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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인터넷' 경주에서 뒤처진 한국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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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는 유난히 무더웠던 6월의 마지막 날, 푸르른 잔디가 펼쳐진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깨끗한 인터넷" 세상을 위한 이색 달리기 대회를 열었습니다. 가상의 달리기 대회인 "그린피스배 깨끗한 인터넷 경주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모두 6명. 이들은 바로 지난 6월 3일 그린피스가 발표한 <당신의 인터넷은 깨끗한가요?> 보고서에 등장한 6개 기업을 상징하는 주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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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기업을 대표하는 로고를 가슴과 등에 자랑스럽게 부착하고 출발선 상에 선 선수들. 국내 무대와 세계 무대를 누비며 IT 영역의 선두에 서고자 하는 의지만큼은 대단해 보입니다. 그러나 각 기업 로고 위에는 A부터 F까지의 알파벳이 하나씩 커다랗게 붙어 있습니다. 이게 뭐냐고요? 바로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에 대한 평가 점수입니다. 네이버 A, SK, KT, LG는 D, 삼성과 다음카카오는 F. 덩치큰 대형 IT 회사, SK, KT, LG, 삼성의 점수가 모두 D와 F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눈에 띕니다.


수준 낮은 인식, 부끄럽도록 변화 없는 대기업

세계 유수의 IT 기업들은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혁신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미국 등지에서 이미 진행된 바 있는 '쿨 IT(Cool IT)' 캠페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5년 한국 IT 업계의 미래를 고민하며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대한 현재를 조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그린피스가 국내 기업에 주요 한국 IT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현황에 대한 보고서 발간 계획을 이야기 하며 이를 위해 정보공개를 요구했을 때, 대부분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게다가 그린피스의 요구에 가장 먼저 응답한 SK C&C의 경우도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대한 비전과 구체적 정책은 찾아 볼 수 없었지요. 보고서가 발간되어 자신들의 재생가능에너지 성적표가 공개된 지 한 달이 지난 이 시점에도, 여전히 그들은 변화와 혁신을 위해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왜 한국의 주요 IT 기업들은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있어 자신들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음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일까요? 이는 이들이 국내 시장에서 굳이 변화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들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정부 역시 창조 경제의 주축인 자신들 편을 들어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제까지 세계적 흐름에 모르쇠로 일관할 것인가

하지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국제적 흐름과 이로 인한 에너지 시장의 변화를 바라보는 안목과 혜안이 있다면, 이런 생각을 고수하며 복지부동하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받게 될 평판의 위기와 경제적 부담의 증가는 당장 우리 정부를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니까요.

한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온실가스감축목표에서 기존 목표에 대한 후퇴불가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감축목표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한국정부가 기후변화에 대한 중요성을 놀라울 정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탄소배출 7위 국가로서의 책임의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긴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정부는 결국, 약속을 지키는 척이라도 하기 위해 국제탄소시장에서 약 1조원에 달하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겠다고 합니다. 결국 이 경비는 탄소 배출 기업 또는 시민의 혈세로 부담하게 될 것입니다.

2030년을 대비해 탄소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예측 및 관리하고 정책을 마련하는 각국 정부, 그리고 이 흐름에 맞춰 자신들의 기업활동에 미칠 영향을 대비하며 적극적인 탄소 감축과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세계 기업들. 이들과 세계 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할지, 우리 기업들은 거듭 숙고해야합니다. 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결국 자신들이 자초한 것으로 귀결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차근차근 준비하자

이번 그린피스의 가상 달리기 대회는 바로 우리 기업들을 향한 애정어린 메시지에 가깝습니다. 경주에 참가한 기업들이 출발선을 벗어나지도 못해 엉금엉금 기어가거나 멀리가지 못하고 넘어지는 모습은 세계적 흐름을 보지 못하는 부실한 정부 정책과 단기간 이익에 급급한 기업들의 경영철학이 만나는 콜라보가 지속될 때 현실로 나타나고 말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세계 대형 IT 기업들이 인류의 편안한 삶과 직결되는 IT 기술을 제공하는 데 있어 서비스 생산활동의 '시작'부터 '끝'까지, 즉, 전력원부터 서비스 제공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하기를 요구합니다. 이를 위해 최근 그린피스는 '클릭 클린 점수표'라는 구글 크롬 플러그 인 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인터넷 사용자들은 미국 내 110개의 주요 웹사이트가 어떤 전력원을 사용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었죠.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네티즌은 이제 지구를 식히는 '깨끗한 인터넷', 즉 100% 재생가능에너지 로 운영되는 인터넷이 새롭게 부상하는 '대세'임을 분명히 알게 될 것입니다.

곧, 한국 IT 기업들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정보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2015년 첫 발간된 한국 IT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성적표가 조만간 포함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기업인 그리고 소비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IT 기업들이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어떤 수준에 와 있는지, 이들이 광고에서 말하는 '혁신'이나 '지속가능한 서비스'의 실상은 어떤지 보게 될 것입니다. 세계 각국 시민들로부터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라는 메시지가 우리 IT 기업들에게 쇄도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한국 IT 기업들이 "깨끗한 인터넷" 혁신을 선도하는 꿈, 함께 꾸실래요?

그린피스 캠페이너로서 저는, 한국 IT 기업들이 당당히 재생가능에너지 성적 A를 달고 세계를 무대로 혁신을 위한 경주를 선도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마도 그날은 혁신적인 한국 IT 기업들이 지구를 시원하게 만들기 위해 실천한 구체적인 노력을 공표하며 다른 기업들로부터 찬사를 받을 날일 것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일상 생활 속에서나 업무를 하면서나 끊임없이 사용되고 있는 인터넷이, 지구를 살리는 인터넷이 될 수 있도록 그린피스는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갈 것입니다. 결국에는 그린피스가 이번에 진행했던 경주대회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현실로 이뤄지는 꿈, 여러분들도 함께 꿨으면 합니다.

글: 이현숙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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