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Headshot

화장품 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비밀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휴대폰에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이 울리고, 커튼 너머 한줄기 햇살이 얼굴을 비춥니다.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제일 먼저 향하는 곳은 바로 욕실. 아침잠을 깨우는 상큼한 향의 세안제로 샤워하고 이도 닦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부드러운 피부를 위해 스크럽제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과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쩌면 바다에 플라스틱을 흘러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치약, 스크럽제, 바디워시 등 다양한 제품에 세정 기능을 높이기 위해 더해지는 미세한 알갱이.. 바로 '마이크로비즈'라 불리는 미세 플라스틱입니다. (단순히 미적 효과를 위해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2016-07-22-1469222428-4520756-ocean_macroplastic_1.jpg

치약과 세안제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

세면대-바다-식탁:
돌고 돌아 다시 내게로 오는 마이크로비즈

우리가 쓰는 생활용품, 화장품 속 미세 플라스틱은 물과 함께 씻겨 내려가 세면대로 흘러갑니다. 제품 하나당 많게는 무려 36만 개의 플라스틱 알갱이가 들어갈 수 있는데, 문제는 이 알갱이들이 상하수도 시설에서 걸러지지 않을 만큼 크기가 작다는 데에 있습니다. 상하수도를 통과한 마이크로비즈는 강, 하천을 지나, 이내 바다로 직행해 해양 생태계를 위협합니다. [마이크로비즈가 왜 문제인지 자세히 보기]

2016-07-22-1469222517-8751313-journeyofmicroplasticsinfographic.png

세면대에서 바다, 그리고 다시 식탁으로.. '모든 것은 돌고 돈다'는 말이 이보다 더 적절한 경우가 있을까요?

변하기 시작한 화장품 기업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마이크로비즈가 '결코' 꼭 필요한 성분은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마이크로비즈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물질들이 있을뿐더러, 치아를 닦거나 피부의 각질을 제거하는데 꼭 미세 알갱이가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2016-07-22-1469222616-4793230-ocean_macroplastic_2.jpg

소금, 설탕, 치약, 견과류 껍질 등은 마이크로비즈를 대체할 수 있는 훌륭한 천연재료입니다.

마이크로비즈 문제를 인식한 화장품·생활용품 업계 내부에서도 대체재 전환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유럽화장품협회에 이어, 대한화장품협회가 지난 4월 마이크로비즈 사용 중단을 권고하는 공문을 회원기업들에 보냈고, 이에 국내에서도 55개 브랜드가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제 괜찮은 것 아니냐고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기업의 자발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다는 화장품·생활용품 속 플라스틱으로 오염되고 있습니다.

대체 왜 일까요?

세계 최대 기업들의 허술한 마이크로비즈 규약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는 지난 4~5월에 걸쳐 화장품·생활용품 세계 상위 30대 기업에 마이크로비즈에 관한 내부 정책을 문의하는 설문지를 보냈습니다. 그 결과 많은 기업들이 마이크로비즈 퇴출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를 인지하고 자발적인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각 기업의 정책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이내 알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마다 마이크로비즈에 대한 정의 자체가 제각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또 마이크로비즈 퇴출의 적용 범위가 한정적이거나, 정책의 실행 시점을 너무 길게 잡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상위 30개 기업 중, 그린피스가 요구하는 다음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정책을 수립한 회사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린피스는 생활용품 및 화장품 기업에, 모든 종류의 마이크로비즈 사용을 중단하고, 그 규제를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 제품과 모든 브랜드에 적용할 것과,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대체재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만 제품에서 나오는 마이크로비즈로 인해 해양생태계가 오염되는 것을 제대로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6-07-22-1469222775-7792494-corporation_ranking_2.jpg

세계 상위 30대 기업의 마이크로비즈 정책 평가 결과. 결과적으로 상위 30개 기업 중, 그린피스가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마이크로비즈 정책을 수립한 회사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개별 성적표 확인하기]

조금 더 자세히 볼까요? 그린피스는 기업의 마이크로비즈 사용중지 정책 여부와 정보의 투명성, 마이크로비즈의 정의 및 범위, 이행 시기, 정책 적용 범위를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습니다(자세히 보기).

그 결과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인 에스티로더, 레블론, 암웨이 등은 최하위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들 기업이 마이크로비즈의 크기(정의)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가지고 있고, 정책의 적용 범위나 정책 실행 시점에 대해서도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중위권에 머물렀습니다. 이 두 기업의 실점 이유는 마이크로비즈의 정의 혹은 정책의 대상이 되는 제품의 범위를 한정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 중, '니베아'로 유명한 바이어스도르프(Beiersdorf)는 폴리에틸렌 한 가지만 마이크로비즈로 규정해 여전히 다른 플라스틱 물질을 사용할 여지를 남겨두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기업들의 마이크로비즈 정책을 확인한 결과, 제각각인 기업의 규제 정책으로 인해 소비자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는 또한 많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에서 벗어난 미세 플라스틱을 사용함으로써 여전히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2016-07-22-1469223187-9458847-GP0STPN0T_Web_size_with_credit_line.jpg

결국 정부가 움직여야

기업의 자발적 규제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적합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기업 내부 정책이 때때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내부 규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해도 문제 삼을 수 있는 근거가 없습니다. 대한화장품협회가 공시한 자율규약은 말 그대로 강제성이 전혀 없는 '자발적인' 규제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여전히 마이크로비즈에 대한 규제가 없는 기업들도 많이 있습니다.

결국 마이크로비즈로 인한 해양오염을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기업의 개별적이고 자발적인 움직임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촘촘한 법망으로 규제해야 환경오염물질이 우리 생활용품을 통해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

기업 주도 자발적 규제의 한계를 명백히 인식한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이미 마이크로비즈 규제 법제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지난해 12월 '마이크로비즈 청정 해역 법안(Microbead-Free Waters Act of 2015)'을 통과시켰고, 최근 캐나다, 영국, 호주, 대만 정부도 마이크로비즈를 법적으로 규제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최근 마이크로비즈를 공식적으로 "독성물질" 목록에 포함시켜 법적 규제를 도입하기 위한 구체적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유럽 5개국이 현재 유럽 연합 회원국 전체에 적용되는 마이크로비즈 규제 안을 추진 중 입니다.

2016-07-22-1469223390-1271753-info0721.jpg

한국리서치 마스터 샘플 패널을 활용한 웹 인터뷰, 대상: 전국 17개 시도 성인 남녀 1,000명, 표본 오차율: 95% 신뢰수준, 2016년 6월 조사

한국리서치와 그린피스가 지난 6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 국민의 86%도 기업 주도의 자율적 규제가 부족하다는 데에 동의했습니다. 또한 무려 응답자의 99%가 정부 대응이 부족하며 마이크로비즈에 대한 강제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마이크로비즈가 들어간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답한 응답자도 무려 71%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우리 정부도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소비자이자 시민인 우리 모두에게는 직접 구매하는 제품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권리, 그리고 유해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나의 즐거운 아침을 여는 시간이 마이크로비즈로 오염되지 않을 권리 말입니다.

글: 박태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해양보호 캠페이너

마이크로비즈 없는 바다를 위한 우리의 실천

1. 마이크로비즈 사용 금지를 요구하는 청원서에 서명해 주세요. [캠페인 서명 바로 가기]

2.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 테레프타레이트(PET),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 나일론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사용하지 말아주세요(그린피스 가이드, 여성환경연대 목록, 비트더마이크로비드 앱 참고).

3.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제품의 회사에 마이크로비즈 사용을 중단할 것과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