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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없이 회사가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한 취업규칙은 '무효' 판결 나왔다

법원 판결이 나왔다.

  • 허완
  • 입력 2018.03.25 10:11
ⓒPeopleImages via Getty Images

회사가 노동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노동자에 불리하게 변경한 취업 규칙은 효력이 없어 이에 따른 징계 역시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유진현)는 A은행 직원 박모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판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2012년 4월 경력직으로 A은행에 입사해 상품 개발 업무 등을 했던 박씨는 2013년 8월 ‘상사와의 불화’ 등을 이유로 다른 지점으로 발령 받은 것을 시작으로 여러 부서를 전전했다.

그러던 2016년 7월 A은행은 저성과자로 분류됐던 박씨가 정상적 업무역량과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며 영업본부 영업추진역에 배치했다.

이미 2015년 7월 영업추진역으로 배치된 바 있는 박씨는 또 다시 본인을 영업추진역으로 배치하자 업무 수행을 거부했다. A은행은 두 번의 서면경고 후 인사위원회를 개최했지만 박씨가 모두 응하지 않자 면직 처분했다.

박씨는 자신은 업무성과를 초과 달성한 고성과자로 업무추진역에 배치될 필요가 없었고, 발령 사실 자체를 다투는 상황에서 업무추진역 프로그램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해고 구제 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지만 또 다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씨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olaser via Getty Images

 

법원은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은행이 2016년 7월 시행한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은 사용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작성된 사업장 내부 규칙(취업규칙)으로 명백히 노동자에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에 해당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 94조1항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해 노동조합이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그 동의를 받아야한다고 규정한다.

2015년과 달리 2016년 시행된 A은행의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은 일단 그 대상자가 되면 직전 연도 총연봉에서 10%를 깎고, 목표달성률이 70% 미만이면 직전 연봉의 15% 범위 내에서 또 감액한다.

재판부는 노동자의 동의를 받지 않아 효력이 없는 취업규칙에 따라 박씨를 영업추진역에 발령한 행위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영업추진역 발령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징계 사유 역시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업무추진역 프로그램에 편입되더라고 실제로 연봉을 깎는 것이 아니라는 A은행의 주장에 대해서는 ”실제로 감액을 한 적 없더라도 임금 감액을 하지 않는다고 통보한 적도 없고 감액의 가능성이 항상 상존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씨가 A은행의 교육연수를 거부한 행위만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데, 이것만으로는 근로계약 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볼 수 없어 면직 처분이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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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근로기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