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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아이돌 뮤직비디오 속 외국인들의 대상화 | 인종, 성별따라 역할 천차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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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으로 '믿듣맘무(믿고 듣는 마마무의 줄임말)'라는 타이틀을 따낸 마마무가 지난 6일 '데칼코마니'라는 타이틀곡으로 9개월만에 컴백했다. 하지만 신곡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에 백인 남성 배우가 마마무 멤버 솔라를 벽에 강제로 밀치고 키스하는 폭력적인 모습이 연출되었고, 네티즌들과 팬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하루만에 소속사가 기존 영상을 삭제하고 데이트폭력장면을 잘라낸 새로운 뮤직비디오를 업로드함으로써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기존 영상의 상당 부분이 편집된 후에도 해당 백인 남성은 뮤직비디오에서 굉장히 큰 역할을 차지한다. 영상의 주인공이 마마무인지 백인 배우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문득 이 뮤비뿐 아니라 케이팝 시장 전반에서 비한국인 배우들이 어떻게 소비되는지 알고 싶어져서, 다른 가수들의 뮤비들도 몇 개 보게 되었다.

우선 빅뱅의 경우, 'Blue'에서든 'Bae Bae'에서든 백인 여성이 빅뱅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 'Blue'에서의 백인 여성은 빅뱅이 자책감을 느끼는 이유와 과거 회상의 대상으로 소비될 뿐 그 이상의 존재 의미를 전혀 갖지 못한다. 이들은 그저 빅뱅의 슬픈 서사를 완성시키기 위한 도구처럼 보인다. 심지어 빅뱅을 대하는 여성의 감정 묘사도 극히 제한되어 있어서,빅뱅의 사랑 이야기 속 연애 상대로서의 주체성마저도 전혀 없다. 빅뱅은 여성을 갈망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여성이 빅뱅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멍하니 빅뱅의 시선을 받아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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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빅뱅 'Blue' 뮤직비디오)

'Bae Bae'의 경우는 더 심각한데, 백인 혹은 백인으로 여겨지는 외국인 여성들이 거의 빅뱅의 성희롱 대상으로 소비되기 때문이다. 자기를 끌어안고 얼굴에 하얀 액체를 뿌려대는 빅뱅을 밀쳐내지 않는 이 여성들은, 뮤직비디오 막바지에서는 자기 치마를 들추는 빅뱅을 웃으며 놀아주기에 이른다. 제작진은 빅뱅, 혹은 제작자들의 욕망이 마치 여성들이 진짜 가지고 있는 욕망인 것처럼 그린다.

이들은 왜 한국인이 아닌 걸까? 상대 남성의 성적 욕망을 뿌리치지 않고 즐기듯 받아주는 역할은 '(어떤 한국 남자의)결혼 상대가 될 수도 있는' 한국인 여성이 소화해내기엔 너무 야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특별한 이유 없이 상대 남성의 욕망을 마냥 받아주는 한국인 여성들은 문란하다는 취급을 받기 쉽다. 한국인의 그것보단 외국인, 특히 백인들의 성적 개방성에 대한 반감이 훨씬 덜하니까 이들을 캐스팅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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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빅뱅 'Bae Bae' 뮤직비디오)

보통 아이돌 뮤직비디오에 다른 인종의 배우를 세우는 건 해당 배우의 개인적 인격을 지워버리고 철저하게 주인공 아이돌의 '배경'으로 소비하기 위해서라고 분석된다. 빅뱅 사례에서 본 것과 같이, 이렇게 백인 여성 배우의 남자 아이돌 뮤비 출연의 경우, 해당 여성들은 대부분 독립적인 인간보다는 남자 아이돌의 성적 대상 혹은 연애 수작의 목표로 등장하며, 남자 아이돌과의 섹슈얼 혹은 로맨틱한 관계에서도 그녀들이 적극적 액션을 취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렇다면 과연, 그 '배경됨'은 배우의 인종과 성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까?

빅뱅이 백인 여성을 캐스팅한 것과 비슷한 구도로 2NE1의 '너 아님 안 돼' 뮤비에도 백인 남성이 등장하는데, 이 백인 남성은 무려 2NE1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Blue'에서처럼 이 백인 남성도 2NE1의 삽질 및 과거회상의 대상으로 소비되긴 하지만, 아무 말도 감정표현도 않던 'Blue'의 백인 여성과는 달리 '너 아님 안 돼'의 백인 남성은 얼굴도 찡그리고 괴로워하기도 하고, 심지어 자막으로 자기 변명을 잔뜩 늘어놓는다. 뮤직비디오 주인공인 2NE1도 정해진 노랫말 따라 입을 벙긋거리는 마당에 이 백인 남성분은 영어 자막으로 자세하게 자기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니 이게 무슨 호사인가. 이쯤 되면 뮤비의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지 파악하기가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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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2NE1 '너 아님 안 돼' 뮤직비디오)

