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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월급논쟁으로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의료계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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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HOSPITAL NURSE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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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면허증을 갓 취득하고 설렘 반 걱정 반으로 근무를 시작한 어느 한 익명 간호사의 제보로부터 이 이슈는 시작되었다. 병원에서 정해준 스케줄에 따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였지만, 통장에 찍힌 첫 월급은 고작 36만원.
 
초임 간호사들의 교육기간을 기존 4주에서 8주로 늘리면서 뒤의 4주는 실질적으로 간호사 업무를 보게 하면서 교육비 명목으로 30만 원대 월급을 지급한 지 벌써 10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 병원은 간호사들의 인력을 착취하였다. '교육생'이라는 핑계로 최저임금제라는 법의 그물까지도 교묘히 피하기까지 했다.
 
"아직 신규간호사들은 정직원이 아닌 교육 실습생 상태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그들이 교육기간에 중도 포기하는 비율이 꽤 높기 때문에 정규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병원 입장에서 손해이다." 익명의 병원관계자가 언급했던 내용이다. 뻔뻔하기 그지없다.
 
신규간호사들이 중도에 그만두는 사례가 부지기수였기 때문에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병원의 주장을 납득시키려면, 힘든 신규 생활을 견뎌내고 일을 계속 해오고 있는 간호사들에게 일한 만큼의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병원은 모르쇠로 일관하였고, 이 문제는 2017년 10월이 되어서야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간호사들이 지난 십여 년간 이 문제를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오늘이 오기까지 그 누구도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 하지 못했다. 그들은 분명한 피해자였지만, 병원 측에 이 문제에 대하여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없는 철저한 계약자 '을'의 위치였기때문일지라. 문제를 제기하였다간 다가올 후폭풍이 그들은 분명 두려웠을 것이다.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괜한 소리를 했다가 본의 아니게 '문제의 직원'으로 낙인 찍혀 자교 출신의 후배들이 해당 병원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있었을 테다. 말해봤자 개선시켜줄 것 같지도 않은 경직된 의료사회 구조도 한몫 했을 것이다.
 
뉴스에 언급된 이 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내가 알고 지내는 간호사 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위 사례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많이 접했다. 비단 간호사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의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병원협회가 인턴 근무기간을 교묘하게 3월부터로 규정하여 작년 2월 일찍 들어와 일한 만큼 인턴의사들이 급여를 요구했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이 요구를 뻔뻔하게 거절하였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사례도 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나는 단순히 간호사와 의사들의 '월급 논쟁'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시작 한 것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여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따져보고 고민해보고자 했다. 의료인(의사, 간호사)의 수급 부족 논란, 간호조무사를 간호사로 격상한다는 해마다 나오는 어이없는 이야기, 조금 더 나아가 현 정부의 보장성강화정책을 찬성한다는 성명문을 제작했던 대한간호협회(이하,간협)의 행보를 묶어보려 한다. '월급논쟁'은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서부터 기인했는지 거슬러 올라가는 도중에 생긴 잔가지에 불과하다.
  
앞서 병원 측은 간호사들이 일을 중도에 너무 쉽게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하였다.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수의 간호사들이 병원생활의 수년을 버티지 못하고 중도 포기한다. 그렇다면 병원과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그들이 쉽게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힘 있는 자들은 당신들의 치부를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하기에, 내가 그 이유를 직접 설명해야겠다.
 
2016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들의 76%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그 이유 중 단연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모든 간호사들이 알고 있듯이 '낮은 임금 수준에 비해 열악한 근무환경과 가혹한 노동 강도'였다.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 여기서 그치지 말고 더 들어가 보자. 왜 유독 우리나라 간호사들만 열악한 근무환경과 비정상적인 노동을 감내하고 있으며, 일하는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임금 대우를 받고 있는가. 크게 2가지의 이유를 든다.

korea hospital nurse

서울대학교 병원.

 
첫째. 정부시스템의 커다란 문제.
 
의료기관은 순수한 의료수익만으로 수익을 창출하며 운영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원 급 규모는 장례식장 편의점, 주차장 그 밖의 부대시설들로 손해를 메우는 실정이다.
 
