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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뱃속에서 산후조리원 줄서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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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의 엄마 정치] ⑥ 산후조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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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엄마 10명 중 6명은 출산 후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산후조리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갓난아기를 돌볼 줄 모르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장하나 전 의원도 같은 이유로 2015년 2월 딸 두리를 낳은 뒤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다. 장 전 의원이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두리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두리 아빠 사진가 점좀빼

지난해 가을 박근혜 게이트가 터지자 광장에는 수백 수천만의 촛불과 함께 '이게 나라냐'라는 개탄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애 키우는 엄마들은 진작에 '이게 나라냐'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왔더랬지요. 저 역시 두리 엄마로 살아 보니 말 그대로 '한국의 재발견'이었습니다. 이상한 일이 한둘이 아니지만, 애 낳고 기르는데 왜 이렇게 줄 서는 일이 많은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입시경쟁도 취업경쟁도 멀었는데 태어나자마자 두 자릿수 경쟁률에 두 자릿수 대기번호를 받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 국공립 어린이집?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서는 임신하자마자 대기자 등록을 해야 한다는 엄마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요?

두리의 첫 번째 줄서기도 엄마 뱃속에서 시작됐는데요. 바로 산후조리원이었습니다. 싸고 좋다고 입소문이 난 산후조리원들은 대개 입소 6개월 전에 예약이 다 찬다는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막달이 다 돼서 알아보기 시작했으니 고생깨나 했죠. 인터넷 검색으로 집 가까운 산후조리원을 찾아서 전화를 걸었더니 왜 이제야 알아보시냐고, 너무 임박해서 예약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말에 눈앞이 깜깜하더군요. 산후관리사(산후도우미)님을 집으로 모셔서 산후조리 하는 방법도 있지만, 저는 사는 집이 워낙 좁아서 가족이 아닌 분과 함께 생활하는 게 난망했기 때문에 산후조리원에 꼭 가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미 늦었다니요. 만삭의 임신부에게 걱정거리가 또 하나 생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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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 전 의원의 딸 두리가 앙증맞은 양말을 신고 있는 모습. 두리의 엄마와 아빠는 2015년 2월 두리가 태어난 후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두리를 돌봤다. 두리 아빠 사진가 점좀빼

출산 전후 500만원 드는데 지원은 50만원

주말 내내 산후조리원을 검색하고 전화하고 거절당한 기억이 떠오르네요. 인터넷 포털 검색에는 '산후조리원 투어'라는 연관 검색어까지 있더군요. 다행히 신장개업하는 산후조리원이 있어서 부랴부랴 구경하고 바로 계약까지 했습니다. 계약하면서 놀란 건 딱 두 가지인데요. 첫째는 비용이고 둘째는 남편 외에 출입이 안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시부모님과 친정엄마께서 얼마나 갓난아기를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을까 생각하니 참 비인간적이다 싶었지만, 다른 산후조리원들도 대개 출입을 제한한다더군요. 집에서 산후조리 할 여건이 안 돼서 전문시설을 선택한 건 나니까, 잠자코 규칙을 따르자고 속으로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출산과 산후조리는 집안일이 아니라 의료 등의 전문영역 소관으로 확실히 넘어갔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죠.