마마무 신곡 '데칼코마니' 뮤비에서는 백인 남성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진다. 'Blue'에서 바라봄의 주체가 빅뱅이었고 대상이 백인 여성이었던 것과는 반대로, '데칼코마니'에서는 바라봄의 주체가 백인 남성이고 그 대상이 마마무이다. 마마무와 백인 남성의 연애 스토리는 남성이 마마무를 관심 있게 바라보면서 시작되고, 그가 마마무의 손목을 휘어잡고 입을 맞춤으로써 끝난다. 백인 남성의 성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마마무의 매력의 근거로 제시되는 것이다. 심지어 마마무와의 섹슈얼한 관계에서 더 적극성을 띈 것도 백인 남성이다. 적극적이다 못해 멤버들을 벽에 밀쳐대고 성폭력을 행했으니. 그래서 마마무는 이 백인 남성의 욕망의 대상으로 존재할 뿐, 그 밖의 존재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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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마마무 '데칼코마니' 뮤직비디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백인 = 인간의기본값 = 지향점] 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보니, 케이팝 뮤직비디에오에서 백인 여성은 '이 사람을 얻어내는 것이 큰 성취로 여겨지는 성적 대상' 이 되고, 백인 남성은 '이 사람에게 욕망당하는 것이 큰 성취로 여겨지는 주체'가 된다. 한국에서도 백인우월주의적인 인종 구조가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백인들의 성적 개방성은 한국인의 그것보다 훨씬 쉽게 용인되니까 더 '과감한' 장면을 연출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그 와중에 백인 남성은 자기 감정도 생각도 있는 주인공으로 묘사되는 반면, 백인 여성은 철저히 대상화되는 부분이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화가 난다. "젊고 아름다운 미장애인 백인" 이라는 인간의 기본값 설정에서 성별이라는 요소만 바꿔놓았을 때, 남성의 주체성은 위협받지 않지만 여성은 언제나 객체화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백인도 아시안도 아닌 유색인종, 그중에서도 주로 '흑인'으로 여겨지는 외국인들에게는 어떤 역할이 주어지나 싶어서 EXID의 'Hot Pink' 뮤비를 다시 보았다. 경악스러웠다. 이 영상에 나오는 흑인 남성은 아예 그냥 사람이 아니다. 그저 원초적 성적 욕망 그 자체일 뿐. 다른 뮤비에 나온 백인과 아이돌의 관계에서는 섹슈얼함과 더불어 로맨틱함이라는 요소가 아주 조금이라도 있는데, 이 뮤비에 나오는 흑인과 EXID와의 관계에는 성적 욕망밖에 없다. 마치 짐승과도 같은 모습이다.

뮤비에 묘사되는 EXID의 매력은 곧 이 원초적 욕망을 자극해서 일깨우는 능력이다. 과연 이 배우가 흑인 남성이 아니라 백인 남성이었더래도 EXID가 주유구에 호스를 꽂아넣을 때남성이 눈을 질끈 감는 장면이 연출됐을까? 아니지 애초에 뮤비 스토리나 컨셉 자체가 전혀 달랐을 거다. 한국의 상업 뮤직비디오들 중에 백인 남성들에게 성행위가 직접적으로 암시되고 그것을 원초적으로 표현할 것이 요구된 적 있었나? 그것은 설마 이 배우가 단지 비-백인이라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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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EXID 'Hot Pink' 뮤직비디오)

흑인 여성이 등장하는 케이팝 뮤직비디오는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잠깐 물을 뿌리며 춤을 추는 단순한 배경의 일부가 아닌, 주인공 아이돌들과 조금이라도 관계를 형성하며 뮤직비디오 줄거리를 완성해내는 흑인 여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장 큰 혐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던가. 지금까지 한국 대중문화에서 우리가 흑인 여성을 본 적이 몇 번이나 되나. 흑인 혼혈이라고 알려진 연예인인 인순이 씨 혹은 윤미래 씨 정도가 알려져 있을 뿐이다. 한국 사회에서 흑인 여성은 주체성을 띈 인간은 커녕 연애 대상이나 성적 대상조차도 못 되는 것이다. 우락부락한 흑인 남성은 '흑형'이라는 조롱조의 칭찬을 받는 한편, 미쉘 오바마의 영상에는 그녀가 마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고릴라를 닮았다느니 저런 여자랑 지금까지 한 방을 쓴 오바마가 대단하다느니 등등의 악플이 달리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세상이 주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아이돌 덕질을 하는데, 맨정신으로 마음 편하게 덕질하는 것마저 불가능하다는 것이 개탄스럽다. 얼마나 시간이 더 흘러야 우리에게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요소가 없는 컨텐츠를 누리며 덕질할 수 있는 시대가 올까.


글쓴이: 최호연
편집: 진달래

*해당 글에 정리된 뮤직비디오 컨텐츠 해석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그에 대한 글쓴이의 피드백입니다.

- 글을 쓰기 전에 빅뱅의 뮤직비디오를 거의 다 보았고, 상당수의 '흑인' 여성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글의 후반부에도 나와있듯, 그러한 '흑인' 여성들은 대부분 댄서로 등장할 뿐이었고, 그분들이 빅뱅과 감정적으로 교류하며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관계를 맺는 내용의 뮤직비디오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Blue라는 곡의 가사 자체가 한 여성을 그리워하며 쓸쓸함을 느낀다는 내용이며, 그에 따라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여성분의 감정 묘사가 당연히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는 반박에 일부 동의합니다. 하지만 글에서 비교해놓은 2NE1의 노래 '너 아님 안 돼'의 가사 역시 떠나간 애인을 그리워하며 힘들어하는 내용임에도, 뮤직비디오에서 묘사되는 이성 외국인 배우의 역할이 상이하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 이 글은 <페미디아>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