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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장작을 절대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

다 돈이다.

  • 원성윤
  • 입력 2018.03.16 14:07
  • 수정 2018.03.16 14:35
ⓒhuffpost

오늘은 창밖에 비가 오는 소리에 일찍 잠이 깼네요. 창문과 데크를 두드리는 소리가 무척 새롭기까지 합니다. 지난 가을에 전원주택에 들어온 뒤로 겨울 사이에 눈만 실컷 구경해서 그렇습니다. 오늘도 실은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기에. 3월이지만 날씨는 아직 쌀쌀합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벽난로에 불을 피우는 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벽난로는 생전 처음으로 사용해봤는데 처음에는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불을 피우는 법을 잘 몰라서요. 난로 안에 장작을 쌓고 착화제로 불을 붙이면 활활 타올라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잘 안 붙는 겁니다!! 벽난로 회사 직원이 할 때는 잘 됐는데 말입니다!

 

ⓒRasulovs via Getty Images

 

헌데 불을 피우는 법을 몰랐던 게 아니라 장작의 문제였습니다. 마른 장작이 잘 탄다는 건 상식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겉만 말라 있고 속은 젖은 장작이 허다했습니다.

보통 겨울에 장작을 주문하면 마른 나무가 잘 오지 않습니다. 가을에서부터 마른 장작들이 다 팔려나간 탓에 겨울에 주문하는 장작은 내부에 수분을 잔뜩 머금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물에 주방세제를 살짝 희석시켜 이를 나무 밑 부분에 묻힌 다음 반대편에서 ‘후’하고 불어줍니다. 거품이 생기면 수분 20% 미만의 장작이라 볼 수 있습니다. 거품이 생기지 않는다면 장작 내부에 수분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Lorenzo Garassino / EyeEm via Getty Images

 

두 번째는 도끼로 장작을 쪼개보면 압니다. 저는 핀란드 파스카스 도끼를 씁니다. 앞마당에서 도끼질로 장작을 쪼개보니 세상에, 수분을 잔뜩 머금고 있었어요. 그러니 불을 붙인다고 붙을 리가 있었을까요. 우리가 통나무에서 전기톱으로 잘라서 보는 통목을 절단목, 그걸 도끼로 듬성듬성 자른 걸 쪼갬목이라 합니다. 원래는 쪼갬목 자체로 불을 붙여도 문제가 없지만 불쏘시개용 장작을 만들기 위해 더 잘게 쪼개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이론적으로는 장작을 2년간 말려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죠. 보편적으로는 참나무를 많이 씁니다. 가로세로 높이 각각 1m짜리를 1루베라는 단위로 쓰는데요. 참나무를 주문하면 보통 3루베 정도를 시킵니다. 가격은 40만원 정도 하는데 4개월은 너끈히 쓰는 거 같습니다. 프리미엄 장작으로 가면 오이나무나 자작나무를 쓰는데 보통 수입산입니다. 1루베에 25만원 정도 해요. 비싸긴 한데 불은 정말 잘 붙습니다. 그래서 저는 섞어서 씁니다. 전원주택에선 보일러로 난방을 돌리기에는 가스비가 비싸 쉽지가 않네요. 그래서 초기 설치비는 비싸지만 상대적으로 장작이 싸기 때문에 장작을 사용합니다.

 

ⓒJohner Images via Getty Images

사실 벽난로 사용하는 건 무척 귀찮습니다. 불붙이는데 한 시간이 걸릴 때도 있고 붙여도 따뜻해지는 데 또 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벽난로의 매력 또한 큽니다. 벽난로의 불 모양은 매번 다릅니다. 집 안의 오브제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지요.

아, 덧붙이자면 젖은 장작을 쓰면 벽난로가 못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젖은 장작이 늦게 타는 특징 때문에 젖은 장작을 쓰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큰일 날 소리입니다. 젖은 장작에서 나오는 검은 그을음은 화실을 검게 만들고 앞 유리도 까맣게 만듭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연통을 검게 만드는데 이는 수명을 단축시키고 결국 유료로 연통 청소를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유럽에서는 이런 장작을 쓰게 되면 이웃에서 신고를 하고, 탄소 측정 등을 통해 벌금을 물리게 됩니다. 아직 벽난로가 보편화 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세먼지의 주범은 아니라도 잡범 정도는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 글은 더좋은글쓰기 원성윤의 브런치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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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네민박 #겨울 #장작 #벽난로