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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출신 두 청년의 죽음, 누구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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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스무 살의 두 청년. 한 청년은 스크린도어 수리 업무를 하다가 5월 28일 구의역에서 사망했고, 다른 한 청년은 5월 7일 자살을 택했다. 둘 다 특성화고등학교 출신이고, 일을 시작한 지 반년도 안되어 사망했다. 지난 몇 달 간 두 청년의 행적을 밟았다. '구의역 사망재해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에 결합해서 고인이 어떤 조건에서 일을 했는지 확인했고 동료들의 진술을 들었다. 자살한 청년의 아버지를 도와 이 사안을 언론에 알리는 한편 사업주를 상대로 협상을 하고 결국 고소에 이르렀다. 오로지 두 청년만을 바라보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거대한 부조리와 맞닥뜨리고 좌절했다. 슬펐고 미안했다.


2.
구의역 사망재해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에 결합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고인과 같은 피해자가 더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인과 같은 나이의,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은성PSD에 취업해서 승강장안전문 수리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을 인터뷰했다. 은성PSD가 특성화고 실습생을 고용한 것은 2014년 11월부터였다. 은성PSD는 인건비 절약을 위해 소위 '공고'라고 불리는 특성화고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특성화고 실습생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대부분 선생님의 추천으로 은성PSD에 입사했다. 정직원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힘들고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절반 가까이가 퇴사를 했다. 퇴사한 이들 대부분이 3,4개월을 못 버티고 그만두었다. 고인을 비롯한 학생들은 처음에는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실제로 교육훈련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장실습생 신분일 때부터 곧바로 일을 시작했지만, 이들이 받은 월급은 120만원이었다. 기존 정직원들이 받는 연차수당, 휴일수당은 물론이거니와 중식비조차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에게 지급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일이 많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장애 신고가 들어오면 나이가 어린 사람부터 작업을 나갔다고 한다. 1시간 이내에 현장 도착이라는 원칙에 더하여 은성PSD 안에서는 어린 청년부터 일을 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대학에 가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은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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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을 애도하는 포스트잇


3.
청년의 자살 소식을 들은 것은 6월 초였다. 고인의 아버지가 416연대에 도움을 요청했고, 416연대의 소개로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들과 함께 고인의 아버지를 만났다. 경기도 내 특성화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고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인 작년 12월 분당에 있는 뷔페형 외식업체에 취업했다. 고인의 전공은 인터넷쇼핑몰이었으나 고인은 뷔페형 외식업체의 양식부에서 주로 스프를 만드는 일을 담당했다. 근로계약서 상 근무시간은 오전 11시~밤 10시였으나, 고인은 조기 출근해서 밤 11시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손님들을 위해 하루 종일 스프를 만드는 일은 고역이었다. 일을 하다가 발에 화상을 입었지만 병원에 제때 가지도 못했고 병가를 내지도 못했다. 고인은 장시간 강도 높은 노동에 더하여 어리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상사들은 고인에게 욕을 해댔고 음란 동영상들을 보냈다. 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친구의 문자에 고인은 "욕먹기"라고 답을 했고,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다고 농담 같은 진담을 던졌다. 고인은 입사한 지 4개월 만에 몸무게가 10kg이 줄어 48kg이 되었다. 도저히 견디지 못한 고인은 아버지한테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군대에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출근해서는 다음 날 새벽, 어느 한적한 농로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되었다.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일을 그만두겠다는 말에 직장 상사로부터 크게 꾸지람을 듣고 결국 일하는 도중에 나가서 자살을 택한 것 같다고 한다.

4.
두 청년 모두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일 때에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일을 시작했다. 직업교육훈련촉진법에 따라 특성화고등학생들은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보통 3학년 때에는 현장실습을 위해 학교를 떠난다. 말이 현장실습이지 실제로는 여타 노동자들처럼 일을 하는데, 이들이 일을 하는 곳은 대부분 너무 열악하고 힘들어서 모두가 기피하는 사업장이다. 사람을 구하지 못한 업체들이 특성화고등학교에 손을 내밀고 특성화고등학교는 이들 업체에 노동력을 공급하는 매개 역할을 담당한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제도가 위험하고 힘든 일자리의 공급처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청년의 사망은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학교는 왜 이러는 것일까? 학교는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버티지 못하고 학교로 돌아오는 학생들을 나무란다. 경기도 내 몇몇 특성화고등학교에서는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그만두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에게 늦게까지 반성문을 쓰도록 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얼른얼른 취업해서 나가주길 바란다. 이들이 일하는 곳이 어떤 곳인지 학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두 청년이 일한 업체 모두 오래 버티기 힘들 정도로 일이 힘든 곳이다. 그러한 사실을 학교와 교사가 모를 리 없다. (만약에 몰랐다면 그 자체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을 실습 현장으로 내보내고 조기 취업을 시킨다. 그렇다고 학교와 사업체만을 비난할 일도 아니다. 교육부는 매년 3월 31일을 기준으로 각 특성화고등학교의 취업률을 파악하여 이를 토대로 학교마다 차등 지원한다. 그러나 보니 특성화고등학교는 학생들의 취업률에 목숨을 걸고, 열악하고 위험한 곳에 학생들을 내보내면서 일을 그만두지 못하도록 학생들을 단속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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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특성화고 출신 청년 사망사건 재조사 요구 기자회견
ⓒ성남피플 (http://www.snmedia.org/sub_read.html?uid=6063)


학교와 업체와 교육부만을 비난할 일도 아니다. 우리는 어떤가? 이들을 동료로서, 함께 일하는 노동자로서 제대로 인정한 적이 있던가. 두 청년을 힘들게 했던 원인 중에는 동료 노동자들도 있었다. 어리다는 이유로, 아직 미숙하다(하지만 미숙하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그러면서도 청년들이 체력도 좋고 일도 더 잘할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며 성인들은 청년들을 함부로 대했다. 불안정하고 열악한 일자리가 넘쳐 나고, 직업 교육이라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청년들을 제물로 삼아 값싼 노동력으로 이런 일자리에 공급하는 역할을 학교와 교사가 맡는 근저에는 청년, 청소년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문화가 흐른다. 어디에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 진상 조사를 하고, 사업체에 책임을 묻고, 피해 사실을 언론에 알리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글 _ 윤지영 변호사

* 이 글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블로그에 게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