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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시민'이 되는 네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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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고, 자고, 입고, 생활하는 일상과 경제 활동 전부를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에너지'입니다. 그렇다면 이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자는 '에너지 전환', 나에게는 어떤 의미일까요?

'에너지 전환'은 사실 우리 삶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우리 사회 전체 시스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죠. 에너지 전환은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변화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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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에너지 전환

지금까지 에너지 정책 결정은 정부와 기업이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국민에게 통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결정 짓는 중요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죠. 석탄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처럼 지역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시설의 입지 계획을 세울 때조차도 지역 주민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권리가 무시돼온 거죠.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도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발걸음을 뗐습니다. 이 에너지 전환은,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공유하게 될 모든 사람들과 함께 결정하고, 그 이익도 함께 공유해야 합니다. '시민'이 중심이 되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전환의 핵심, 시민 참여!

이것은 단순히 당위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는 시민의 참여가 있을 때, 그리고 그 이익이 모두와 공유될 때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재생가능 에너지 설비를 '누가 소유 하느냐'에 따라 그것을 수용하는 정도, 즉 '수용성'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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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로, 세계풍력에너지협회(WWEA)가 발간한 보고서(Headwind and Tailwind for Community Power, 2016)는 2011년 독일에서 시행된 조사 결과를 소개합니다. 이에 따르면, 지역 주민이 소유하고 관리하며 결국 주민에게 이익이 돌아오는 공동체 소유의 풍력 발전소[1]에 대해 62%의 주민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오직 1%의 주민만이 부정적으로 인식합니다. 반면, 상업적 풍력 발전소 주변에 사는 주민은 지역 내 풍력 발전소에 대해 오직 26%만 긍정적으로, 47%는 '중립적', 그리고 27%의 주민은 '부정적'으로 인식했습니다.

에너지 전환의 선두 주자 독일과 덴마크 같은 국가가 일찌감치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방식의 에너지 전환을 고민해온 이유입니다.

에너지 전환을 이끌 주인공, '에너지 시민'

지금까지 중앙 집중형 에너지 체제에서는 대형 발전소들이 대규모 송전선을 통해 전력을 끊임없이 '공급'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이때 시민은 에너지 '소비자'에 머물러 있었죠. 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늘어나고 재생가능 에너지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에너지 체제, 즉 분산형 에너지 체제에서는 다양한 시민들의 참여가 더욱 중요합니다.

내가 사는 곳 또는 주위에 있는 소규모 분산형 발전소들이 내가 쓰는 에너지를 직접 생산할 뿐만 아니라 남는 전력을 판매하는 거죠. 더 많은 시민들이 에너지 생산과 저장, 그리고 공급의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에너지 생산, 저장, 공급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에너지 시민' 또는 '에너지 프로슈머(energy prosumer)'라고 부릅니다. 에너지 프로슈머는 에너지 소비자(consumer)가 동시에 생산자(producer)라는 의미에서 컨슈머(consumer)와 프로듀서(producer)가 합쳐진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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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시민'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내가 사는 집에 직접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내가 사용하는 전기를 직접 생산하거나, 에너지 협동조합에 가입해 공동체 에너지의 주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소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죠.

2016년 발간된 보고서(The potential of energy citizens in the European Union)[2]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을 앞당기는 데 있어 '에너지 시민'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재생가능 에너지 생산뿐만 아니라 수요 반응과 에너지 저장에 참여함으로써 전력망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유럽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연구에서는, 만일 적절한 정책적 노력과 투자가 뒷받침된다면, 유럽 전체 가구의 83%, 약 1억 8,700만 가구가 잠재적으로 '에너지 시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전기차, 스마트 전기 보일러, 거치용 배터리와 같은 기술들은 각 가정을 넘어서 지역 내 전체 전력망 유연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에너지 시민'이 되는 네 가지 방법

하나. 내가 쓰는 에너지는 내가 생산한다 ('베란다 태양광')

혹시 요즘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태양광 발전기가 집집마다 설치돼 있는 걸 보신 적 있나요? 흔히 '태양광 미니 발전소' 혹은 '베란다 태양광'이라 불리는 이 작은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집들이 요즘 늘어나고 있습니다. 에어컨이나 세탁기 같은 다른 가전제품처럼 쉽게 설치할 수 있고, 이사할 때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지자체별 보조금을 통해 저렴하게 설치가 가능해지면서 더욱 활성화 되고 있습니다(서울특별시 햇빛지도).

서울시에서 보조금을 받아 설치한 200W~300W급 태양광 발전기 경우
  • 20만원 대에 설치 가능.
  • 260W급 발전기 = 연간 양문형 냉장고 한 대 소비전력량(200kWh 정도) 생산.
  • 월 5,350원, 연간 64,200원 정도의 전기료 절감 효과[3]
  • 태양광 발전기 수명은 약 20년 정도. 따라서 장기적으로 꽤 큰 절약 효과.