두 번째 연재글에서, 건강보험 재원에서 주는 임신·출산 지원금인 고운맘카드(현 국민행복카드) 50만원 대신 정부(복지부) 예산으로 건강보험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산모에게 500만원씩 지급하라고 썼습니다. 산후조리원 이용료(2주)가 전국 평균 230만원(특실 298만원), 서울 302만원인 걸 고려하면 산전검사·출산·산후조리까지 엄마가 되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딱 500만원 수준입니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5인 이상 사업장의 2016년 연간 급여 중위값이 3253만원이고, 월별 실수령액은 240만원쯤 되니 산후조리원 가는 데 한 달치 봉급이 다 들어가고, 애 낳는 데 두 달치 봉급이 들어가는 나라에 사는 겁니다. 저출산 대책 예산 22조원은 다 어디로 간 건지, 이러니 엄마들 입에서 '이게 나라냐'는 말이 절로 나오는 거죠.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전국에 617개소의 산후조리원이 있고, 그중 단 5개소(서울 송파, 강원 삼척, 충남 홍성, 전남 해남, 제주 서귀포)만 공공 산후조리원입니다. 국공립 보육시설 들어가는 걸 로또에 비유하는데 거기에 비하면 공공 산후조리원은 하늘의 뜻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수가 없네요. 공공 산후조리원 다섯 곳의 평균 이용료는 171만원으로 민간 산후조리원보다 50만원가량 저렴하지만, 이 역시 개인이 부담하기에 적은 금액은 아닙니다. 산후관리사의 도움으로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경우에도 출퇴근형은 120만원, 입주형은 200만원 이상으로 역시 부담되는 비용이죠. 당장 내년부터 모든 임산부에게 출산지원금 500만원을 주진 않더라도 산후조리 비용에 대한 지원은 시급합니다. 그 비싼 산후조리원에 왜 가냐고, 안 가면 안 되냐고 물으신다면 할 말이 참 많네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2015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산모의 59.8%(대도시 65.7%)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초산인 산모의 74.8%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데요. 저의 경우 아이를 낳고 바로 집에 가지 못했던 이유는 단 하나, 갓난아이 키우는 방법을 전혀 몰랐기 때문입니다. 저나 남편이나 임신 기간 동안 아이 키우는 방법에 대해 교육받지 못했고 따라서 고가의 산후조리원에 가는 것 외에 대안이 없었던 거죠. 이 보고서에서 둘째 아이 출산 시 산후조리원 이용률은 47.9%, 셋째 아이 이상은 35.8%로 첫째 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걸 보면 육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산후조리원 이용에 있어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40살 이상 산모의 산후조리원 이용률이 37.1%인 것도 같은 맥락이구요. 따라서 정부는 산후조리 비용 지원과 동시에 임산부 및 배우자(가족)에 대한 산전 육아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남성들도 예비군 훈련 받을 때처럼 이때는 회사에서 공가 처리를 해줘야 하고요.

조리원, '독박육아'가 낳은 한국적 문화

산후조리원이 따로 없는 서구 유럽의 경우 재가 산후조리 서비스가 이뤄지는데, 주치의·조산사·방문건강상담원·지역사회간호사 등 여러 주체의 협업을 통해 수행되고 있습니다. 국가의료제도(NHS)하에서 기본적인 의료비용이 무료인 영국은 출산 후 첫 10일간 조산사가 5회 방문해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특히 모유 수유에 관한 교육과 지원을 제공합니다. 네덜란드는 첫 10일간 5~6회의 조산사 방문과 별도로, 첫 42일 중 7~8일간 하루 6시간씩 모성 돌봄조력자(MCA)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모성 돌봄조력자는 한국의 산후관리사와 유사한 직무를 담당하는데요.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이를 조산사에게 보고하는 것 외에 산모가 충분히 쉴 수 있도록 가사일, 다른 자녀 돌봄, 방문객맞이 등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네덜란드 산모의 90% 이상이 모성 돌봄조력자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서비스 비용은 의료보험 적용이 된다고 하네요. 대부분의 북유럽 국가들처럼 기본적인 의료서비스가 무료인 노르웨이도 '출산 급여'의 일부로 무료 산후조리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역시 재가 서비스가 주를 이루지만 한국의 산후조리원과 유사한 '산후조리를 위한 모성센터'도 운영되는데요. 산모와 신생아 및 가족이 함께 생활한다는 게 한국과의 차이점입니다. 공공 산후조리원 비율이 1%도 안 되고, 산후조리는 전적으로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나라에서 살다보니 한숨이 나네요.

