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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오버 더 레인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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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인핸드 서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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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육군에서 수십명의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하는 기획수사를 하고 있다는 군인권센터의 발표가 있었다. 그 직후 표적수사의 대상 중 한명이었던 성소수자 대위가 구속됐다. 그리고 5월 24일 군사법원은 그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다른 동성 군인과 성적 접촉을 가졌다는 이유였다.

성소수자 군인이 색출당하고 구속되고 처벌되는 일은 처음이 아니다. 다만 이번 사건은 기획수사를 통해 유례없이 대규모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었다. 군대의 인권침해를 정당화하는 것은 법률이었다. 군형법상 '추행'죄(군형법 제92조의6). 여기서 말하는 '추행'은 '성추행'이 아니다. '추한 행위'로서의 동성애를 말하는 것이다. 이 조항은 1962년 군형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있었던 것이다. 구미(歐美)의 동성애 처벌법 '소도미법'을 군대에만 들여온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을 정하고 있었기에, 구속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렇다고 합의한 동성 간의 관계를 이유로 실제로 징역을 살게 하지는 않았다. 집행유예, 특히 최근에는 선고유예의 판결이 주를 이뤘다. 법원도 처벌의 필요성을 인정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2008년 육군 보통군사법원은 직권으로 이 조항에 대해 성소수자의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면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기도 했다.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

성소수자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는 성소수자를 찾아내서 가두고 처벌한다.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시민으로서의 권리는 어디에 있는가.

3000여명의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2014)에서는 군대, 정부, 국회, 사법부가 성소수자에게 비우호적이라고 느낀다는 응답자가 각각 86.9%, 83.1%, 81.9%, 75.1%라고 보고했다. 사적 영역에 속하는 기업(74.1%), 학계(65.1%), 언론매체(65.0%)에 대한 응답보다 월등히 높았다. 같은 연구에서, 차별이나 폭력을 경험한 성소수자들 중 경찰서 등에 신고한 비율은 5%밖에 되지 않았다. 성소수자에게 국가는 보호를 요청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차별과 폭력의 주체였다.

박근혜정권에서 벌어진 일들을 살펴보면 이는 더욱 명백해진다. 교육부는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못하게 하는 '성교육 표준안'을 만들어 일선 학교에 강제했다. 경찰은 서울과 대구에서 열리는 퀴어퍼레이드에 대해 집회금지를 통고하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에 동성 간 키스만 나와도 곧바로 방송사에 제재를 가했다. 병무청은 트랜스젠더를 병역기피자로 몰면서 전례 없는 표적수사를 진행했다. 법무부는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재단에 법인 설립을 불허했다. 여성가족부는 지역의 성평등조례에 성소수자 보호와 관련한 내용은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을 개정해 "사랑"의 정의를 어떤 사람에 대한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의미에서 '남녀 간'의 마음으로 바꾸었다. 육군의 성소수자 군인 색출 수사와 처벌은, 박근혜정권의 마지막, 그리고 최악의 탄압이었다.

국가가 이러할 때, 정치의 장은 제대로 작동되어야 했다. 정치인들은 인권의 후퇴를 바로잡고, 비판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 그러나 박근혜정권기 동안, 누가 핍박받는 소수자들의 편에 섰는가. 촛불광장이 열린 것은 그러한 정치의 장을 제대로 열라는 시민의 요구였다. 성소수자들 역시 촛불광장에 쏟아져 나왔다. 촛불광장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차별 없는 나라를 요구하는 무지개 깃발들이 휘날렸다. 그러나 촛불시민들의 힘으로 만든 조기 대선에서, 성소수자들은 또다시 배제를 경험해야 했다.

"나는 국민이 아닌가." 지난 4월 25일 밤, 소셜네트워크 타임라인은 통곡과 비탄으로 가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로서 티브이 토론에서 한 발언 직후였다. "동성애를 반대한다"라는 말이 반복되었다. 인권변호사였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에게 그런 말을 듣기 위해 촛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문재인 후보는 군대 내 동성애를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마저도, 감옥에 갇혀 있던 성소수자 군인에게는 절망이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한 정치의 장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무지개 너머 저편"

성소수자 대위에 대한 유죄 판결이 있었던 5월 24일, 대만에서는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이 위헌이라는 사법원의 결정이 있었다.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이날은 또 공교롭게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의 혼인신고 불수리처분이 정당하다고 결정한 지 꼭 1년이 지나는 날이었다. 이 인접한 국가의 소식은 기쁨이기도 했지만, 그 격차를 체감하는 탄식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성소수자를 국가가 탄압하고, 정치가 배제하고, 법이 처벌할 때, 이웃나라 대만은 '아시아에서 첫번째' 동성혼 제도화 국가라는 명예를 얻었다.

지난 주말(6월 2일~4일) 서울에서는 아시아 성소수자 합창 페스티벌이 열렸다. 2015년 대만에서 열린 합창제에 이어 두번째였다. 한국, 대만, 중국 등에서 8개 성소수자 합창단이 참여했다. 둘째날에는 짧은 거리행진이 있었다. 이들은 서울광장에서 박근혜 석방을 외치는 시위대와 마주쳤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성소수자들에게 폭력과 함께 "문재인도 너희 편이 아니다"라는 말을 던졌다.

합창제 마지막날에 열린 공연의 절정은 180여명의 참가자 전체가 한 무대에 서서 「오버 더 레인보우」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한국의 성소수자 군인 색출 사건을 알리고, 대만 사법원의 동성혼 결정을 축하하는 사회자의 멘트 직후였다. 1절은 한국어, 2절은 중국어, 후렴은 영어로 이어진 이 노래를 전원이 함께 불렀다. 무대와 객석 모두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어딘가 무지개 너머 저편, 언젠가 꿈속에서 스쳐갔던 그곳." 무지개 너머 꿈속에서 그리던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 대한민국 수도에서 한국과 대만의 성소수자, 그리고 '태극기집회'가 만난 이 장면과 「오버 더 레인보우」를 합창하던 이 순간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다시 묻게 한다. 이 당면한 물음에 누가, 어떻게 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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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