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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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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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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홍상수 감독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았다. 그리고 별로 챙겨보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냥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평론가들이나 영화잡지에서 거의 해마다 홍 감독 영화를 그해의 최고영화로 꼽을 때마다 솔직히 좀 시큰둥했다. '홍 감독이 그렇게 대단해'라는 삐딱한 마음도 들었다. 영화계에 '홍빠'들이 많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들 높이 평가하는 영화라면, 언젠가 그의 영화를 체계적으로 보고, 내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는 있다. 편견인지 모르지만, 나는 한국에 좋은 여배우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생각한다.(그렇게 된 데는 여러 상황적 요인도 있겠지만, 그에 대해서는 따로 살펴볼 일이다) 그중에서 김민희는 작품을 찍을수록 계속 나아지는 드문 배우라고 생각한다. <화차>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었고, 이번 <아가씨>의 연기도 괜찮았다.
 

2.

홍 감독과 김 배우의 '불륜설'로 시끄럽다. 나는 유명인들의 스캔들은 무조건 시국의 어떤 현안을 가리기 위한 공작이라는 말에는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생각은 한다. 이 사회는 지긋지긋하게 집단주의적이고 남의 일에 참견하길 좋아하는 사회라고. 홍 감독과 김 씨의 '불륜'이 사실이든 아니든, 엄연히 그건 그들의 사생활 문제다. 남들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 하물며 대중에 대한 '배신' 어쩌고 할 문제가 아니다. 연예인, 영화인들은 어차피 이미지를 팔아먹고 사는 이들이다. 그 이미지를 어떻게 소화할지 여부는 대중의 책임이지 저들의 책임이 아니다. 그러니 대중의 '배신감' 어쩌구 하는 촌스러운 말은 하지 말자. 두 사람이 요즘 또 다른 논란이 된 어느 가수처럼 현행법을 위반하는 성폭행이나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간통죄가 폐지된 이상 '불륜'은 성인들의 사적인 관계의 문제다.


3.

두 사람의 문제는 이 일에 연계된 당사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원만하게든, 고통스럽게든 그들끼리 해결할 문제다. 가족이 겪어야 할 고통에 공감한다고 해서 제3자가 나서서 뭐라 할 일이 아니다. 왜들 그렇게 남의 가족사에 참견하길 좋아하나. 결혼했으므로 절대 불륜은 안된다는 식의 고리타분한, 도덕군자의 꼰대 발언은 자제하자. 본인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냥 그렇게 살면 된다. 본인이 도덕군자라고 해서 남들의 사생활에 대해 뭐라고 할 자격이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건 아니다. 그리고 나는 '도덕군자'인 척하는 사람 치고 진정으로 훌륭한 사람은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했다.
  

4.

더욱이 이런 사적인 일로 감독과 배우로서의 앞길은 이제 끝났다는 식의 보도를 보면 어이가 없다. 설령 유명 연예인, 감독, 배우가 '공인'(sic!)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에 대한 평가는 그들의 활동(영화인이라면 그들의 영화와 연기)으로만 평가하면 그만이다. 그들의 사생활은 남들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남의 사생활에 간섭하길 좋아하는 도덕군자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억압적인 사회일 확률이 높다. 이건 내 얘기가 아니라 정신분석학의 주장이다. 누구는 공인이므로 불륜은 더욱 잘못된 거라고 주장한다. 묻는다. 그러면 공인은 모두 다 도덕군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인가. 공인은 자신만의 욕망과 사생활을 가져서는 안 되는가. 그런 법을 누가 정했는가. 대중들이? 언론이? 이렇게 말하면 불륜을 옹호한다느니, 공인의 사회적 역할과 영향력을 무시한다느니 엉뚱한 소리를 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 하고 싶은 '친절한 금자씨'의 조언. '너나 잘하세요.'
 

5.

유명인의 사생활을 파파라치처럼 파헤쳐 이윤을 얻는 상업언론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지 않겠다. 그들은 돈벌이를 위해 그렇게 할 뿐이다. 다만, 감독과 배우의 사생활과 그들의 직업적 활동을 연결시키지 말라. 남들이 불륜을 저지르든 말든, 그건 그들의 사적 문제이다. 홍 감독의 영화만들기와 김민희 씨의 연기활동이 이번 일로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이건 내가 그들의 영화와 연기를 좋아하고 안 하고와는 별개의 문제다. 내가 그들의 '불륜'을 옹호하고 안 하고와도 별개의 문제다. '도덕군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위선자들의 사회, 좀 지겹다.
 

6.

작가가 작품으로만 평가되듯이, 감독과 배우는 그들의 영화로만 평가받으면 된다. 거기에 그들의 사생활을 연루시키면 곤란하다. 그들이 사적 생활에서 무슨 짓을 하든, 그것이 현행법을 어기지 않은 이상, 그건 그들의 자유다. 그리고 그 선택에 그들이 개인적으로, 사적으로 책임지면 된다. 제3자가 뭐라 할 일이 아니다. 사생활을 들먹이기 시작하면, 아마도 세계문학사나 영화사에서 살아남을 작가나 감독, 배우, 예술가는 거의 없을 것이다. 도덕군자이면서 뛰어난 작가, 감독, 배우, 예술가를 나는 거의 알지 못한다. 행여 오해 마시라. 바람을 피우고, 불륜을 저지르면 다 뛰어난 감독과 배우가 된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우리도 진도 좀 나가자.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