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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연대, 그 어려운 현실 앞에서 | 안산 단원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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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박래군(인권중심 사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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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된 말은 '공감'입니다.

제가 지금 와 있는 이곳은 안산의 단원고등학교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피해자인 유가족들과 함께 어젯밤을 이곳 학교에서 잤습니다. 콘크리트 바닥에 깔개를 깔고 그 위에서 담요 덮고 자는 노숙농성이 익숙해져 버린 유가족들입니다. 아침 시간에 어느 유가족이 하는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다른 데 비하면 여긴 호텔이야."

2년이 지나는 세월 동안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아이를 잃은 유가족들은 풍찬노숙의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국회에서 청와대 앞에서 광화문광장에서 그리고 도보행진 중의 어느 숙소에서 잠을 자야 했던 그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주위에 건물 벽이 있어 한쪽의 바람을 막아주기까지 하는 이런 자리는 가장 편한 잠자리일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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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교실 ⓒ송경용

지난 5월 9일 낮, '416 안전교육원' 설치에 관한 사회적 협약식이 있었습니다. 단원고 교실 문제로 오랫동안 갈등을 낳았던 문제를 우여곡절 끝에 대화로 풀어왔던 과정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습니다. 사회적 협약에는 경기도, 경기도 의회, 경기도 교육청 등 6개의 기관과 416가족협의회가 서명을 하였습니다. 그 내용은 '교실을 정리하여 안산교육지원청에 임시 이전하고, 추후 안전교육원이 만들어지면 그곳에 원형대로 복원한다', '단원고에 기억공간을 만들고 매년 추모행사를 한다' 등입니다. 유가족들이 아픔을 뒤로하고 학생들을 위한 결단을 한 덕분이었고, 이런 결단에 힘입어 관련 기관들이 마음을 합쳤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과정을 종교인들이 중재하여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이 사회적 협약은 참으로 의미가 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오후 갑자기 큰 사건이 터져 버렸습니다. 지난 2월 29일자로 단원고가 유가족들에게 통보도 하지 않고 사망확인서와 같은 서류도 첨부하지 않은 채 246명의 학생들을 학적부에서 제적 처리했음이 우연히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미수습 학생들에 대해서는 유급 처리하고 말았습니다. 유가족들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미수습 학생들이 수습되어 돌아온 뒤에 명예졸업식을 갖기로 약속했던 학교가 철저하게 자신들을 속여 왔다는 점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학교 당국자가 얼떨결에 학교 학생이 아니라는 말을 했구나 이해되기도 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렇잖아도 사회적 협약식이 끝나기도 전에 이삿짐센터를 불러서 연휴 기간에 속전속결로 기억교실을 정리하려던 학교여서 유가족들의 속이 한바탕 뒤집어졌었는데 유가족들을 감쪽같이 속였으니 그들이 분노하는 건 당연했습니다. 유가족들은 다시 단원고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5월 10일 밤, 이런 유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부 재학생 학부모들이 기억교실의 책상 등을 들어내려고 시도해서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결국, 몸싸움이 일어났고 재학생 학부모 측이 유가족들에게 폭행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의 개입으로 상황은 종료되었고 그 소식을 듣고 밤에 달려와 유가족들의 곁에서 잠을 잤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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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송경용

세월호 참사는 2년 전의 사건이 아닙니다. 지금도 진행 중인 사건이고, 지금도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고, 진실을 밝히려는 유가족들은 온갖 모욕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교육의 현장인 학교마저 영혼 없는 관료 행정으로 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학교는 추모의 공간일 수 없고, 교육의 현장이어야 한다는 경기도 교육감의 그 말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이들이 416 이후 학교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면서 새로운 교육을 말하는 점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자라나는 학생들을 위한 부모의 마음에서 교실을 정리하여 학생들에게 돌려주기로 한 유가족들의 심정을 교육 당국은 그리도 헤아려주지 못합니다. 아직도 멀었다는 듯이 유가족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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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교실 ⓒ송경용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교실에는 2년 전 무사귀환을 기다리던 마음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그동안 돌아오지 못한 그들을 기억하는 부모의 마음과 친구의 마음이, 사람들의 손길과 발길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살아남은 이들이 그날을 기억하도록 하는 곳이어서 2년 전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빈 책상과 빈 의자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에 밀려오는 먹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 공간을 이전하기로 하면 세심한 절차와 예우를 갖추어 진행되어도 모자랄 상황입니다. 그 이전도 그 복원도 이런저런 마음들을 헤아려서 행해져야 할 일입니다. 공감이 전제되지 않는 이전과 복원은 기억 지우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공감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유가족을 동정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아픔이 곧 나의 아픔임을 공감하는 일은 실천의 연대로 이어집니다. 그런 연대는 지옥 같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바로 잡아가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런 공감의 연대, 실천의 연대는 아직 먼 일일까요?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아직 이 나라는 야만의 질서가 지배하는 지옥도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제발 공감의 연대가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공감의 연대가 이곳 단원고에서부터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단원고는 세월호 참사의 슬픔이 응축된 아픔의 현장이지만 새로운 교육이 꽃피는 출발점이어야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유가족들 곁에 서서 이곳을 지키겠습니다.

* 이 글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