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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기후변화협정 11월 발효, 한국은 석탄과 헤어질 준비가 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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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유달리 더웠던 올여름, 전기세 폭탄에도 안녕하신지요. 이번 여름은 우리에게 '누진세'에 대해 분노하게 만든 계절이기도 했지만, 아마도 기후변화에 대해 조금 더 가깝게 체감하게 만든 계절이기도 할 겁니다. 미항공우주국 NASA가 관측한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을 눈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기후변화가 우리 일상에 미치는 코앞에 닥친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줬습니다.

환경보호를 위한 여러 행보로 주목받는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최근 미국 대선 투표 독려 캠페인 '당신의 내일을 위해 투표하세요'(VoteYourFuture)가 제작한 영상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며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한 즉각적 대응이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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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97% 이상이 이미 기후변화는 인간활동 때문이라고 명백히 결론지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이것을 부정한다면, 당신은 현대 과학 자체를 부정하는 겁니다. 논쟁으로 허비하고 있을 만큼 남은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코앞에 다가온 기후변화, 그리고 공식 발효되는 파리협정

다행스럽게도,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 공동 대응의 주춧돌이 될 파리 기후변화협정이 다음 달(2016년 11월) 정식 발효됩니다. 미국과 중국의 공동 비준 이후로 인도, EU,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이 잇따라 비준하면서 파리협정이 발효되는 조건인 55개국 이상, 전 세계 배출량의 55% 이상을 달성한 것입니다. 2016년 10월 6일 기준, 총 73개국, 전 세계 온실가스배출량의 56.87%에 달하는 국가가 파리협정을 비준했습니다. 이는 국제협약 중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발효된 협정입니다.

파리협정이 발효되면, 전 세계는 지구적 재앙에 맞서기 위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더 나아가 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각국은 '국가별 기여방안(INDC)'이라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해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이 목표를 실천해야 하며, 국제사회는 그 이행에 대해서 공동으로 검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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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협정의 공식 발효는 석탄 시대의 종말을 현실로 만들지만,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싸움에서 이미 승리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서막에 불과하죠. 각국의 실천적 노력과 국제사회의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한국, 국제사회와의 약속인 국가별 기여방안(INDC)에 '불충분' 점수 받다

한국은 현재 파리협정 연내 비준을 목표로 국회 비준동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속히 파리협정을 비준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실제적인 기여를 위한 제대로 된 조치 또한 필요한 상황이죠.

한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국가별 기여방안(INDC)은 2030년 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입니다. 이 기여방안을 발표할 당시 한국은 스스로 '야심 찬' 계획이라 강조했지만, 국내외의 평가는 그렇지 못합니다. 37% 중에서도 25.7%만이 국내 감축량이며, 11.3%는 해외 탄소 시장을 이용한 감축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감축량 중에서도 경제적 타격을 고려해 산업계에는 12%만 감축 할당량이 주어졌을 뿐입니다.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분야에는 면죄부를 주고 시민에게 감축량을 전가한 셈이죠. 해외 탄소 시장을 이용한 11.3%의 감축 또한 구체적인 방법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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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행동추적으로부터 2015년 불충분 판정을 받은 한국의 INDC

한국은 INDC 목표에 따라 2030년 배출 전망치인 850.6백만톤CO2e에서 37% 적은 536백만톤CO2e까지 낮추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1990년 배출량보다 81%나 많은 수준이죠. 각국의 기후변화대응을 모니터링하는 민간단체인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은 한국의 INDC를 불충분(Inadequate)하다고 평가하며 최하위 등급으로 평가했습니다.

