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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천국, 일본의 아이노시마(相島) 섬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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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애묘인들 사이에도 잘 알려진 일본 후쿠오카 고양이 섬 '아이노시마(相島)'는 후쿠오카현의 많은 섬 중 하나로 약 170세대 470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 입니다. 현무암의 해식작용으로 독특한 해안선이 발달하였으며 동해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풍경이 인상적입니다. 조선통신사로서 일본에 찾아간 신유한의 일본견문록 해유록(海遊録)에도 그 기록이 남아있는 우리나라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는 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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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 곳엔 또 한가지의 아름다운 풍경이 더해지는데요, 바로 마을 주민과 고양이들이 함께 만들어낸 풍경입니다. 후쿠오카 북쪽에 자리잡은 신구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 곳에 도착하면 선착장에서부터 고양이들이 낯선 방문객을 반깁니다. 그리고 성격 좋은 고양이들이 뒹굴거리다가 기다렸다는 듯 벌떡 일어나서 다가오는 광경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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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이다보니 섬 한 바퀴를 둘러보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소요되진 않습니다. 섬 주변을 천천히 걷고 있노라면 두서너 마리의 고양이들과 함께 산책하는 묘(?)미도 느껴볼 수 있구요. 도망가는 아이들 역시 거의 없습니다. '부비부비'와 '발라당'의 향연을 만끽하다보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되지요. 
 
아이노시마의 고양이들은 왠만해선 뛰는 일이 없습니다. 길 한복판에 떡하니 자리 잡고 누워있어도 자동차가 고양이를 피해가는 모습에 유쾌한 컬쳐 쇼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지요. 곧 출발할 트럭 짐칸에 누워있는 녀석을 보신 기사님은 그만 내려가라며 엉덩이를 툭툭 칠 뿐, 그 누구도 고양이에게 위협을 가하는 분들을 볼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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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담벼락에서 해바라기를 하는 하얀 고양이를 보고 있는데, 어르신 한 분에 집안에서 나오시기에 직접 키우시는 고양이냐고 여쭤보니 '그냥 섬 고양이인데 우리 집에서 나가지 않길래 먹이를 주고 있을 뿐' 이라고 하십니다. 어떤 어르신은 선착장에서 낚시로 잡으신 물고기를 간간히 고양이들에게 던져주고 계셨는데, 익숙한 일인지 낚시하시는 어르신 뒤에서 얌전히 기다리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아이노시마는 정말이지 고양이들의 낙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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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먼 곳을 지긋한 눈으로 바라보는 고양이들과 푸른빛 아름다운 바다가 어우러진 모습이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아름다운 섬. 그 안에서 고양이가 바라보는 곳으로 시선을 옮겨 바닷바람을 쐬고 있다 보면 진정한 힐링의 의미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서로를 견제하지도 두려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섬 안에서, 하나의 생명체로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이고 하나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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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곳곳에 고양이를 위한 밥그릇과 물그릇이 놓여 있고 섬마을 어르신의 느릿한 걸음을 조용조용 따라가는 고양이의 뒷모습이 일상인 그 곳. 풍어의 상징답게 출항하는 고깃배들을 언제까지고 배웅해주다 여객선에서 내리는 관광객들을 보면 살갑게 반겨주는 녀석들이 있던 그 섬이 가슴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이유는 사람과 고양이 모두가 평화로운 섬이어서가 아니었을까요. 도시에서의 삶은 고양이나 사람이나 평화로울 수만은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들이 원하는 건 그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일텐데 말입니다.

*이 글은 'DAUM 스토리펀딩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 스토리펀딩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