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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재직중 형사소추의 전제가 되는 수사 대상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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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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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수사대상이 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뉴스에서는 법학 교수들의 의견도 나란히 찬반이 함께 실린다.

그러나 의견의 결론만 나란히 실렸을 뿐, 무엇이 더 '법학 논증'으로서 설득력이 있는가 그 과정은 보여주지 않는다. 이것은 언론으로서의 임무 방기다. 이렇게 되어서야, 법학자들의 의견을 소개하는 것이, 정치가들의 의견과 병행해서 또 다른 논란이 있구나 정도의 인상만 주는 것에 그친다.

법학자들이 여기에 대해 할 말이 있을 때,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대단한 초월적인 직관이 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면, 이 규정을 해석하는 과정은 충분히 설명될 수 있고, 이러한 설명이 이루어지고 나면 어떤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는 드러나게 된다.

존 롤즈는 공적 이성이 활용될 수 있는 공적 정치 문화(public political culture)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사회를 규율하는 정당성의 원칙에 대하여 원한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때 공고해진다고 한 바 있다. 언론은 이러한 중차대한 해석의 문제에 관하여 시민에 관하여 추론을 소개할 임무가 있다.

일단 우리가 제84조를 살펴보면 문면상 다음과 같은 내용은 확실히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1)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재직중 형사상 소추를 받는다.

(2)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 이외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재직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

(3)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 이외의 죄를 범한 경우에 재직중 수사를 받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러나 (3)과 관련해서 제멋대로 논란을 벌이기 이전에, 우리는 재직후에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위 제84조가 다음 내용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점에는 만장일치로 합의할 수 있다.

(4)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 이외의 죄를 범한 경우 재직 이후에는 형사상 소추를 받는다.

재직 이후에는 형사상 소추를 제한하는 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4)를 도출할 수 있다.

왜냐하면 "보편적인 권리(right)가 아닌 '특권(privilege)'은 그 특권을 정당화하는 헌법상 사유가 없으면 존재하지 아니한다."(P)는 것이 헌법 조항을 해석하는 헌법 규범 원리로 전제되기 때문이다.

만일 P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보자.

그 경우 직무상 일반 국민과는 다른 권한을 가지고 있는 모든 공직자들은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한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헌법적 특권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해석은 제1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에 반한다.

그것은 근거 없이 법 앞의 불평등을 창출하는 것이며, 또한 고위 공직자라는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을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P은 헌법규범으로 참이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특권을 정당화하는 헌법상 사유'가 무엇이냐이다.

재직중 형사소추는 명문의 헌법 규정이라는 헌법상 사유가 있다.

재직중 수사를 받지 아니한다는 것은 명문의 헌법 규정이라는 헌법상 사유는 없다.

헌법제정자는 "재직중 형사상의 수사와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지 아니하고 "재직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만 규정하였다.

물론 여기서 논의가 끝이 나는 것은 아니다.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금지하는 헌법상 사유가 재직중 수사에도 미치는가를 살펴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유는 아무렇게나 가져다 붙일 수 없고, 헌법이 특권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 인정한 공익만을 포함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금지한 이유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한 이유로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해보자.

(1) 대통령은 대통령인 동안에는 너무나 상징적으로 위대하고 멋진 인간이기 때문에 재직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2) 대통령은 재직 후에 품위 있게 살아야 하기 때문에 재직 중에 저지른 범죄를 증거 인멸할 시간을 자기 임기 중에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3)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가대표로서 행정과 외교를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내란과 외환과 같은 국가반역죄가 아니라면, 재직중 형사상 소추, 재판을 받아 재판에 출석하고 자기 방어를 해야 하며 법정구속되고 실형을 살게 하는 것은, 직무 수행행위 자체에 직접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재직 후로 기간을 잠시 미룬 것이다. 즉, 형사상 소추 금지의 목적은 대통령의 합법적 직무수행 권한의 불연속적인 중지나 간섭, 침해를 막음으로써 보호되는 국정운영의 연속성이다.

(1)과 (2)는 헌법상 사유가 되지 못한다. 이 둘은 정당화될 수 없는 권위와 특권을 독단적으로 규정하는 단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당화될 수 있는 특권이라는 것은, 그러한 권한을 인정하는 것이, 자유롭고 평등한 구성원들의 전체 이익을 위해서 더 좋다는 논증이 가능한 특권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판사만이 재판을 선고할 수 있고, 경찰과 검찰만이 사람을 체포할 수 있으며, 의원만이 법률을 입법할 수 있다는 것을 정당화될 수 있는 권위에 결부된 특권으로 본다.

누구나 재판할 수 있고, 누구나 체포할 수 있고, 누구나 법률을 입법하고 폐기할 수 있는 원리보다 특정한 절차를 통하여 선별되고 특별한 절차를 통해 제어받는 사람들만이 이러한 권한을 갖는 것이 오히려 우리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더 좋다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과 (2)는 그런 추론이 불가능하다.

