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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또 '러시아 특검'을 흔들고 있다. 이걸로 "트럼프 정부가 끝날 수도 있다."

트럼프가 '레드 라인'을 넘으려고 한다.

  • 허완
  • 입력 2018.03.19 14:29
ⓒPool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 동안 이어진 ‘폭풍트윗‘에서 앤드류 맥케이브 전 FBI 부국장,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러시아 특검 등을 맹비난했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이끌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해 특검에 흠집을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화당 내에서조차 특검 수사를 방해하거나 중단시키려는 시도는 곧 ‘정권의 종말’을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1. 금요일 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금요일(16일) 밤 앤드류 맥케이브 전 FBI 부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이미 사임 의사를 밝혔던 맥케이브가 예정된 정년퇴임을 불과 26시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로써 맥케이브는 연금 수령 등의 혜택을 잃게 됐다.

맥케이브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을 해임했을 때 국장대행으로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지휘했던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봐주기 수사‘로 규정했던 힐러리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을 수사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공개적으로 그의 해임을 압박해왔다. 특히 그의 부인 질 맥케이브가 2015년 민주당 소속으로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 힐러리 클린턴의 측근인 테리 매컬리프 주지사 측으로부터 선거자금 70만 달러를 지원 받은 일을 집요하게 문제 삼았다. 

ⓒPete Marovich via Getty Images

 

세션스 장관은 맥케이브가 허가 받지 않은 채 언론에 클린턴 관련 수사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해임한다고 밝혔다. 또 그가 법무부 감찰국(OIG) 조사에서 ”여러 차례 부정직한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맥케이브는 곧바로 장문의 성명을 내고 반박했다. 그는 ”내 신뢰성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개인적 비방일 뿐만 아니라 FBI와 수사당국, 정보기관을 더럽히려는 시도 중 하나”라고 적었다. 수사기관의 신뢰성을 흔들어 결국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방해하려는 시도라는 것.

그는 자신에 대한 공격이 ”대통령 본인이 주도하는, 정부에 의한 전례 없는 시도”라며 FBI와 특검에 대한 공격은 ”특검 수사의 중요성을 오직 더 강조할 뿐”이라고 밝혔다. ”나는 FBI 직원들에 대해 언제나 변함없는 신뢰를 가지고 있으며, 정의를 추구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좌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2. 토요일 아침

마치 기다렸다는 듯,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존 다우드가 나섰다. 그는 17일 오전 공개된 데일리비스트 인터뷰에서 특검 수사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특검 수사를 방해하지 말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왔던 것과는 극명히 대비되는 것이다.

″(특검 지휘 권한을 가진)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차관이 FBI 법무책임실(OPR)의 훌륭하고 용기있는 선례를 따르기를, 또 부정하고 부정직한 문건에 바탕을 두고 맥케이브의 상사 제임스 코미가 만들어 낸 러시아 공모 수사를 세션스 법무장관이 끝내기를 기도한다.”

이는 뮬러 특검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명백히 ‘뮬러 특검 수사 중단’을 요구한 발언이었다. 다우드 변호사는 자신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가 기사 발행 이후에는 이를 번복했다고 데일리비스트는 전했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 측 법률팀은 12월 중순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을 해임할 것이라는 추측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타이 콥 변호사는 ”백악관이 몇 개월 동안 반복적으로 단호하게 밝혀왔듯 특검 해임은 백악관에서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백악관 역시 그동안 여러차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특검 수사를 존중하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뮬러 특검의 수사에 대한 다우드 변호사의 발언은 트럼프 법률팀의 공개 대응전략에 있어 놀라운 전환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몇 시간 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트윗으로 맥케이브를 비난하고 나섰다. ”앤드류 맥케이브는 해고다. 열심히 일하는 FBI 직원들에게 훌륭한 날이다. 민주주의에도 훌륭한 날이다.” 

 

#3. 토요일 오후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FBI와 법무부, 국무부 등을 연달아 비난하는 트윗을 올렸다. ”하원 정보위원회가 결론내렸듯, 러시아와 트럼프 선거캠프 사이에 공모는 없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알아내고 있듯 FBI와 법무부, 국무부 최고위층에서 엄청난 유출과 거짓말, 부패가 있었다.”

