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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의 MS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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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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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장에서 황당한 질의로 '엠에스(MS) 국회의원'이 화제가 되었을 때, 음악계에서도 덩달아 한 언론보도가 뒤늦게 각광받았다. 에스엔에스(SNS)로 활발히 공유되었던 문제의 기사는 그동안 지자체의 문예회관이 콘서트용 피아노를 입찰해온 관행을 문제 삼고 있었다. "단지 연주자들이 선호한다는 이유만으로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저렴한 국내산 대신 2억원이 넘는 스타인웨이 사를 명시해 피아노를 구매"했는데, 이제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시정조치에 따라 입찰 규격서에 특정 제품을 명시할 수 없게 되었다는 보도였다.

사람들은 신랄한 풍자를 곁들여 우려했다. "관용차를 입찰하면서 자동차라고만 명시하면 최저가의 티코가 낙찰받지 않겠느냐"부터 "피카소에게 동네 물감을 던져주며 명작을 그리란 소리"에 이르기까지, 예술에 있어서도 가성비를 앞세운 획일적 몰이해를 아프게 꼬집은 것이다.

지난해 조성진이 우승해 화제를 모았던 쇼팽 콩쿠르는 세계적인 피아노 브랜드의 치열한 각축장으로도 이름이 높다. 참가자는 스타인웨이를 비롯해 야마하, 뵈젠도르퍼, 가와이, 파치올리 등 여러 피아노 중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악기를 선택해 연주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제작사들은 경연의 가장 강력한 스폰서를 자처하며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왔는데, 그럼에도 조성진을 포함한 대다수의 참가자들이 선택한 악기는 단연 스타인웨이였다. "피아니스트가 원하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피아노"라는 거장 아슈케나지의 말마따나,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이 악기는 깊은 음색과 폭넓은 표현력, 흔들리지 않는 항상성을 겸비해 언제나 신뢰할 수 있던 피아노였다.

피아니스트들은 다른 연주자와 달리 자기 악기를 가지고 다니기 어렵다. 연주장마다 낯선 피아노와 적응하는 것은 적나라하게 비유하자면, 매번 새로운 상대와 교감해야 하는 섹스와도 같다. 그만큼 불편하고도 살 떨리는 숙명이다. 물론 자신의 육중한 스타인웨이를 싣고 다니며 비싼 운반비용을 아랑곳 않던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같은 거장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거장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학생을 받아들일 때부터 특이한 조건을 요구한다. '평소 B 사이즈(211㎝) 이상의 스타인웨이로 연습할 환경을 확보할 것.' 부유한 학생만 받겠단 의미가 아니다. 여기엔 타당한 이유가 있다. 이 악기는 어느덧 개인의 선호도를 넘어 '콘서트홀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세계의 주요 공연장 545곳 중 스타인웨이 이외의 피아노를 보유한 콘서트홀은 단 12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심지어 평양의 모란봉 극장에도 이 제작사의 콘서트 그랜드가 비치되어 있을 정도다. 서울의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도 각각 8대와 6대의 스타인웨이를 보유하고 있다. 연주자에게 음악적 취향에 따른 악기 선택권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음악회를 찾아온 청중에게도 최상의 음색을 들려주기 위한 공연장의 배려이다. 이렇듯 연주자와 청중 양쪽의 압도적인 지지에 대해 스타인웨이 사의 수장인 존 폴슨은 다음과 같이 자부했다. "자동차의 메르세데스처럼 어떤 업계든 최고의 브랜드가 있기 마련이지만, 스타인웨이처럼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하이엔드 브랜드는 유일무이하다."

이 글이 특정 악기를 두둔하는 것으로 곡해될까 두렵다. '명필이 붓을 탓하랴'의 차원도 아니다. 그보다는 가성비를 앞세운 예술정책의 기계적 집행을 우려하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의 시정조치 덕택에 앞으로는 재료와 규격, 모양 등 물리적 조건만 충족하면 어느 피아노든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때,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은 무엇이 될까. 악기가 가진 예술적 역량일까. 몰이해를 앞세운 '가격 경쟁력'이지 않을까. 음악인들의 우려는 그 때문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