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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의 연속’이었던 트럼프-김정은 회담 발표 45분

"내가 했어, 내가 했어."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한국 특사단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가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45분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만남 결과를 전달하려는 정의용 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한국 특사단은 워싱턴에 7일 아침에 도착했다. 그날 오후에 정 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은 백악관 허버트 맥매스터 안보보좌관, 지나 해스플 중앙정보국 부국장을 만났다. 곧 마이크 펜스 부통령,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합류했다.

한국 특사단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면담은 다음날까지 예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특사단이 백악관에 왔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들을 대통령 집무실로 불렀다. 첫 파격의 시작이었다.

앞서 미국 쪽은 한국 특사단 도착 전에 정보 계통을 통해서 김정은이 트럼프를 초청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트럼프는 아프리카를 순방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화로 호출해 논의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틸러슨에게 그 초청을 수락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집무실을 찾은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대한의 감사를 표하러 왔다”고 먼저 경의를 표했다. 정 실장은 과거의 실수들을 반복하지 말아야 하나, 북한의 김정은이 핵프로그램 포기를 놓고 미국과 대화하기를 원한다는 것은 “솔직하고 진지한” 것으로 믿는다고 운을 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가지면, 역사적인 타결이 될 것이라는 김정은의 말을 전했다.

트럼프는 즉각 이를 수락했다. 한국 특사단뿐만 아니라 동석한 미국 관리들도 충격이었다. 트럼프의 참모들은 대통령이 시간을 두고 자신들과 먼저 그 결정을 논의할 것이라 추측했다. 매티스 국방장관과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가면, 위험과 후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내가 했어, 내가 했어”라며 그들을 일축했다.

트럼프는 다음달에 김정은과 보자고도 말했다. 한국 특사단이 나서서 4월에 있을 남북정상회담 뒤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 5월로 결정됐다.

더 큰 파격이 기다리고 있었다. 트럼프는 이 결정을 한국 특사단이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놀란 정 실장은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의 사무실로 쫓아가 미국 관리들과 함께 발표문을 다듬었다. 정 실장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해, 급박한 상황을 전하고 승인을 얻었다.

트럼프는 의기양양하게 백악관 브리핑룸에 얼굴을 내비치고는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취임 이후 처음있는 행동이었다. 백악관 참모들은 외국 관리가 백악관 연단에서 발표를 하는 것에 반대했다. 대신 백악관 진입로를 발표장으로 제안했다. 이 곳은 통상적으로 백악관 방문자들이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는 곳이다. 하지만, 외국 관리가 미국 대통령의 결정을 발표하는 비상한 사태의 본질이 바뀌지는 않았다.

정 실장이 발표를 하려고 진입로 걸어갈 때 트럼프는 서둘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전화를 했다. 미국 의회 지도자, 국방부와 국무부의 고위관료들은 정 실장이 발표를 하자, 비로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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