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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3주기 추모음반 〈미안(未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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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반은 표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빤히 응시하자니 가슴속 응어리가 이상하게 일렁거린다.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음반 속에 담긴 음악을 사무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 긴 수평선이 글자 미(未)와 안(安)을 가로지른다. 안(安)의 지붕이 기우뚱 비틀려 균열을 일으키는데, 그 모양이 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떠올리게 한다. 수평선 아래 바다에 잠긴 어머니(女)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리고 저 멀리 섬, 진도가 보인다. 섬의 밑동엔 음반의 제목이 아프게 새겨져 있다. - 미안, 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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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반, 세월호 3주기 추모음반은 각계각층 문화예술인들의 뜻과 힘을 한데 모아 태어났다. 작년 이맘때 온라인을 통해 음반 제작 계획이 발표되었는데 무려 100여명이 열띤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클래식과 국악, 크로스오버 등 음악인들은 장르를 불문했고, 그래픽 디자이너와 시인, 광고전문가 심지어 변호사까지 다양한 인재들의 성원이 답지했다. 그들의 뜻과 힘이 1년 동안의 숙성을 거쳐 이제 총 2장의 음반으로 완성됐다. 클래식, 창작국악, 정악, 산조, 뉴에이지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총망라하는데, 관통하는 주제는 여기 음반 표지에 가로지른 수평선과 같이 '미안(未安)한 마음'이다.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음조에 있어 공히 애달픈 슬픔을 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다채롭고도 진취적인 음악적 성과를 이루고 있다. 브람스의 '네개의 엄숙한 노래'를 바순과 피아노라는 독특한 편성으로 들려주는가 하면, 국악 리듬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타악기 앙상블('어두운 새벽- 흘曶')이나, 오케스트라를 위한 관현악곡('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에 이르기까지 클래식과 국악을 폭넓게 아우르면서도 전통과 현대를 거침없이 넘나든다. 특히 가사가 깃든 노래들은 폐부를 찌르며 단번에 눈물샘을 무장해제시킨다. '얘들아 그 배를 타지 마라, 이제 와 소리쳐 불러봐도'('소풍')라 어쩌지 못한 회한을 토로하고, '조각난 양심은 안개를 찢고, 검푸른 바다 속에 금빛 시간을 내던지고,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숨는다'('밤하늘 별빛들')며 통한의 반성을 촉구하기도 한다.

음반 〈미안(未安)〉은 4월16일부터 주요 온·오프라인 음반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판매 수익은 전액 4·16연대에 전달될 예정인데, 음반에 수록된 음원은 공정음원 플랫폼 '오대오'(www.odaeo.com)에서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개인적으론 이 음반이 부디 시간의 풍화를 딛고 우리 시대 음악사에 아로새겨지길 바라 마지않는다. 세월호의 희생자에게 부치는 음악편지이자 살아남은 우리에게 각성을 요구하는 반성문이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널리 공유되어 부지런히 울려 퍼져야 하겠다.

진도 앞바다에서 인양작업이 시작된 지난 22일, 하늘엔 '노란 리본' 모양의 구름이 떠올랐다. 합성도, 비행기의 궤적도 아니었다. 1073일 만에야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의 외침에 화답이라도 하듯, 하늘은 선명한 노란빛 리본의 구름을 띄웠다. 신기한 기상현상이라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을 때 나는 지난 단원고의 졸업식 장면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었다. 250명의 아이들이 졸업장을 받지 못했던 그날, 한 무리의 새떼가 단원고로 날아들었다. 졸업식이 시작되자 새들은 학교 주위를 몇 번이나 원을 그리며 비행했고, 식이 진행되는 동안엔 옥상에 내려앉아 한참을 기다렸다. 그렇게 졸업식을 마친 후 학생들이 다 돌아가고 나서야 단원고 옥상을 지키던 수십 마리의 새들은 다시 하늘로 흩어졌다. 만약 아주 만약, 그때 그 구름과 새들에게 음악으로 말을 건네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음반 〈미안(未安)〉이 담고 있는 여럿의 노래는 그렇게 귓등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