(3)은 그러한 추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임기 동안 보장된 합법적 직무수행이 인신의 구속이나 행정 외의 의무적 자기 방어로 인한 자기사무 때문에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수사의 경우에, 인신을 구속하는 수사, 즉 체포, 구속을 포함하는 수사는 마찬가지로 할 수 없는 헌법상 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즉, 판사는 재직중 대통령에 대하여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없고, 경찰과 검찰은 긴급체포나 현행범 체포를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외의 수사의 경우에는, 수사를 받지 아니할 헌법상 사유를 어디에서도 추론할 수 없다. 그 외의 수사의 경우에 만일 사유가 있다면 (2)의 사유, 즉 대통령이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사유만이 제시될 수 있을 뿐이다. 범죄의 증거를 수집하는 압수수색을 한다고 해서 대통령의 합법적인 직무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므로 물건과 장소에 대한 강제수사, 또한 대통령의 인신을 구속하지 아니하고 대통령의 의사가 있을 때 이루어지는 임의수사, 그리고 대통령을 피의자로 특정하여 이루어지는 공범 등에 대한 강제수사 등은 꼭 필요하며, 직무수행의 연속성과 양립가능하다.

그러나, 국정의 수반이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것은 헌법상 원리로 인정할 수 없다. 이러한 원리가 도입되었을 때 입헌민주주의 국가의 시민들의 지위는 국정의 수반이 재직중 범죄를 저지르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증거를 인멸함으로써 자의적으로 훼손된다.

대통령은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지위이다.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지위이며, 가장 큰 권력은 가장 남용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거대한 권력을 가진 지위에는 오히려 특별히 면밀한 감시가 결부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 적시의 명예훼손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무모한 것이 아닌 한 인정되지 않아야 하며, 사실 적시의 명예훼손은 사실상 성립하지 아니하여야 한다. (즉 대통령에 관한 모든 정보는 공익과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같은 원리에 의하여 헌법상 공익은, 대통령의 재직중의 범죄에 대하여 오히려 적시의, 신속한 수사가 이루어질 것을 명한다. 이러한 헌법해석에 의하여 우리는 정당화되는 범위를 넘어서서 지배권력을 행사하는 권력의 남용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첫째 경우, 즉 대통령이 재직중 수사되지 않는 헌법상 특권을 지닌다고 할 때 입헌주의 사회 구성원들의 지위는 다음과 같이 훼손된다.

"구성원들이 권력 범죄의 영구적 피해자나 민주주의 훼손의 영구적 희생자가 되는 것은 대통령의 자의와 합법적으로 보장된 임기 중 증거인멸의 높은 가능성에 달려 있다."

둘째 경우, 대통령이 재직 중 즉시 수사 대상이 되어 수사력이 오히려 면밀히 결집될 때 입헌주의 사회 구성원들의 지위는 다음과 같이 보장된다.

"구성원들이 권력 범죄의 피해자나 민주주의 훼손의 희생자가 되는 것은 적어도 대통령 재직 중 적시에 수집된 증거로 재직 후 소추가 적절히 될 것이라는 방비책에 의해 억제된다."

이 두 경우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받아들일 원리는 두 번째 것이다.

반면에 첫째 경우의 원리는,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라면 합당하게 거부할 수밖에 없는 원리이다.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합당하게 거부할 원리는, 불문의 헌법상 사유, 즉 편입되는 헌법규범원리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재직 중 즉시 수사대상이 되어야만 하고, 오히려 면밀한 수사대상이 되어야만 하며, 피의자로 특정되어 소환되고 신문받을 수도 있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할 수도 있어야 한다. 다만 체포, 구속과 같이 신병을 제한함으로써 국정 직무수행이 불가하게 되는 수사만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대통령을 직접 체포, 구속할 수 없다 할지라도, 대통령을 피의자로 특정하고 수사를 벌여 증거를 수집하여 놓는 것과, 대통령은 재직 중에는 소추가 안된다니까 아예 재직후 소추할 증거도 다 멸실시키고 어리버리 다 인멸할 시간을 주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현행 헌법 하에서 입헌 시민의 지위를 가장 적실하게 보장하는 것이며, 후자는 입헌 주의 사회의 시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즉 합당하게 거부할 수밖에 없는 사유를, 헌법상 사유라고 억지로 우기는 것이다.

"수사는 소추의 전제가 되니, 소추를 금지한 취지상, 수사도 금지된다"는 식의 간단한 논리는 이쪽 저쪽 어느 통로로 갈 수 있는 갈림길에서 아무렇게나 한 쪽 길을 택한 궤변에 불과하다.

우리는 헌법을 이러한 갈림길 중 동전을 던져서 대충 채택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관되게 우리가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원리에 의해 해석해야만 한다.

* 이 글은 시민교육센터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