약 20분 뒤에는 자신이 해임한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을 비난하는  트윗을 올렸다. ”(...) 얼마나 많은 거짓말이 있었나? 얼마나 많은 유출이 있었나? 코미는 이 모든 것을, 훨씬 많이 알고 있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일정 없이 백악관에 머무는 동안 이 트윗을 올렸으며, 특히 이 트윗이 뮬러 특검이 트럼프 측 법률팀에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된 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 시점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자 코미 전 국장이 응수했다. ”미국인들은 곧 내 이야기(회고록)를 듣게 될 것이다. 그러면 시민들은 누가 정직하고 정직하지 않은지 직접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트윗에 이렇게 적었다.

해고되기 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수사 중단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던 코미는 다음달 17일 회고록 출간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를 해임한 사건은 ‘사법방해’ 혐의를 받고 있으며, 뮬러 특검의 주요 수사대상 중 하나다.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 특검을 지목하며 특검 수사를 비방하는 트윗을 올렸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하거나 간접적으로 뮬러 특검의 신뢰도를 훼손하려 시도한 적은 있지만 직접 ‘뮬러’를 언급한 건 처음이다.

뮬러 수사는 애초에 시작되어서는 안 됐다. (러시아와) 공모는 없었고, 범죄도 없었다. 이 수사는 부정한 활동과 사기꾼 힐러리 및 민주당전국위원회(DNC)가 돈을 댄 가짜 문건, 그리고 내 선거캠프에 대한 감시를 부적절하게 허가한 해외정보감시법원에 바탕을 둔 것이다. 마녀사냥!

 

#4. 일요일 아침

일요일 오전 미국의 주요 아침 토크쇼에는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출연해 한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정부가 뮬러 특검 수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였다. 

18일 오전,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SOTU)’에 출연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은 트럼프 정부에 묵직한 충고를 건넸다. 특검 수사를 방해하지 말라는 것. 

″만약 그가 그렇게 한다면, 그건 이 정권 종말의 시작일 것이다. 우리는 법치국가이기 때문이다.” 그가 말했다. ”뮬러 특검은 증거를 따라가고 있으며, 그가 간섭 받지 않고 주어진 일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제프 플레이크(공화당, 애리조나)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을 해임할 경우, 그건 ”레드 라인”을 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는 뮬러를 신뢰한다.”

비슷한 시각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한 리처드 더빈(민주당, 일리노이) 상원의원은 ”이 나라의 헌법 위기”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이 나라의 사법기관들을 위협하고 특검을 중단시키려는 다급하고 무모한 행위에 가담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이날 오전 ABC ‘디스위크’에 출연한 애덤 쉬프(민주당,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이건 의심의 여지 없이 헌법적 위기로 이어질 것이며,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이에 대해 지금 당장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Pool via Getty Images

  

#5. 일요일 밤

트럼프 대통령 측 변호인 타이 콥은 이날 밤 ”언론의 추측과 트럼프 정부에 제기된 관련 질문들에 답하자면, 백악관은 대통령이 로버트 뮬러 특검 해임을 고려하거나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는 입장을 냈다. 

여러 상황들을 종합하면, 설령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다고 해서 뮬러 특검을 해임할 수 있을지는 분명하지 않다. 

우선 대통령에게는 특검 해임 권한이 없다. 특검을 해임할 권한을 지닌 인물은 수사 기피를 선언한 세션스 법무장관 대신 현재 특검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로젠스타인 법무차관 뿐이다.

로젠스타인 차관은 지난주에도 재차 특검을 해임할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시점에서 특검 수사를 끝낼 어떤 정당한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가 12일 USA투데이에 한 말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수사를 담당하던 코미 전 FBI 국장을 해임한 일로 이미 ‘사법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한 번 같은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을 하는 건 자해행위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 뮬러 특검을 해임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은 올해 1월 뉴욕타임스 보도로 드러난 바 있다. 당시 변호인들이 이를 만류하고 나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 지시를 철회했다. 이 사건 역시 ‘사법방해’ 혐의가 제기된 바 있다.

한편 뮬러 특검은 최근 트럼프의 비즈니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사는 점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가고 있다. 그에게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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