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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르노를 좋아하는 페미니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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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AN BACK HAIR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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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 때 사드마조히즘 컬트 영화로 유명한 'O의 이야기( The Story of O)'를 친구와 보러 갔었다. 왜 영화를 보게 됐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여성학을 공부하는 친구들을 배신한다는 생각과 결혼 전에는 절대 섹스를 하면 안 된다고 하던 어머니를 실망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걸린 건 기억에 남는다.

영화를 보는 동안, 약에 취해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는 느낌이었다. 남자들이 왜 여자를 고문하는 것일까? 왜 여자들끼리 애무하는 것일까? 저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일까 아닐까? 프랑스니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영화가 반쯤 지났을 때 친구가 내 귀에다 대고 영화가 너무 징그럽지 않으냐고, 집에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아니! 난 나가고 싶지 않았다. 당시에는 영화를 잘 이해하지도 못했지만, 왠지 영화에 등장하는 여자들과 연결됐다는 느낌이 있었다. 또 흥분이 고조된 상태였고 영화가 어떻게 끝날지도 궁금했다. 하지만 이런 느낌을 친구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 난 역겨운 척하며 친구와 극장을 나서면서도 어깨 너머로 아름답게 신음하는 화면 속 여성들을 훔쳐보았다.

거의 30년이 지난 후 포르노 영화를 다시 보았다. 남편과의 사이가 거의 마지막 단계에 있을 때였는데, 건조한 성생활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서 남편이 DVD를 사 온 것이었다. 피자 배달부 청년, 당구대 위에서의 섹스, 샤워하는 레즈비언 등을 빨리 감기로 넘겼다. 여자 배우들의 가슴은 무슨 풍선 같았고, 침이 여기저기 튀었으며, 조명은 천박했다. 개그도 그런 개그가 없었다. 우린 살짝 입맞춤만 하고 등을 돌려 잠들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헤어졌다.

"모든 남자는 포르노를 본다"

남편과 헤어지고 나서 몇 달 후 난 첫 데이트로 은색 머리의 주스트라는 사람과 바에 갔다. 그와 사귀는 몇 달 동안 매우 '핫'한 섹스를 경험했다. 아무튼 그 첫 날 데이트에서, 대화가 포르노로 넘어갔다. 아들을 가진 엄마로서 나는 사회의 만연한 포르노 문화를 우려하고, 청소년들이 너무 쉽게 포르노를 접하기 때문에 진정 사랑하는 사람과 제대로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일하는 그는 인터넷 트래픽을 잘 알았다.

"모든 남자는 포르노를 봐요" 그는 그런 건 문제 삼을 게 아니라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보는데요."

첫 데이트에서 포르노를 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놀랐다. 또 그게 일상의 한 부분이라는 것에 놀랐다. 아주 지적이고 세련된 이런 사람이 간호사와 환자 사이의 음탕한 섹스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포르노가 그런 것뿐이었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 포르노

올해 초 섹스 블로그를 쓰기로 결심하면서 섹시한 사람들을 팔로우하겠다고 결심했다. 그중 한 사람이 엘르 체이스(Elle Chase)였다. 그녀는 '레이디 치키(lady Cheeky)'라는 잘 꾸며진 섹스 텀블러로 유명한 섹스 블로거이자 교육자이다. 거기서 볼 수 있는 포르노는 흔히 접하는 노골적이고 촌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사진과 영상 모두 매혹적이었고 흑백 화면과 부드러운 조명은 운치를 한층 더했다. 작위적인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두 연인을 보는 것 같았다. 섹스는 여유로우면서도 열정적이었다. 여자들의 표정에서 고통이 아닌 열정이 느껴졌다. 그들은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둘만의 관계를 확인했다.

이런 이미지를 보며 천박한 느낌은 사리지고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다. 여자를 물건 취급하는 문화에 참여하고 있다는 죄책감 없이 내용에 다가설 수 있었다. 여자가 단지 남자의 페니스 수용체가 아니라 동등하게 묘사되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레이디 치키'가 페미니스트 포르노의 대표 사이트며 여성의 욕구와 기쁨을 다룬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경험한 섹스, 또 내가 경험하고자 하는 섹스를 묘사했다. 내게 포르노를 좋아해도 괜찮은 이유를 주었을 뿐 아니라 성생활이 건강한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일깨워줬다.
수십 년에 동안 모호했던 나의 성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자아발견으로 이어진 포르노

우리의 성문화는 남성 위주이기 때문에 여자조차 남자의 욕구에 집중하며 정작 자신의 성적 욕구가 무엇인지는 모르고 산다. 최근 애인과 헤어진 친구를 지난주 만나 와인을 한잔했다. 성욕을 충족할 방법이 없었던 그녀는 온라인 포르노를 찾았지만 뭘 봐야 할지 몰랐다고 했다. 포르노를 애인과 섹스하기 전에 본 경험은 있지만 그것도 남자 결정대로 봤다는 것이었다. 이제 자기가 좋아하는 포르노가 어떤 것인지를 찾아야 하는데 엄청난 양의 포르노가 그녀 앞에 숙제처럼 남아 있다.

포르노 섹스와 실제 섹스

범람하는 포르노의 문제는 성에 대한 비현실적인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디 갤럽(Cindy Gallop)은 현실적인 성행위를 묘사하는 포르노 사이트를 시작했다. 그녀의 '포르노가 아니라 사랑을 하자(Make Love Not Porn)'에 소개되는 영상엔 일반적인 성생활이 담겨있다. 그녀는 포르노 섹스와 실제 섹스가 다른 점을 명확하게 표현한다. 포르노에서 묘사되는 것과 달리 모든 여자가 항문 섹스와 지저분한 대화, 전희 없는 섹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못 박는다.

새로운 포르노 장르의 등장으로 성에 대한 대화가 더 활발해지고 있다. 내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포르노 사이트가 아니고 그렇게 될 일도 전혀 없지만, 섹스에 대해 터놓고 글을 쓰면서 섹스가 여성의 삶에, 특히 중년 여성 삶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욕망을 숨기거나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으로 재포장하지 않고, 나는 성을 온전히 느끼게 됐다. 이젠 나의 성이 자랑스럽고 큰 축복이라고 느낀다.

그것은 내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준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에 실린 블로그를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