기후행동추적은 이 목표대로라면 '한국은 토지부문의 흡수량을 제외하더라도 1990년대 수준의 두 배 이상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이다'라고 분석하며 '현재 배출량 역시 2030년 목표를 초과 하는 상황에서, I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미 온실가스 배출이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추세로 돌아서야 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다른 국가들이 한국과 같이 대처한다면 지구 온도는 3~4℃ 상승할 것이다'라는 경고를 덧붙였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한국의 노력은 충분한가? 이 역시 불충분

그렇다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우리나라의 노력은 어떨까요?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4년 기준으로 567.81백만톤CO2e 전 세계 7위, OECD 국가 중 4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 세계 온실가스배출량 중 1.7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은 기후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책임이 있는 나라이자, 또한 선진국으로서도 기후변화 대응에 책임감을 느끼고 앞장서야 하는 나라입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파리협정 발효 고위급회의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파리협정의 연내 비준을 추진하고, 에너지 신산업 확대에 힘쓰겠다고 말 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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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2일 파리협정 발효 고위급회의에 보낸 박근혜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 갈무리/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은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암적인 존재'로 묘사하며 기후변화대응에 대한 노력을 비하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2030년까지 37%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마련해야 할 세부적인 실천사항인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채 정부의 밀실행정 속에서 수립되고 있습니다. 또한, 여전히 정부와 발전업계는 '청정 석탄'이라는 구호 아래 전 세계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탄소포집이용저장기술(CCUS)이나 석탄가스화(IGCC)발전소 등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보낸 영상 메시지와는 대조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한국의 실제적 노력은 부족하기 짝이 없습니다.

기존 54기 + 신규 19기, 늘어나는 석탄발전소: 온실가스 감축 의지 안 보여

2015년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를 보면 2013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인 41%를 차지한 것이 바로 석탄입니다. 특히 에너지 산업의 석탄사용, 즉 석탄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가장 많은 비중인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제조업 및 건설업의 석탄 사용 또한 두 번째로 많은 1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는 노력 없이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은 요원한 일입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 역시 "만약 현재 지어질 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 특히 아시아에 건설될 예정인 석탄발전소들이 지어진다면 역사적인 파리협정 아래 수립한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없다"고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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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주요배출원 분석 결과 내용 / 출처: 2015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

비록 산업부가 지난 7월 10기의 노후발전소를 2025년까지 폐쇄하고, 향후 전력계획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지만, 이것만으로 증가하는 온실가스를 감소시키기엔 불충분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은 현재 운전 중인 54기의 석탄화력발전소에 19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할 계획(10기 올해 및 내년 가동, 9기 신규 건설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대략 계산해 보더라도 이 19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향후 매년 약 110백만톤CO2e 의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배출할 것이며, 이는 한국이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하는 314.7백만톤CO2e의 36%에 달하는 양입니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불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국제사회에 약속한 꼴이 됩니다.

세계는 재생가능에너지에서 해법을 찾고 있어

전 세계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와 결별하고 있습니다. 중국,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재생가능에너지에서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세계적 기업들도 경제적 가치를 따라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 중입니다. 세계적인 IT기업인 애플은 이미 설비의 93%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페이스북, 구글, 코카콜라 등의 기업들이 전통적인 화석연료에서 지속 가능한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고 있죠.

기업이 변하고 있다는 의미는 재생가능에너지가 윤리적 당위성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재생가능에너지 상황은 여전히 뒤처져 있기만 합니다. 여전히 한국의 미래 전력 계획의 중심에는 석탄과 원자력발전이 큰 축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나 석탄업계, 원자력업계가 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재생가능에너지는 기술력이 부족해서....'라는 이야기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 혁명을 외면하고 싶어 하는 우물 안 개구리의 혼잣말일 뿐입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천리안위성으로 계측한 결과에 따르면 기술적으로 생산 가능한 재생가능에너지 전력량이 현재 우리나라 설비용량의 88배, 작년 공급된 전력량의 22배라고 밝혀졌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 기술 잠재량 충분한 한국,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 시작해야

이제 세계는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함께 지켜보고 평가할 것입니다. 파리협정의 발효는 만약 한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한다면, 정치적 압박과 나아가서는 통상적 압박을 국제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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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기후변화협정이 내달 발효를 앞둔 지금, 한국은 전 세계적인 현실을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더러운 석탄과 위험한 원자력발전소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 일,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글: 손민우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