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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Headshot

잘 가, 마이크로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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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80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환류를 따라 모여들어 크고 작은 섬을 이루었습니다. 북태평양 한복판에 있는 커다란 플라스틱 섬은 가히 '제 7의 대륙'이라 불릴 법도 합니다. 우리나라 면적의 14배가 넘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한데 모여 무리를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쓰레기(노란색 점들)가 바다로 유입되면 어떻게 집적되고 이동하는지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쓰레기들이 쌓이는 지점의 표층수는 다른 곳보다 높은 플라스틱 밀집도를 보입니다.>

그런데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커다란 플라스틱들이 잘게 쪼개지면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 마이크로비즈(microbeads)라 불리는 생활용품 속 미세 플라스틱이 바닷속, 해수면을 떠다니며 온갖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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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스크럽, 바디워시, 치약 속 썩지 않는 플라스틱 알갱이가 물고기 밥이 된다고!??

지난 7월 그린피스가 화장품, 생활용품 속 미세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microbeads)"의 규제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처음 시작했을 때, 많은 분들이 놀라움을 표하셨습니다. 우리를 깨끗이 해주는 일상 생활용품이 바다를 파괴하고 수 많은 해양생물들에게 고통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분들이 충격을 받으신 겁니다.


이제 곧 우리 화장품에서 사라질 마이크로비즈

그런데 지난 목요일(29일), 여러분의 걱정을 조금은 덜어 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화장품법 하위 고시 개정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것을 전격 금지한다는 행정예고를 발표한 것입니다.

이 개정으로 내년 7월부터는 마이크로비즈가 함유된 제품의 생산 및 수입이 금지되며, 이듬해부터는 2017년 7월 이전 제조된 마이크로비즈 함유 제품의 판매도 금지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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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6천여 시민이 함께 만든 변화

이 멋진 변화를 현실로 만든 건 다름 아닌 시민 여러분의 요구였습니다. 미세 플라스틱 규제를 함께 요구한 환경단체들의 목소리, 그리고 서명으로 동참한 시민들의 목소리, 바로 우리 모두의 힘이 합쳐져, 마이크로비즈 없는 바다를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입니다.

여성환경연대는 지난해부터 마이크로비즈 퇴출을 위해 뛰기 시작했고,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도 그 경주에 함께 했습니다. 지난 7월 9일 시작된 그린피스의 마이크로비즈 규제 서명에 무려 2만 6천 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깨끗한 바다를 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또 그린피스와 여성환경연대를 비롯한 환경단체의 꾸준한 노력에 정부가 마침내 응답했습니다.

식약처는 지난 29일 발표된 공식 보도자료에서 이번 개정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환경오염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에 잔류하여 해양생물 등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개정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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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에 공개된 행정 예고>

이번 개정은 화장품 법 관련 고시로는 최초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를 근거로 마련되었습니다. 그래서 특히나 반갑고도 소중한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향후 다양한 생활용품 속 유해물질을 관리하고 규제하는 데 있어 좋은 선례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우리 함께, 깨끗한 바다를 위해 더 큰 변화를 이끌어 갑시다!

물론 아직 마이크로비즈의 완벽한 규제를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남아 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이 화장품, 치약뿐 아니라 주방 세정제, 세탁용 세제 등, 다양한 제품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비즈로 인한 오염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 더 촘촘하고 단단한 규제를 요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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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난 9월 7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여성환경연대와 함께 마이크로비즈 규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린피스는 향후 이번 화장품법 개정의 세부사항에 대해 식약처와 적극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번 개정이 특정 종류의 플라스틱 금지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고체 플라스틱 알갱이 사용을 금지하는지 확인할 것입니다. 또 식약처의 개정 고시 이후 모니터링 방식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관련 부처인 환경부, 해양수산부에도 협조를 요청해, 화학물질평가법 개정 및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환경오염 수준 파악 등, 적절한 대응을 요구할 것입니다.

식약처의 미세플라스틱 규제는 플라스틱 없는 깨끗한 바다를 위한 '첫걸음'입니다. 마이크로비즈의 전면 퇴출, 더 나아가 전 세계 바다 곳곳을 떠돌고 있는 플라스틱 섬이 조금씩 사라질 때까지... 그 다음 발걸음도 함께 해 주세요. 우리가 함께 첫 걸음을 뗄 수 있었던 것처럼, 함께라면 그 다음 걸음도 현실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글: 박태현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선임 해양보호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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