 시민들의 힘으로 시작되었다. 대통령과 집권당이 어물쩍 반성 모드에서 반격모드로 전환을 꾀하려 한다면 이에 대한 문책은 전적으로 야당이 맡아야 한다. 검찰개혁의 고삐도 늦춰서는 안된다. 총선에서 국민들은 야당에게 여소야대라는 칼을 쥐어주었다. 이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는 못하면서 대선 경쟁에 매몰되어 있다가는 대통령 심판은 물론 차기 대선의 미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