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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기업들이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약속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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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는 9월21일 국회에서 'IT 와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실,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이 공동 주최자로 나섰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발표자로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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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진행된 "IT와 100% 재생가능에너지" 포럼 현장

앞으로 한국 IT산업의 미래에 직결될 큰 흐름의 변화에 대해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자 당일 포럼에서 이야기된 주요 내용을 정리해서 공유합니다.

'탄소제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급부상

지난 9월3일, 외신들은 중국과 미국이 파리 기후협정을 전격적으로 비준했다는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습니다. 탄소배출 규모로 G2인 두 나라가 유럽연합(EU)보다 한발 먼저 선수를 쳐, 세계 경제에 중대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라는 평가와 함께요.

궁금하시죠? 도대체 '파리 기후협정'은 뭐고, 그걸 비준하는 건 또 왜 '전격적'이라는 걸까요?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NASA Earth Observatory chart by Joshua Stevens, based on data from the NASA Goddard Institute for Space Studies.

1880년부터 2016년 8월까지의 매월 지구 평균기온(인포그래픽 출처: 미항공우주국)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관측된 지구 평균 기온이 매달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상한' 무더위는 사실 더이상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올 여름 전라북도에선 섭씨 33도가 넘는 날이 34일 동안 지속됐습니다.

지구를 점점 더 뜨겁게 만드는 주범은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에 있습니다. 빠르게 가속되는 지구온난화를 보다 못한 국제사회는 지난해 말 파리 기후협정(신기후체제)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전세계 기후 변화를 관장하게 됩니다. 선진국에만 적용되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협정은 195개 당사국 전체가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지닙니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까지로 제한하는 게 주요 목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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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의 파리 기후협정 공식 비준은 한국 IT산업에 어떤 의미일까요?

중국과 미국은 전세계 온실가스의 38%를 배출합니다. 그러나 두 나라는 모두 교토의정서 체제의 바깥에 있었습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대상국이 아니었고, 미국은 자국 산업의 피해가 크다며 탈퇴해 버렸습니다. 그러던 두 나라가 EU보다 앞서 파리협정을 비준했다는 사실은, 이 두 나라가 '탄소제로'의 미래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뜻이겠죠. 그리고 탄소제로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아래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입니다.

이 협약은 55개국 이상의 비준, 비준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55% 이상을 넘을 경우 발효됩니다. 지난 9월3일 미국과 중국의 비준, 그리고 21일 브라질, 아르헨티나, 태국, 멕시코,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31개국의 비준으로 47.5% 배출량에 해당하는 60개국이 비준한 상황입니다.

체질 전환 중인 글로벌 기업들

눈치 빠른 글로벌 기업, 특히 시류에 민감한 IT 기업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겠죠? 애플은 이미 2012년 '재생가능에너지 사용률 100%'라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3년 만에 전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등도 속속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들 기업이 투자처, 제품 공급업체, 사업을 확장할 대상 국가 및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 공급이 안 된다면, 그곳에선 더 이상 머물지 않겠다는 신호를요.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공장 하나 없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얼마나 한다고 이 호들갑일까요? 그 답은 '데이터'에 있습니다.

사람과 모든 사물을 서로 연결하는 4차 산업혁명은 처리해야 할 데이터량의 폭증을 낳았습니다. 2017년엔 IT산업을 운영하는 데만 전세계 총 전력량의 17%가 쓰일 전망입니다. 그리고 그 양은 2030년까지 매년 7%씩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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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영역의 전력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며,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분야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포그래픽 출처: 2015 그린피스 보고서 '깨끗하게 클릭하세요(Clicking Clean)')

알다시피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곧 화석연료를 제일 많이 태우는 곳은 발전소입니다. 따라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사용되는 전력이 화석연료에서 온다면 탄소제로 경제 체제에서 IT기업들은 엄청난 제재를 받게 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IT 기업들이 지구온난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입니다.

'무엇을' 제공하느냐 보다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 신기후체제가 본격화되면서 IT 기업들이 어떤 전기로 데이터센터를 돌리느냐가 더욱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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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식히기 위한 쿨IT(Cool IT) 경주의 선두주자, 애플의 환경 페이지. 애플은 고객들에게 아이메시지, 페이스타임, 시리 등 서비스가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경주는 시작되었는데 출발선에 들어서지도 못한 한국

이러한 변화에 우리나라 IT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인류를 생각하는 기술', '지구를 생각하는 기술'이라는 광고 속 문구처럼 탄소제로 미래를 위해 혁신적 변화를 꾀하고 있을까요?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리려는 노력은커녕, 정부에 보다 싼 전기 공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죠. 물론 기업들도 할 말이 있다는 걸 압니다.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서 쓰려고 해도, 어디 파는 데가 있어야 말이죠.

사실 미국 기업들이 맞딱드린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IT기업들이 나서서 독점 전력회사에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공급해줄 것을 꾸준히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전력구매계약(PPA) 방식 등 재생가능에너지를 살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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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제로 경제 체제에서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은 IT기업이 어떤 전기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지 따져 물을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수동적인 태도로 여건이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면, 1.12%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재생가능에너지 사용비율 꼴찌라는 불명예를 영영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탄소제로의 경제모델로 변해가는 세계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겠죠.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 포트폴리오에서도 멀어질 것은 자명하고요.

한국에서 재생가능에너지가 가능해? 가능해!

이런 의문을 가지는 분이 있을 겁니다.

'아무리 이게 옳은 방향이라고 해도, 재생가능에너지만으로 기업의 전력을 운용하는 게 정말 가능할까?'

화석연료 수입량이 세계 3·4위에 이르고, 공산품을 수출해서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서 말이죠. 이날 포럼에 참석해 발제해주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그 대답은 '가능'입니다. 기술적으로 생산 가능한 재생에너지 전력량이 현재 우리나라 전체에 공급되는 전력량의 22배에 이른다네요. 천리안 위성으로 계측한 값이 그렇답니다.

물론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얘기와 정책적으로 현실화하는 일 사이에는 간극이 있겠죠. 하지만 IT 기업뿐 아니라 BMW, 코카콜라, P&G 같은 전통 제조업체까지 100%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을 약속하고 나서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합니다. 그건 친환경 이미지를 얻기 위한 선언적 의미를 넘어서, 앞으로는 생존을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다는 자구책에 가까울 겁니다. 신기후체제에 따라 우리나라도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온실가스를 37% 감축해야 합니다. 2030년이 그렇게 먼 미래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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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산업, 재생가능에너지가 답이다

조선업에 이어 해운업, 철강업까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에 줄줄이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습니다. 1970·80년대식 경제 패러다임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겠죠. 정부나 업계나, IT 산업이 미래의 먹거리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합니다. 그러나 세계 IT 산업의 기반이 재생가능에너지를 쓰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는 사실엔 애써 눈감고 있죠.

파리협정 이후 신기후체제 하에서, 재생가능에너지는 더 이상 '옵션'이 아닙니다. 계속 눈을 감고 있다가는 창조경제도, 동아시아 IT 허브도 한 순간의 백일몽으로 흘러가버리고 말 것입니다.

글 | 이현숙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선임 IT 캠페이너

* 이 글은 2016년 9월 23일 IT 전문 인터넷 미디어 <블로터>에도 기고 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