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사학 특혜-문서 조작’ 후폭풍…아베, 내각 사퇴선 근접

모리토모학원 스캔들 관련 공문서 조작의 후폭풍이 거세다.

ⓒIssei Kato / Reuters

“(모리토모학원 관련 공문서 조작 스캔들로) 입법부가 1년간 허위 답변을 들어온 것은 삼권분립을 흔든 전대미문 그리고 언어도단의 일이다. 내각이 총사퇴해야 할 일이다.”(난바 쇼지 민진당 의원)

“(공문서) 결재 문서 고치기로 행정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린 데 대해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아베 신조 총리)

19일 모리토모학원 스캔들 관련 공문서 조작에 대한 집중심리가 열린 일본 도쿄 참의원 예산위원회. 아베 총리는 “국민들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나는 (결재 문서) 존재 자체를 몰랐다. 고치라고 지시할 수가 없었다”고 조작 관여 여부는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시선은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 공문서 조작 의혹을 처음 보도한 <아사히신문>은 17~18일 전국 유권자 1915명(유효 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2012년 말 아베 2차 내각 출범 뒤 가장 낮은 31%를 기록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지난달에 비해 13%p 급락했다. <마이니치신문>과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각각 33%(12%p↓), 38.7%(9.2%p↓)로 추락했다. <닛폰티브이>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지난달에 비해 13.7%p 하락한 30.3%까지 떨어졌다.

ⓒ조기원/한겨레

시민들은 18일 도쿄 신주쿠에서, 19일엔 국회 앞에서 “아베 정권 퇴진하라” 같은 펼침막을 들고 항의 집회에 나섰다. 4000여명이 참가한 18일 집회에서 대학원생 오쿠다 아키는 “한마디로 말해서 썩었다. 아베 내각은 즉시 퇴진하라. 지금이야말로 국민이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쿠다는 2015년 안보법제 투쟁을 주도했던 실즈(SEALDs.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긴급행동)의 중심 인물이다. 나카노 고이치 조치대 교수도 “이번 사건은 너무나 알기 쉽고 격이 낮으며 무책임한 일이다. 벚꽃이 피면 아베 정권은 지고 말 것이다”라고 말했다.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은 지난해 초부터 ‘아베 1강’ 체제를 흔든 뇌관이었다. 이 사건은 오사카의 작은 학교법인인 모리토모학원과 아베 총리 부부의 관계가 수상쩍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2월 모리토모학원이 운영하는 쓰카모토유치원에서 유치원생들이 손을 들고 “아베 총리 힘내라. 안보 법제 국회 통과는 잘된 일이다”라고 외치는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가고이케 야스노리 모리토모학원 전 이사장은 아베 총리와도 연관이 있는 극우단체 ‘일본회의’의 오사카 지부에서 활동한 인물로, 유치원생들에게 “우리는 일왕의 충량한 신민이 되어야 한다”는 옛 군국주의 ‘교육칙어’를 암송하게 하는 비상식적 교육으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아베 총리가 추진해온 애국주의 교육과 잘 들어맞는 내용이었다. “가고이케는 아베가 하고 싶어 한 교육을 먼저 했다”(독립 언론인 야스다 고이치)는 평가를 받았다.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는 2015년 쓰카모토유치원에서 강연을 하고, 학원이 설립을 추진하던 소학교 명예교장에 취임했다. 극우 교육을 하는 이상한 사학법인이 있다는 이야기에서 끝날 듯했던 사건은 이 학원이 소학교 설립용 부지로 국유지를 정부 감정가(9억5600만엔)의 14%에 불과한 1억3400만엔에 사들인 사실이 지난해 2월 드러나면서, 정부 차원의 특혜 의혹으로 번졌다. 아베 총리가 모리토모학원과 선긋기에 나서자, 궁지에 몰린 가고이케 전 이사장은 지난해 3월 국회에서 “아키에가 기부금 100만엔을 우리에게 줬다. (그런데 이젠) 나를 도마뱀 꼬리 자르듯 해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아베 총리가 자신의 오랜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또다른 사학법인 가케학원에도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터졌다. 7월 아베 내각 지지율은 내각 사퇴 위험선인 29.9%(<지지통신>)까지 떨어졌다.

ⓒ한겨레

하지만 잇따른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정국을 이용한 ‘북풍’을 이용해 아베 총리는 위기를 돌파하고, 지난해 10월 중의원 조기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아베 총리를 선호하지는 않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는 여론이 강했다. 여론조사에서는 줄곧 내각 지지 이유로 “다른 (정당이나 인물)보다는 좋아 보여서”가 1위였고,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총리를 신뢰할 수 없어서” “아베 총리가 총리라서”가 1위였다. 일본 국민들이 아베 총리를 신뢰해서가 아니라, “대안이 없기 때문에” 아베 내각은 스캔들에도 건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2일 <아사히신문>이 모리토모학원 국유지 매각 담당 부처인 재무성이 관련 공문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꺼져가던 불씨가 맹렬한 불길로 변했다. ‘공문서 조작’이라는 파렴치한 행태가 폭로되자, 아베 1강 체제와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과 누적된 불만이 분출하고 있다. 북-미 대화 국면이라는 외부적 상황은 아베 정부가 지난해처럼 북한 위협 강조론으로 주의를 돌리기도 어렵게 만들었다.

다만, 야당이 대안 세력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상황 자체는 지난해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지지 정당으로는 자민당이 32%로 여전히 압도적인 1위이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간신히 두 자릿수(11%)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지율 급락이 계속되면서 아베 총리는 올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아베 총리는 올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압승해 2021년까지 집권하면서 임기 안에 헌법 개정까지 끝내겠다는 의지를 비쳐왔지만, 최근 스캔들로 정권이 흔들리자 이야기가 달라지고 있다. 아베 1강 체제에 불만을 키워온 자민당 내 각 파벌들이 이전처럼 아베 총리를 계속 지지할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아베 총리와 대립각을 세워온 이시바 시게루 의원은 자신이 이끄는 파벌 소속 의원이 20여명으로 소수파에 불과해 그동안은 아베 총리에게 결정적인 위협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사히신문> 최신 여론조사에서 차기 자민당 총재로 적합한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이시바 의원을 꼽은 답이 22%로 아베 총리(24%)와 거의 차이가 없어졌다.

이밖에도 아베 총리를 지지하면서 차기를 노려온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전 외상)도 파벌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차기 총재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밖에 여성 정치인 양성에 관심을 보여온 노다 세이코 총무상, 원전을 반대하는 등 이단아로 불렸지만 아베 정권 참여 뒤 보수적 행보를 강화한 고노 다로 외상 등이 포스트 아베 후보들로 꼽힌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는 자민당이 선거의 얼굴로 내세울 만큼 대중적 인기가 높지만, 30대로 총리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젊다는 의견이 많다.

모리토모학원 스캔들로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면 아베 총리가 사임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아베 총리가 2007년 1차 집권 당시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임하기 직전 달인 8월 지지율은 29%(<엔에이치케이>)였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아베 신조 #아베 #지지율 #공문서 위조 스캔들 #아베 총리 #모리토모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