따라서 경영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가장 많은 지출을 차지하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 병원의 직원들에게 저임금, 과잉노동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위의 36만원 첫 월급 같은 꼼수들도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병원이 환자들을 상대로 소신 있는 진료활동을 통해 원활한 수익을 창출해내는 구조였다면, 애초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례들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월급논쟁은 단순히 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ㅡ물론 1차적인 책임은 병원에 있다.ㅡ 반복되는 악순환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잘못 짜여진 '정부 시스템'에서 기인한다.
 
둘째. 대표 단체 리더의 사태 파악 부재.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애당초 문재인 정부로부터 시작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포괄간호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시범사업은 시작되었고, 메르스 사태를 겪은 뒤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병원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병원은 쉽사리 이 시스템을 접목시키지 못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간호사 인력난과 수가 문제 때문이다.  
간협은 대한의사협회와 마찬가지로 해당 회원들의 원성을 잘 듣지 않나 보다. 간호사들의 인력난과 업무과중, 저임금 문제는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는데, 간협은 이 제도를 우선 환영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간호 간병 통합서비스의 확대로 간호사가 얻는 이득이 무엇인가? 왜곡된 시스템을 우선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 제도는 간호사들의 처우개선에 하나도 도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성명서에 들어갔어야 하는 내용은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에 힘써달라는 뻔한 이야기 말고 왜곡된 시스템의 실상을 담아야 했고 간병과 간호의 명확한 직능 구분을 정부에 요구하는 분명한 '목적', 그리고 어떻게 제도를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안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있었어야 했다. 주변 간호사들의 고충을 들어보면 간병인이 해야 할 일과 간호사가 해야 할 일이 구분 되지 않은 채 간호사가 모든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것이 결국 업무과중으로 연결되는 고리중 하나일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정부 정책에 휘둘리면서 간호사들이 살아야 하는가. 간호사가 정말 없어서 OECD대비 간호사숫자가 부족한가? 면허를 취득한 사람은 넘쳐난다. 2015년 12월 기준 간호사 면허취득자는 34만 명에 육박하지만, 실제 간호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간호사는 약 15만 명에 불과하다. 면허를 취득한 19만여 명의 간호사들은 다른 일을 하고 있거나 아예 간호 업무에 종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간호대학 입학정원의 증원으로 2016년도부터는 한해 2만여 명의 신규 간호사들이 의료사회로 쏟아져 나온다. 이처럼 많은 간호사들이 이 본연의 '간호'업무를 원활히 해낼 수 있는 쾌적한 근무환경을 만들어 주도록 노력하는 것이 진짜 간협 리더들의 역할이다. 그러나 해마다 반복되는 문제점에 대해서 왜 단 한 번도 문제제기 하지 못하고 당장에 눈앞에 보이는 이득에만 집중하여 보건소장 간호사 임명에 대한 성명서(2017.5월)나 쓰고 앉아있냐는 것이다. 간호사는 환자 뒤치다꺼리를 하는 직업이 아니라 의사와 협력하여 환자의 질병을 돌보는 소중한 직업중 하나이다.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간협의 리더들은 고민하지 않았거나 관심이 없거나, 무능하거나 셋 중 하나라고 나는 가늠하고 있다.
 
간호학과 입학정원을 통한 양적증대에만 초점을 맞추어선 안 된다. 올바른 교육을 통해 양질의 간호사가 사회로 배출되었다면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할 수 있는 힘과 배짱을 길러 이들이 의료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

내가 간호사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실상을 다 알진 못한다. 하지만 이번 '월급논쟁'으로부터 시작된 간호사들의 뿌리 깊은 문제들을 한번쯤 정리하고 싶었다. 병원에서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서로 날만 세우는 소모적인 싸움을 계속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지 않았다. 양쪽의 입장들을 모두 들어보면 나름 다 이유가 있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더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의사와 간호사는 서로 뗄 수 없는 상호협력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그에 따른 처우개선 또한 의료인으로서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들어갈 수련생활에서도 간호사들과 함께 이러한 문제들을 함께 풀어헤쳐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해묵은 의료계의 논쟁들로 삼삼오오 둘러앉아 애꿎은 술잔만 기울이며 욕만 내뱉지 말고, 대한민국의 올바른 의료시스템을 위해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날을 오늘도 꿈꾼다.

공중보건의사 여한솔 
 
p.s.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 숲을 통해서 고질적인 의료계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수면위로 끌어올려주신 익명의 간호사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