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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사람 그 자체... 아집 버려야 자신의 진짜 요리 찾는다" | 송훈 셰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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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안의 모든 음식은 함축과 스토리다"
송훈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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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세프코리아' 시즌4 첫 방송에서 송훈 셰프는 한 남자 참가자에게 묻는다. "당신이 마스터셰프코리아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진정성을 다 해 말씀해주십시오."

긴장감 속에 도전자는 '열망'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마스터셰프코리아 시즌4 심사위원으로 처음 합류하게 된 그가 이번 방송을 통해 얻고 싶은 건 무엇이었을까. 현재 오픈 준비 중인 레스토랑 「S 태번(S-Tavern)」에 담고 싶은 송훈 셰프의 진짜 이야기는 무엇일까. 진정성을 다 해 대답해달라고 했다.

접시 안에 담아내는 이야기

그래머시 태번, 뉴욕 일레븐에디슨파크, 마이알리노.... 이름만 들어도 입이 쩍 벌어지는 미슐랭 '스타' 식당에서 그는 제법 오랜 시간 수셰프로 근무했다. 뉴욕 외식업계의 대부이자 '쉑쉑버거(Shack Shack Burger)' 창업자이기도 한 대니마이어와의 인연으로 다양한 무대에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마스터셰프코리아에서 보여준 그의 요리철학인 '스토리' 역시 대니마이어의 주방에서 가장 먼저 배웠다. "마이알리노는 대니마이어의 레스토랑으로 로마식 이탈리안 식당이다. 식당 콘셉트도 독특했지만 메인요리인 애저구이가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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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저는 새끼돼지다. 주로 중국에서 즐겨 먹고 스페인에서는 코치니요(2~3주된 새끼돼지요리)로 불리는 애저요리를 각종 이벤트나 행사 때 한 번씩 먹는다. 그러나 뉴욕에서는 생소한 요리였다.

"대니마이어 셰프의 어릴 적 별명이 아기돼지였다. 이를 자신의 경험과 레시피, 뉴욕 시장에서의 상품 가능성과 새로운 콘셉트로 결합시켜 선보인 셈이다. 한 가지 메뉴를 시장에 내놓을 때 어떠한 이야기들을 조합해나가는지 그 과정을 배우는 일이 매우 흥미로웠다."

마셰코 참가자들에게 강조하는 스토리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어릴 적 기억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재료 간의 새로운 조합, 상품성, 자신만의 색깔, 창의력, 데커레이션, 영양학적인 밸런스 등을 유기적으로 고려하고 이를 한 접시 안에 함축적으로 담아내야 한다는 것.

"만약 고향이 강원도 횡성인 요리사가 횡성의 스토리를 음식으로 푼다고 가정했을 때 횡성한우를 메인으로 냈다면 가니쉬로 횡성의 로컬푸드를 활용해 질감이나 향의 밸런스를 맞추고 여기에 자신의 추억과 관련된 요소를 소스로 녹여내는 것이다. 맛은 물론이고 색감과 질감, 영양소와 향이 스토리와 어우러졌을 때 최고의 접시가 된다고 생각한다."

"마셰코에서 얻은 것? 음식에 대한 모든 것..."

네 번째 시즌 첫 방송 때 그가 한 참가자에게 던진 질문은 사실 평범한 듯하지만 예리했다.
현장에 모인 100명의 참가자들이 마스터셰프코리아를 통해 과연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지가 프로그램의 핵심 가치였기 때문이다. 좀 더 크게 해석하면 그들이 가진 사연과 열망은 국내 외식업계의 방향성에 대한 제시이기도 하다.

"대부분 자신의 요리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원했다. 아마추어기 때문에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평가는 셰프가 됐을 때 고객에게 받는 것이다. 아마추어에게 내리는 평가는 무의미하다. 꼭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요리에 도전하는 동안 그들은 뜨거워야 하고, 음식은 결코 머리가 아닌 가슴과 오감으로 풀어내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얼마나 다양한 시각과 혜안을 순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 연습한다는 생각을 늘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이번 마스터셰프코리아에서 심사를 맡았을 때도 기본 재능과 실력을 칭찬하고 인정하기도 했지만, 이제 시작인 단계에서 평가에만 지나치게 몰입할 이유는 없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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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훈 셰프 역시 이번 마스터셰프코리아 방송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 요리에 대한 영감이다. "심사위원 자격으로 출연했기 때문에 분위기도 잡고 때때로 잘난 척도 했지만(웃음) 사실 내가 도전자들에게서 얻은 게 훨씬 많다. 북한 출연자가 만든 명태껍질순대는 정말 맛있었다. 된장 찹쌀밥을 명태껍질에 돌돌 말아 소스와 함께 냈는데 그것을 '순대'라고 표현한 부분이 재미있었다. 찹쌀도 명태껍질도 어느 것 하나 새로울 게 없는 재료들인데 그 둘의 컬래버레이션은 환상적이었다."
동서양 구분 없이 각각의 재료 활용법이나 소스와의 조화, 새로운 식감을 발견할 때마다 그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감이 됐다.

"또 하나는 음식으로 만난 사람들이다. 숨 쉴 틈 없이 바쁜 레스토랑의 주방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평가하고 평가 받는 자리를 떠나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교감하는 순간이 참 좋더라. 음식을 만드는 순간의 열정과 정성을 나누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참가자들을 보며 느낀 건 요리는 '사람 그 자체'라는 것이다. 테크닉은 배우는 만큼 늘지만 본인만의 창의성과 영감, 개성, 표현력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그 사람의 몫이다. 또한 요리에 대한 자유로운 발상은 자신의 고집이나 아집을 버려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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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훈의 동서양의 불맛 가득 그릴 요리 'S-태번'

이번 마스터셰프코리아 녹화 일정이 끝나고 송훈 셰프만 유일하게 한국에 남았다. 그는 현재 서울 도산공원 근처에 'S-Tavern'이라는 레스토랑 오픈을 준비 중이다. Tavern은 선술집, S-Tavern을 직역하면 '송훈의 선술집'이 된다.

9000원대 파타스부터 6~7만원대 고급요리까지 골고루 구성했다. 1층은 '셰프 테이블'로 바(Bar) 형식의 자리를 만들어 예약 없이 자유롭게 방문해 그릴요리와 맥주, 와인을 마실 수 있고 2층은 다이닝 분위기로 꾸몄다. 200평 규모로 넓은 정원도 마련했다.

"뉴욕의 한 고즈넉한 부촌에 초대받은 기분이 들 것이다. 식사와 술자리가 끝나면 재래된장으로 끓인 구수한 아욱국도 서비스할 것이다. 재미있는 공간을 완성하고 싶다. 푸드테크 사업도 준비 중이고 복합문화공간을 꿈꾼다.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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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월간식당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