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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연설의 기묘한 오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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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기후변화 정상회담에 모인 세계 지도자들 앞에서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한 연설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기후변화가 얼마나 시급한 인류 공동의 과제인지를 역설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으로 공해를 불러일으키던 산업공해자들을 감시하고 지금 즉시 긴급한 행동을 취할 것을 진중하게 요청했던 그의 내용은 제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의 연설문을 보다가 최근 정부가 발표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살펴보자니, 큰 괴리감 때문인지 머리가 아찔해 옵니다. 작년부터 발표가 미뤄져왔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초안이 지난 6월 8일 국회에 제출되었습니다. 하지만 공개 전부터 베일에 쌓여 각계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에 비하면 막상 공개된 내용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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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산업부가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

산업부는 이번 제출안이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신기후체제(Post-2020) 목표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최대한의 조치를 하고, 지난 2013년 수립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수요관리목표보다 훨씬 높은 수요관리목표를 설정했다고 자평하며 자신 있게 발표 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자화자찬은 그저 자신들의 과오를 가리기 위한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작 2.5% 밖에 줄지 않은 석탄화력발전 비중
국민이 입고 있는 초미세먼지 조기사망 피해는 나몰라라

가장 눈 여겨 볼 수 있는 변화는 '4기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계획 백지화'입니다. 하지만 백지화된 석탄화력발전소는 연료와 송전설비 문제로 지역의 저항에 봉착해 건설이 늦춰지고 있던 인천의 영흥석탄화력발전소 7,8호기와 강릉의 동부하슬라 1,2호기였습니다. 즉,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계획을 백지화한 것이라기 보다는, 애초 무리한 승인으로 사업진행이 사실상 어려웠던 것을 철회한 것에 불과합니다.

'40년 이상 된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에는 기존용량범위 내에서 환경성이 개선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한다'는 내용도 눈에 띕니다. 이 내용이 포함된 것은 최근 산업계가 석탄화력발전소의 환경성을 개선하여 '청정연료'로 둔갑시키려는 움직임으로 분주하기 때문일 것 입니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는 아무리 최신기술을 도입하더라도 전 세계 전력생산분야에서 초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물질 및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오염원입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초미세먼지 문제에 있어서도 정부는 속수무책입니다. 지난 3월 그린피스는 연구 보고서를 통해, 매년 한국에서 석탄화력발전소의 초미세먼지로 1600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하며, 계획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를 모두 건설 할 시에는 그 피해가 2800명까지 증가한다고 발표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발표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석탄화력발전의 비율은 기존 계획에 비해 2.5%밖에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이는 정부가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소의 초미세먼지로 인한 국민의 조기사망 피해를 좌시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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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는 지난 4월 8일 밤 인천 옹진군 영흥석탄화력발전소 앞에서 석탄 발전을 확대하려는 한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는 레이저 액션을 벌인적이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최대한의 조치? 역행하는 조치!

이번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온실가스 감축에도 큰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지난 8일 국내 환경단체 환경운동연합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현재 정부가 제출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연간 4천6백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 밝혀졌습니다.

올해 말 파리 당사국총회(COP21)를 앞두고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앞다투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의욕적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석탄사용량 1위인 중국마저 올해 4월까지의 석탄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4년 대비 각각 약 8%, 5%씩 감축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이런 국제적인 흐름과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번 계획안뿐 아니라, 정부가 11일 발표한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초안은 기존에 약속한 '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보다 후퇴한 목표로 온실가스 감축에 전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원전 사고 위험성, 해결책 없는 핵폐기물 처리 문제에도 원자력발전소 13기 증설

산업부가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기존의 계획에서 또 다시 원자력발전소 2기를 추가 하기로 한 계획 또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한국은 23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고, 여기에 11기를 더 짓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발표대로라면 2029년까지 총 13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게 되는 것입니다. 2011년 후쿠시마 대참사를 기점으로 전 세계는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체르노빌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인근 30km반경은 사람이 살지 못하는 오염된 땅으로 버려져 있습니다. 누구보다 가까운 이웃 나라에서 벌어졌던 돌이킬 수 없는 원전 사고에 대해 정부는 이미 기억을 지운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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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는 2012년 3월 9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년을 맞아 서울시청 앞에서 피해주민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최근 정부는 2051년까지 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10만 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격리시켜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물에 대한 해결책도 없이 지난 37년간 원전을 운영해 온 결과를 이제 감당하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앞으로 13기를 더 증설한다니요. 결국 산업부는 2029년 에너지 믹스에서 석탄화력발전 32.2%(6차 계획 대비 -2.5%)와 원자력발전 28.5%(6차 계획 대비 +1.1%)를 제시했습니다. 그에 비해 신재생에너지는 겨우 4.6%(6차 계획 대비 0.1%)밖에 되지 않았습니다(심지어 4.6% 내에는 전세계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 에너지원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세계는 빠르게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준비하는데 한국은?

전 세계는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석탄과 원자력발전 중심의 이번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한 산업부 조차도 '제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2014년)'을 통해 '2017년에는 풍력발전이, 2022년에는 태양광발전 단가가 가스화력발전 비용보다 낮아질 것이며, 2035년에는 육상풍력과 태양광이 석탄화력발전 비용보다 더 낮아질 것임을 전망'한 바 있습니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6월 15일 발표한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관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15 특별보고서'를 통해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의 발전량이 향후 15년 내 화석에너지를 앞지를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한국정부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계획한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하는 시점은 대략 2020년부터 2029년 사이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와 화력발전의 발전단가가 역전하는 시기와 정확히 맞물립니다. 지금 재생가능에너지를 등한시 하고 있는 한국은 환경을 파괴하면서도 전혀 경제적이지 않은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를 미래에도 애물단지처럼 떠안고 가야 할 것입니다. 한국정부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누가 보더라도 근시안적이며,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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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한국은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에만 천착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늦습니다.

그린피스는 지금까지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의 위험성과 문제점을 알리고 한국이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 할 수 있음을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려 왔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에너지 시장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은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을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준비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눈을 감은 채 벼랑 끝으로 내달리는 것과 다름없는 수준입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한국은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실질적인 에너지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에너지 정책을 마련하는 한국 정부 여러분들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설을 일독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한글로 정리된 연설문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래의 내용은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전략)지금이 바로 행동을 개시할 순간입니다.

탄소 배출량에 단가를 적용하고, 석탄, 천연가스, 석유업체에 가는 보조금을 중단해야 합니다. 자유시장이라는 핑계로 이제까지 공짜로 혜택을 봐온 산업공해 생산자들에게 시민의 세금을 넘겨주는 것이 차단되어야 합니다. 오히려 그들은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왜냐면 우리의 생태계가 죽으면 경제도 죽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다행인 것은 재생에너지 체제가 실제 가능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이로운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기존의 기술을 이용해 생산하는 청정 재생에너지로 2050년이 되면 지구의 수요를 100% 채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개발에 따라 수백만의 새로운 직업이 창출될 것이라고 합니다.(후략)"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정리된 한글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늦습니다.

글: 손민우 /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