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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전의 신문 사진 속 흑인 여성이 누군지 궁금했다

38명의 과학자 중 그녀는 유일한 여성이었다.

캔디스 진 앤더슨은 미국 유타주에 사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최근 범고래에 관련된 그림책을  위해 자료를 찾던 그는 옛날 신문 기사에서 한 장의 사진을 발견했다. 1971년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고래 관련 국제 학술대회에서 촬영된 사진이었다.

 

ⓒtwitter/mycandacejean

앤더슨이 이 사진에 주목한 이유는 수많은 남성 가운데 딱 한 명의 흑인 여성이 있다는 점이었다. 38명 중 1명이었다.

 

ⓒtwitter/mycandacejean

 

앤더스는 신문에 난 사진 설명에서 그녀의 이름을 찾았다. 하지만 37명의 남자 이름만 있을 뿐이었다. 이 여성의 이름은 없었다. 대신 ‘신원확인불명’ (not identified)이란 말만 써 있었다. “그녀가 누군지, 그리고 그녀가 이 학술대회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채 호기심에 들떠 있었어요.” 앤더스는 ‘뉴욕타임즈’에 이렇게 말했다.

앤더스는 먼저 트위터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다.

 

“이 사진속의 여성은 1971년 열린 국제 고래 생태회의의 참가자입니다. 그녀는 유일한 여성이고, 이 사진을 발견한 기사에서 ’이름을 알수 없다’란 캡션이 붙은 유일한 사람입니다. 다른 모든 남성은 이름이 나와있습니다. 그녀에게 뭔가 알고 있으면 알려주세요.”

이후 앤더슨에게 몇몇 정보들이 모였다. 그중 유력한 정보 중 하나는 실제 당시 회의에 참석했으며 해당사진에도 찍힌 로버트 브로넬에게 온 정보였다. 앤더슨은 이 정보 또한 트위터에 공개했다.

 

“브로넬에 따르면 미스테리의 여성은 관리자로 일하고 있었던 사람일지 모른다고 합니다. 그는 ‘1970년대 초 미국 어류 야생 동물국의 클라이드 존스를 위해 근무했다’고 말했습니다.”

앤더슨은 바로 클라이드 존스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그에게 연락을 했다. 하지만 이미 그는 세상을 떠난 뒤였다. 그런데 이 사진을 본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해양포유류위원회의 연구프로그램 담당자인 디 알렌이었다. 알렌은 이 사진을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포유동물 연구원인 돈 윌슨에게 보여주었다. 윌슨은 사진 속의 그녀를 기억했다. 당시 그녀는 야생 동물국에서 포유류 수집 기술자로 일하던 사람이었다. 윌슨은 그녀의 이름을 ‘실라’로 기억하고 있었다.

3월 12일, 앤더스는 지금까지 모아진 정보를 다시 확인하고 추적한 끝에 실라의 성이 마이너라는 걸 알게 됐다. 실라 마이너. 43년 전, 신문에 적히지 않았던 이름이었다. 앤더슨은 그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뉴욕타임스는 실제 실라 마이너와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그녀의 이름은 실라 마이너 허프다. 71세의 그녀는 이미 현역에서 은퇴했고, 5명의 손자가 있으며 교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실라 마이너 허프는 생물학 학사 학위를 받은 후 바로 동물 관련 테크니션으로 일을 시작했다. 처음 미국 내무부의 어류 야생동물관리국에 지원을 했던 그녀는 연구원이 아닌 ‘속기사’로 일할 것을 제안받았다고 한다. 그때 허프는 “당신들의 비서를 하려고 오랫동안 학교를 다녔던 게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이후 일을 하면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녀는 환경 및 동물 관련 프로젝트에서 고위급 정부 관료들과 함께 일했다. 이후 내무부의 고위 관료에 올랐고, 58세의 나이로 은퇴했다고 한다. 허프는 43년 전 신문에 자신의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것에 대해 “내가 좋은 일을 하려 하고, 이 아름다운 지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지구를 보호하려고 할 때 누가 내 이름을 아는 게 뭐가 중요하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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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