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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스마트폰 수명은 점점 짧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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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런 광고를 냅니다.

'수십 번의 내구성 테스트를 거쳐 견고함을 자랑하는 XX 제품'

그러나 제품 사용자인 우리의 경험은 사뭇 다릅니다. 한번 떨어뜨렸는데 화면이 박살 나고, 조각난 유리 파편이 뜯겨나갈까봐 투명 테이프로 조심조심 붙였더니 홈버튼 인식이 안되고... 값비싼 기기값을 생각하면 이 취약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비싼 수리 비용은 또 어떻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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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튼튼해지고 있다는 강화유리가, 고릴라 글래스가, 왜 옛날에 쓰던 스마트폰보다 더 잘 깨지는 것 같은지 가끔은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그게 디자인상의 결함일 수 있다는 것은 생각 못하죠.

오히려 내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강화유리 보호필름을 붙이고, 충격방지 케이스를 씌우거나 스마트링을 달고 안심해야 합니다. 그런거 없이 그냥 스마트폰만 덜렁덜렁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너 그래도 괜찮니?" 걱정도 해주면서요.

제조사들이 자랑하는 내구성이 정말 그렇게 오래 유지될 수 있는 거라면, 왜 이런 수고를 감수해야하는 걸까요?

그래서 왔습니다. 광화문 광장에.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다면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가라고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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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왔다는 소식을 어디서 들었는지 더운 날씨에 취재 열기까지 더해져 현장은 더 뜨거웠습니다.

한국인의 91%가 가지고 있단 스마트폰의 평균 교체 주기는 2년.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또 신제품이 나왔다는 소식. 그래서 말했습니다.

''잦은 제품 출시' '이젠 그만' '빠른 교체 주기' '이젠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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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품 사용자인 우리는 정든 내 스마트폰을 가능한 한 탈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게 가장 좋거든요. 그래서 제발 오래가게 해달라는 말도 함께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오래가는 스마트폰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걸까요?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악처럼 오래가는 스마트폰~ 세종대왕께 물었더니 "엘지, 삼성에게 업그레이드 안돼 폰 못쓰는 일 없도록 하라 전하라""엘지, 삼성에게 쉽게 고칠 수 있게 하라 전하라" 라고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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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그린피스와 글로벌 전자기기 분해 수리 전문 업체 아이픽스잇(iFixit)이 함께 2015년-2017년에 출시된 IT 기기 인기모델 44종을 조사한 결과 최신 모델일수록 수리와 업그레이드가 어렵도록 설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점점 더 파손되기 쉽고 교체가 어렵도록 설계 제작된 것으로 나타났죠. 특히, 배터리의 경우 본체에서 분리하기조차 어려운 제품이 대다수였습니다.

맞아요. 수리와 업그레이드가 쉽게 제품이 설계됐다면, 내가 원하는 만큼 오래 쓸 수 있지 않을까요? 기업들이 제품 기획단계에서부터 수리 편의성과 업그레이드 용이성을 반영하고 수리 비용은 싸게 서비스 질은 높게 만든다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문제점이 많이 해결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는 그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의 제조사 중에서도 한때 이런 방향으로 나갔던 기업이 있었거든요.

<출처: 아이픽스잇(iFixit)>

그래서 방문했습니다. 바로 LG전자! 최근 G6를 출시하며 LG가 보인 행보는 마치 삼성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LG는 이전 모델들에서 모듈화를 극대화한 디자인이나 탈착식 배터리 등을 보여주며 대형 제조사 치고는 좀 다른 선택을 해왔죠. 하지만 최근 출시한 모델은 이전 모델들보다 훨씬 수리하기 어렵게 만들어져 오히려 환경 친화적 디자인이 후퇴했습니다. LG는 삼성을 따라가는게 아니라 삼성이 따라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게 진짜 기업 가치를 높이는 일이란 것을 모르진 않겠죠?

그리고 삼성전자를 찾아갔습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들은 수리가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전면과 후면 강화 유리는 파손되기 쉽고, 후면 유리에 쓰인 강력한 접착제는 수리를 위해 기기를 여는 일조차 어렵게 만들죠. 또한 디스플레이를 훼손하지 않고 강화 유리를 교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제조사이자 신제품 출시 주기가 짧기로도 선두인 삼성, 이제 다른 부문에서 1위를 해보는게 어떨까요?

제조사들의 '의도적 제품수명 단축'에 맞서, 제품수명을 연장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은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비툴즈(BYTOOLS)가 한국에 오기 하루 전인 지난 4일 유럽연합 의회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과 같은 전자제품 제조사가 제품을 쉽게 수리할 수 있고 오래 쓸 수 있도록 만들라는 권고안을 승인했습니다. 이 안에는 제조사들이 제품 수명을 의도적으로 짧게 만드는 이른바 '의도적 제품수명 단축' 제재를 위한 평가 시스템, 그리고 제품 내구성과 업그레이드 가능성, 환경적 지속 가능성 등을 평가한 자발적 유럽 라벨(voluntary European Label)의 도입이 포함됐습니다. 해당 권고안이 법제화된다면 제조사들은 유럽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기존의 제품 설계와 생산 방식을 바꿔야만 할 것입니다.

기업들은 이제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제품 수명을 늘리는 방향을 택해, 제품 사용자의 권리를 지키고 환경파괴를 막으며, 누구보다 앞서 새로운 혁신의 길을 보여주는 것이 하나. 전자폐기물을 양산하는 판매일변도의 생산방식을 고수하며 세계가 변화하는 흐름에 맞추지 못하고 도태하는 것이 둘 일 것입니다.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이 변화를 만들 주체는 바로 스마트폰 사용자인 여러분입니다. 결국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만이 이 굼뜬 기업들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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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툴즈와 함께 외쳐요. "오래가는 게 핫하다!" "오래 쓰는 게 쿨하다!"

우리가 원하는 '수리가 쉽고 업그레이드가 쉬워 오래가는 스마트폰'! 기다리기 지쳤다고요? LG, 삼성, 애플과 같은 글로벌 IT 제조사들에게 함께 요구하세요. 이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함께 요구 하기 www.rethink-it.org
▶️보고서 보기 여러분의 스마트 기기는 얼마나 쉽게 수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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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인성/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IT 캠페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