둘. 공동체로 에너지를 생산한다 ( 에너지 협동조합)

에너지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거나 직접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내가 사는 지역 내 재생가능 에너지 설비의 공동 주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의 출자금을 모아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소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고, 지역 내 학교, 주차장, 공동 건물 등에 발전소를 설치합니다.

모든 조합원은 발전 시설의 소유자이며 출자금의 규모와 상관없이 공동체 에너지에 관한 의사 결정에서 동등한 권리를 행사합니다. 이렇게 생산된 전력을 판매함으로써 얻은 공동 수익은 조합원에게 배당금으로 할당되거나 공동체 운영에 재투자됩니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수익 뿐만 아니라 주민 참여를 통한 에너지 전환 및 지역 공동체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관련 활동이나 교육 등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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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덴마크 등 에너지 전환 선도 국가들은 이미 수많은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직접 에너지원을 선택하고 수익을 지역 내로 환원함으로써 재생가능 에너지의 수용성을 높이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에너지 협동조합들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해, 현재 전국적으로 112여 개(2016년 말 기준)의 에너지 협동조합이 있으며, 이 중 66개가 태양광 발전 협동조합입니다. 많은 곳들이 '햇빛 발전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셋. 재생가능 에너지 설비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다 (재생가능 에너지 펀드)

재생가능 에너지 설비에 투자하는 것도 에너지 생산에 참여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태양광 등 재생가능 에너지 설비에 일정 금액을 투자하고,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으로 생긴 수익을 돌려 받는 것이죠.

서울에너지공사 옥상에 설치 예정인 약 100kW 규모의 양천햇빛공유발전소는 지난 7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했습니다. 12개월 만기에 연 수익률은 7.5~8%(세전)으로, 최소 10만 원부터 투자 가능했던 이 상품은 투자 신청 개시 55분 만에 1.8억 원 전액 모집을 완료했습니다. 발전소 지역 주민에게는 연 0.5%의 우대 금리를 제공해서, 지역 주민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도록 했습니다. 지역 주민 수용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죠.

이 크라우드 펀딩은 재생가능 에너지 펀드 전문 스타트업 기업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어렵고 먼 일처럼 느껴졌던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사업에 대한 투자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비즈니스로 만든 것이죠. 앞으로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이 커질수록 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투자 상품을 통해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사업에 대한 투자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넷. 재생가능 에너지를 사용할 권리를 행사한다 (기업과 정부에 요구하기)

마지막으로, '에너지 시민'이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내가 '재생가능 에너지를 이용한 서비스받을 권리'를 기업과 정부에 요구하는 것입니다.

국내 에너지 소비량이 가장 많은 20대 기업의 연간 전력 소비량만 원전 약 10기 분량에 해당할 정도로(2012년), 국내 기업들의 전력 소비량은 무척 큽니다. 특히 1, 2, 3위에 속하는 기업인 현대제철, 삼성전자, 포스코의 전력 소비량은 각각 원전 1기 분량(원전 1기를 약 1기가와트로 계산할 경우)에 맞먹습니다. 이들 3개 기업이 연간 총 원전 3기 분량의 전력을 사용하는 셈인데, 만일 이들 기업이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전력 소비량을 적극적으로 줄이고, 사용 전력을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한다면, 우리 사회에 더 큰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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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요구로 기업이 변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린피스가 2010년부터 글로벌 IT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해 왔던 캠페인을 통해 지금까지 20여 개의 IT기업이 '100%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을 약속했습니다. IT산업의 변화는 다른 산업에까지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약속은 수많은 시민의 요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관련 글: 잘나가는 기업들의 특징, '재생가능에너지'에 적극적)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한 일입니다. 시민의 요구가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에 시작된 에너지 전환 선언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시민의 요구가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반영되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호흡을 맞춰 재생가능 에너지 확장을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경주하도록 계속해서 지켜보고 요구해야합니다.(▶관련 글: '에너지 전환 가능할까?' 아닌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할 때)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이익이 돌아가는 재생가능에너지 중심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시민 모두가 함께해야 합니다.

글 | 이진선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 이 글은 2017년 10월 10일 슬로우뉴스에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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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문에서는 'community wind'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community wind'의 조건으로서 공동체 소유, 결정 권한, 이익의 공유 세 가지 조건 중 두 가지 이상 포함되는 것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2] 그린피스, 유럽지구의벗, 유럽 재생가능에너지연합(EREF)과 REScoop이 공동 연구
[3] 서울시 월평균 전기 사용량인 월 304kWh로 계산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