만약에 둘째를 낳는다면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용만 문제 되는 게 아니라 낯선 공간에서의 단체생활이 편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인데요. 집에서 산후조리 할 때의 전제는 남편이 집에 있는 것입니다. 고가의 비용을 치르고도 산후조리원에 가거나 산후관리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독박 육아'입니다. 배우자 출산휴가가 5일(유급 3일)인 나라, 아빠 육아휴직은 말도 못 꺼내는 나라에서 출산 직후 2주간의 산후조리원 생활은 엄마들에겐 그야말로 '최후의 만찬' 같은 의미죠. 아빠들이 법에 정한 대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면, 한 달치 월급을 고스란히 산후조리원에 갖다 바칠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산후조리원에 있는 동안에도 아이와 24시간 같이 있었습니다. 별도의 신생아실에 아이를 맡기지 않고 함께 지내는 것을 모자동실이라고 하는데요. 제가 모자동실에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산후조리원에 있는 2주 동안 남편이 24시간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자동실에 지낼 거면 왜 비싼 돈 내고 산후조리원에 왔냐고 물어볼 만큼 산후조리원은 산모의 휴식을 위해 아이와 떨어져 지내는 것이 일반화된 공간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산후조리원 적정 운영 기준 마련에 관한 연구(2015)〉에 따르면 신생아가 산모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하루 4시간 미만인 산후조리원은 36.2%, 4~7시간 36.4%이고 반면 24시간 모자동실로 운영되는 산후조리원은 2.1%에 불과합니다. 유니세프는 산모와 신생아의 상호작용, 모성 역할 획득, 성공적인 모유 수유를 위해 모자동실을 장려하고,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인정 기준의 하나로 '24시간 모자동실'을 꼽고 있는데요. 한국의 산후조리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죠. 근데 이게 엄마의 책임인가요? 산후조리원에서 퇴소한 직후에 엄마 한 사람이 짊어지는 독박육아?독박가사 노동의 강도를 생각하면 산후조리원에서의 2주도 너무 짧습니다. 아이와 엄마가 생이별을 할 동안 정부는 뭘 했나요? 육아휴직도 못하는 이상한 나라가 될 때까지 고용노동부는 뭘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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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 전 의원은 산후조리원에서 아이와 함께 지낼 수 있는 '모자동실'을 택했다. 유니세프는 모자동실을 권장하지만, 우리나라에서 24시간 모자동실로 운영하는 산후조리원은 2.1%에 불과하다. 사진은 2015년 딸 두리를 낳은 뒤 산후조리원에 머물고 있는 장 전 의원. 두리 아빠 사진가 점좀빼

산후조리원은 영양 사각지대

보건복지부는 더 가관입니다. 공공 산후조리원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복지부가 앞장서서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를 방해하고 나섰군요. 2015년 12월, 모자보건법 개정(남인순 의원 대표발의)으로 지자체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그런데 복지부는 모자보건법 시행령에서 민간 산후조리원이 없거나 인접 지자체에도 산후조리원이 없는 지자체, 산후조리원 수요 충족률이 60% 이하인 지자체 등의 단서를 달아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 기준을 엄청 까다롭게 만들어 버렸죠. 그 결과 단 23개 시·군만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치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공 산후조리원을 추진하고 있던 경기도 성남시, 경북 상주시 등은 계획이 틀어졌죠. 특히 산후조리원이 단 한 곳도 없는 경북 상주시는 인접한 구미시에 산후조리원이 있다는 이유로 공공 산후조리원을 짓지 못하게 됐습니다. 이게 정말 나라입니까?

공공 산후조리원은 단지 저비용 때문에 필요한 게 아닙니다. 산후조리를 민간 영역에 전적으로 맡긴 결과, 장애인 산모가 산후조리원에 가지 못하고 산후관리사를 구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기는 겁니다. 또한 전국 617곳의 산후조리원 중에 단 57곳만이 영양사를 채용하고 있는데요. 복지부가 만든 모자보건법 시행규칙에 정원 30명 이상인 산후조리원만 영양사를 채용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전국에 정원 30명이 넘는 산후조리원은 단 42곳에 불과하니 복지부 시행규칙은 있으나 마나 한 거죠. 산모가 1명 있으나 30명이 있으나 산모의 식단과 영양 상태는 똑같이 중요합니다. 영양사를 채용할 여력이 없는 소규모 산후조리원에는 정부에서 영양사를 파견해서라도 관리를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선거철만 되면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 믿고 낳아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는데요. 아이 키우는 것만 책임지지 말고, 아이 낳는 것부터 책임지는 나라가 되어야겠습니다. 산부인과든 산후조리원이든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투어'할 필요 없고, 경쟁도 추첨도 대기번호도 없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집 가까운 병원이 가장 좋은 병원이고, 집 가까운 어린이집이 가장 좋은 어린이집이어야 합니다. '엄마의 정치'는 돈 없어도 아이 낳을 수 있는 사회, 돈 없어도 배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정치입니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