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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이 말한 ‘경천동지할 일’이 더 자세히 드러났다

‘김윤옥 명품가방 수수’ 보도를 막으려 했던 각서까지 공개됐다

ⓒChung Sung-Jun via Getty Images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경천동지할 일들이 벌어졌다. 그걸 처리하는 과정에서 돈이 필요했다”라는 발언을 해왔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뉴욕의 사업가로부터 돈다발이 든 명품백을 받은 정황을 사정당국이 포착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앞서 정 전 의원이 언급한 “경천동지할 일”의 뼈대가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한 발 나아간 정황 증거가 등장했다. 

서울신문은 3월 19일 “김 여사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직후 미국 뉴욕의 한 여성 사업가 이모(61)씨로부터 고가의 에르메스 가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시 뉴욕의 한 교민신문 기자가 이 사실을 알고 취재에 나서자 정두언 전 의원 등 MB 선거 캠프 관계자들이 2800만원의 돈으로 이를 무마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당시 정 전 의원이 기자에게 돈을 조달한 역할을 한 또 다른 뉴욕의 여성 사업가 강모(62)씨에게 대선이 끝난 뒤 편의를 봐주겠다는 각서를 써 줬다고도 밝혔다. 강씨는 서울신문을 통해 당시 작성한 각서 전문도 공개했다. 

확인서

회사명: (주)비비드마켓
대표자: 강○○
주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515-6번지

상기 회사는 인쇄 및 홍보업무를 하는 업체로서, 이 회사의 업무 효율성을 위해 사업 분야에 대한 물량을 가능한한 우선적으로 배정해 줄 것을 확인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기 회사 대표자와 약속자 사이에 상호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켜야 하며, 상호 이 원칙을 위반했을 경우, 이 확인서의 효력은 상실됨을 분명히 합니다.

2007년 12월 6일
위 확인인  정두언
연대확인인  송○○


서울신문 2018.3.19.

이 각서가 쓰여진 배경은 이랬다. 

서울신문이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김용걸(80) 신부(성공회)를 미국 뉴저지에서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8월 19일)이 끝난 뒤 김윤옥 여사와 롯데호텔에서 점심을 했으며, 이때 동석한 이씨가 노란 보자기에 싼 3000만원 상당(이씨 주장)의 에르메스 가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당시 뉴욕의 한 교민신문은 김 여사와의 만남에 대한 정보를 듣고 구체적인 취재에 나섰다. 

이에 대선을 앞둔 상태에서 이 전 대통령의 캠프에서 전략기획본부장이었던 정 전 의원과 캠프 관계자 송모씨가 나서 보도를 무마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강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비비드마켓이 받게 돼 있던 한나라당 경선 홍보물 인쇄 비용의 일부인 2800만원을 (기자에게) 무마용으로 제공하고, 대선 뒤 도움을 주겠다는 각서를 정 전 의원 등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다. 

“뉴욕 교포 사회에서는 대선 직전 한국에서 영어마을 사업을 벌이겠다던 이씨가 김 여사에게 에르메스 가방을 건넸다는 소문이 돌았으며, 현지 신문 기자 A씨가 캠프에 찾아와 이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자 캠프에서는 사활을 걸고 이를 막으려 했다.”

- 뉴욕 여성 사업가 강모(62)씨 인터뷰(서울신문 2018.3.19.)

서울신문의 보도는 앞서 정 전 의원이 밝혔던 경천동지할 일에 대한 언급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정 전 의원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대선 과정에서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 생긴다. 그런 것을 막고 처리하는 역할을 제가 많이 했다”며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고 난 다음에 (그 사건과 관련한) 사람들이 나중에 협박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그런 일(협박무마)에 돈이 쓰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JTBC 뉴스룸은 3월 19일 이명박 대선캠프에서 근무했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무마용으로 쓴 게 맞다”며 “가방 안에 달러로 3만 달러(3200만원)이 든 것으로 안다. 돌려주고 돈까지 줘서 (대선후보) 사퇴를 막은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신부는 “당시 가방에 돈이 들어있지 않았다”고 주장해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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