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녹색연합 Headshot

포켓몬GO! 케이블카NO!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세상이 떠들썩하다. 지난 6일 출시된 '포켓몬GO'라는 게임 때문이다. 증강현실(AR)을 접목한 스마트폰용 게임 '포켓몬GO'는 친숙한 가상의 포켓몬을 실세계로 불러왔다. 더불어 현실을 누비며 포켓몬을 잡고, 포켓몬 트레이너를 꿈 꾸던 유저들을 밖으로 불러냈다. '포켓몬GO' 게임의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게임의 이용자 수는 트위터 이용자 수를 따라 잡고 있고, 제작사는 게임 출시 4일만에 $14M을 벌었다. 또한, 쓰러져가는 닌텐도사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

2016-07-16-1468652549-7129700-photo_20160714_222858.jpg

2016년 7월 6일 출시된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GO'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포켓몬GO'의 인기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서는 지도 데이터 문제로 정식 서비스가 되지 않지만, 고성, 속초, 양양 등 일부 지역에서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시민들은 속초를 '한국의 태초마을'이라고 부르며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 속초로 향하고 있다. 주말 속초행 버스는 매진이 되었고, 소셜커머스 업체는 속초-서울 왕복 버스표도 내놓을 정도다. 또한, 속초시는 공식 SNS 계정에 포켓몬GO 내용과 함께 시내 무료 와이파이 지도를 제공했고, 속초 상인들은 포켓몬 트레이너들에게 할인된 가격에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등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6-07-16-1468652633-9625225-201607148.15.51.png

국내에서는 아직 속초, 고성, 양양 등 일부 지역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출처: http://ingress-cells.appspot.com

사람들이 포켓몬GO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몇 언론은 이번 '포켓몬GO' 열풍을 증강현실(AR), 즉 기술의 승리라고 평했다. 하지만 '포켓몬GO'는 단순한 기술의 승리가 아니다. 20년간 쌓아온 포켓몬이라는 '컨텐츠'의 승리다. 지도를 보는데, '포켓몬GO' 플레이 가능 지역 중에서 녹색 지역이 보였다. 포켓몬 트레이너들이 서울에서 속초를 갈 때 넘어야 하는 산. 트레이너들을 가장 처음 맞이해주는 웅장한 산. 누구든지 감탄을 내뱉을 수 밖에 없는 한국의 명산. 국립공원 설악산. 바로 '설악산'이 '포켓몬'만큼 우리가 가진 굉장한 '컨텐츠'가 아닐까.

하지만 설악산이라는 컨텐츠가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문제다. 작년 8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다. 두 차례나 부결되었던 사업이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산양을 비롯한 10여 종의 천연기념물과 38여 종류의 멸종위기 생물들이 사는 서식처임을 알면서도, 다섯 가지 보호구역이 중첩된 곳임에도 시간당 800명을 끌어올릴 수 있는 케이블카가 들어설 예정이다. 환경부는 국립공원을 보전하기보다 이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스스로의 역할을 망각했다. 한국의 명산 설악산이 몇몇 무책임한 사람들로 인해 짓밟혀 무너져 내릴 위기에 처했다.

2016-07-16-1468652592-1262023-3505.JPG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노선. 바로 앞까지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이 들어설 예정. 저 아래 보이는 마을이 강원도 양양군 오색마을이다. 사진: 박그림

'포켓몬GO'는 본래 포켓몬이라는 게임이 가지고 있던 컨텐츠 가치에서 증강현실(AR)이라는 기술이 덧입혀져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컨텐츠가 갖고 있는 본래의 가치다. 기술은 가치를 전달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닌텐도의 디자이너는 무려 6년에 걸쳐 300여 종의 캐릭터를 그리고 또 그렸다고 한다. 우리에겐 설악산이란 수백 년간 쌓여온 소중한 가치이자 컨텐츠가 있다. 설악산을 망치는, 그 자체로서 가치있고 대형 컨텐츠인 설악산을 죽이는 케이블카 사업은 안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정부의 결정에 따라 케이블카 사업은 취소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설악산을 보전하며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위 글은 녹색연합 홈페이지와 오마이뉴스 등에 같이 기고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